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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 용혜원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 용혜원​그대를 만나던 날느낌이 참 좋았습니다.​착한 눈빛 해맑은 웃음한마디 한마디의 말에도따뜻한 배려가 담겨 있어잠시 동안 함께 있었는데오래 사귄 친구처럼마음이 편안했습니다.​내가 하는 말들을웃는 얼굴로 잘 들어주고어떤 격식이나 체면 차림 없이있는 그대로 보여주는솔직하고 담백함이 참으로 좋았습니다​그대가 내 마음을 읽어주는 것 같아둥지를 잃은 새가새 보금자리를 찾은 것만 같았습니다.짧은 만남이지만기쁘고 즐거웠습니다.오랜만에 마음을 함께나누고 싶은 사람을 만났습니다.​사랑하는 사람에게장미꽃 한 다발을 받은 것보다더 행복했습니다.​그대는 함께 있으면 있을수록더 좋은 사람입니다.   오늘은 몸보다 마음이 길을 나섰던 날 입니다비 내리는 정자에 앉아서 쉽니다 세월과 시간에 휘감기어서,..

2024.07.10

내 나이를 사랑한다 / 신달자

내 나이를 사랑한다 / 신달자​지금 이 순간이어렵다고 힘들다고 해서또한 알지 못한다고 해서주눅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당신은 아직도 남자이고아직도 불타는 젊음을 불태울 수 있고,​​당신은 아직도 여자이고아직도 아름다울 수 있고아직도 내일에 대해 탐구해야 할나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계속되는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이기에보다 나은 삶을 택하고,​계곡에 물이 흐르듯리듬 있게 사는 것은보다 자신을 속박하는 모든 것에서더욱 개방되어 가는 표현 아닐까요?​흔히 51세를 5학년 1반흔히 61세를 6학년 1반이라고부끄러워 마시고​51캐럿짜리, 61캐럿짜리다이어먼드라고​자신 있게 당당하게이야기할 때가 올 겁니다​인생의 빛과 어둠이 녹아들어내 나이의 빛깔로 떠오르는내 나이를 사랑합니다​나이를 거듭하는 기쁨그 기쁨을 깨달았..

2024.07.08

연잎 앞에서 /오탁번

연잎 앞에서 /오탁번 연잎에 내리는 여름 한낮 빗방울처럼흩어졌다가 다시 모이는 그리움 따라연잎마다 크낙한 손바닥 하나씩 펴고호수 위에 떠다니는 내 마음 손짓하네 물결 따라 일렁이는 푸른 연잎을 보면내 눈빛 잠자리 겹눈처럼 밝아지지만사랑한다고 속삭이던 그때 그 입술은예쁜 연꽃 봉오리로 아직도 숨어 있네 이른 아침 연잎에 내리는 이슬방울인 듯마주보며 피워올린 첫사랑의 꽃봉오리!아무도 모르는 물밑 아득한 깊이에서지울 수 없는 사랑으로 피어나는 연꽃! 연잎에 내리는 저녁나절 빗방울인 듯아직도 눈에 밟히는 그리운 얼굴아잔잔한 호수 물결 지는 듯 다시 일때서늘한 연잎 위에 푸른 눈썹 떠오르네  무엇하나 꾸며진 것 없이,,,고마운 사람이 있다

2024.07.06

인연서설 / 문병란

인연서설 / 문병란 ​꽃이 꽃을 향하여 피어나듯이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은그렇게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다​물을 찾는 뿌리를 안으로 감춘 채원망과 그리움을 불길로 건네며너는 나의 애달픈 꽃이 되고나는 너의 서러운 꽃이 된다​사랑은저만치 피어 있는 한 송이 풀꽃이 애틋한 몸짓서로의 빛깔과 냄새를 나누어 가지며사랑은 가진 것 하나씩 잃어 가는 일이다​각기 다른 인연의 한 끝에 서서눈물에 젖은 정한 눈빛 하늘거리며바람결에도 곱게 무늬지는 가슴사랑은 서로의 눈물 속에 젖어 가는 일이다​오가는 인생 길에 애틋이 피어났던너와 나의 애달픈 연분도가시덤풀 찔레꽃으로 어우러지고, 다하지 못한 그리움사랑은 하나가 되려나마침내 부서진 가슴 핏빛 노을로 타오르나니​이 밤도 파도는 밀려와잠 못 드는 바닷가에 모래알로..

2024.07.05

수국을 보며 / 이해인​

수국을 보며 /  이해인​ ​​기도가 잘 안되는여름 오후수국이 가득한 꽃밭에서더위를 식히네​꽃잎마다.하늘이 보이고구름이 흐르고잎새마다.물 흐르는 소리​각박한 세상에도서로 가까이 손 내밀며원을 이루어 하나 되는 꽃​혼자서 여름을 앓던내 안에도 오늘은푸르디 푸른한다발의 희망이 피네​수국처럼 둥근 웃음내 이웃들의 웃음이꽃무더기로 쏟아지네 수국의 곷말은 변덕과 진심입니다  ㅋ토양의 산도에 따라서 색깔이 달라진답니다 후배가 보내준 한잔 辵(쉬엄 쉬엄 갈 착) 입니다장맛비가 시작인지 가뭄에 힘들던 세상이 평화롭습니다 여름 감기, 몸살에 고생하면서 음미해봅니다

2024.06.22

장미꽃을 건네는 법 / 양광모

장미꽃을 건네는 법  /  양광모 즉을 만큼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치는장미꽃이라 해도가시를 모두 떼어내고꽃만 건네줄 수는 없다는 것 쯤 그러므로 사랑하는 사람에게장미꽃을 건넬 때는가시에 찔리지 않도록잘 감싸서 주어야 한다는 것 쯤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바치는장미꽃이라 해도언젠가는 그 꽃과 향기시들기 마련이라는 것 쯤 그러므로 사랑하는 사람에게장미꽃을 건넬 때는그 꽃과 향기 사라지기 전에흠뻑 사랑에 취해야 한다는 것 쯤 불처럼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치는장미꽃이라 해도붉은 장미와 흰 장미를반 쯤 섞어야 한다는 것 쯤 그러므로 그 사랑뜨거운 열정만이 아니라순백의 순결로도함께 불타 오르기를소망해야 한다는 것 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장미꽃을 건네받을 때는오직 한 가지그 뺨장미꽃보다 붉어져야 한다는 것 쯤  장미의 계..

2024.06.19

소라 / 조병화

소라 / 조병화​​바다엔소라저만이 외롭답니다​허무한 희망에몹시도 쓸쓸해지면소라는 슬며시물속이 그립답니다​해와 달이 지나갈수록소라의 꿈도바닷물에 굳어 간답니다​큰 바다 기슭엔온종일 소라저만이 외롭답니다 오늘 임종을 얼마 안 남긴 어머니 옷을 정리합니다살아온 시간 과 무게를 계산하면   부피가 참 작고, 작아 보입니다항상 웃으시고 감사하시다던 어머니''' 자식들에게 항상  고맙다고,,,항상 웃고 다니셔서,,,, 그런줄 알았습니다

2024.06.16

초여름 숲처럼 / 문정희

초여름 숲처럼 / 문정희 ​나무와 나무 사이엔푸른 하늘이 흐르고 있듯이그대와 나 사이엔무엇이 흐르고 있을까​신전의 두 기둥처럼 마주보고 서서영원히 하나가 될 수 없다면쓸쓸히 회량을 만들수 밖에 없다면오늘 저 초여름 숲처럼그대를 향해 나는푸른 숨결을 내뿜을 수 밖에 없다​너무 가까이 다가서서서로를 쑤실 가시도 없이너무 멀어 그 사이로차가운 바람길을 만드는 일도 없이나무와 나무 사이를 흐르는 푸른 하늘처럼​그대와 나 사이저 초여름 숲처럼푸른강 하나 흐르게 하고기대려 하지 말고 추워하지 말고서로를 그윽히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좋은 관계는 그냥 둔다고 꽃이 되지 않는다정성껏 가꾸어야만  비로소 꽃이 된다손뿐만 아니라 우리의 머리, 가슴,두잘에도따듯한 배려의 꽃이 피기를 기원한다--받은글 --

2024.06.13

봄 / 이성부

봄 / 이성부​기다리지 않아도 오고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어디 뻘밭 구석이거나썩은물 웅덩이 같은데를 기웃거리다가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하고지쳐 나자빠져 있다가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흔들어 깨우면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것이 온다너를 보면 눈부셔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가까스로 두팔벌려 껴 안아보는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삶이 영원하지 않기에 잘 살아야 합니다주변 지인들의 갑작스런 소천 소식에 무겁습니다 늘 새롭고, 감사가 넘치는 풋사과처럼 상큼한 하루를 살아보렵니다

2024.06.09

태안 신두리 사구 여행

고비 / 함순례 모래가 운다 네 발로 기어 올라가모래바람이 토해내는 햇살처럼 부서지다가여럿이 한발 한발 내딛으며 내려오면낮고 깊은 소리로 모래가 운다가슴 저 밑바닥 오래 쟁여 있다가새어나오는 울음 같다어디서 불어와 여기 쌓이고 있는지몇 겁의 시간이 이리 장엄한 모래톱을 세운 건지알 수 없어 노을처럼 붉어진다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지 않을 수 없는 여기내일이 없는 여기살아남는 것이 최고의 가치인 여기고비를 넘는 것은 고비에게 안기는 일이다고비의 주름살 속으로 들어가그 깊고 낮은 울음소리 온몸에 쟁이는 것이다차마 알 수 없는 것들이 쌓이고 쌓여부드러운 기적을 이루어 놓았듯미끄러지고 허물어지는 오늘이오늘을 씻기고 어루만지는 것이다가볍게 간절하게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해안사구는 연안류와 조류에 의하여 연안의 ..

2024.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