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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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네 가을삶 2024. 9. 27. 21:07
연필 깍는 시간 / 김재진 마음속에서 누군가속삭이듯 이야기할 때 있습니다.사각거리며 걸어가는 눈 위의 발소리처럼내 마음속의 백지 위로 누군가긴 편지 쓸 때 있습니다.한 쪽 무릅 세우고뭔가를 깎아 보고 싶어 연필을 손에 쥡니다.주전자의 물이 끓는 겨울 저녁 9시유리창엔 김이 서립니다.내 마음에도 김이 서립니다.때로 몸이 느끼지 못하는 걸마음이 먼저 느낄 때 있습니다.채 깎지 않은 연필로 종이 위에'시간'이라 써 봅니다.좀더 크게 '세월'이라 써 봅니다.아직도 나는내게 허용된 사랑을 다 써버리지 않았습니다 살면서 가끔은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난다그러면서 되돌아본다심각하게 체감도 하고,,,,파멸처럼 싸운다생의 한모퉁이를 돌아선 지금,,,세상은 온갖 훌륭한 이론과 철학, 과학,,,, 등이 있지만 몹시도 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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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별 / 윤수천삶 2024. 9. 24. 21:46
아름다운 이별 / 윤수천 우리는 헤어지는 과정을 통해비로소 오래 빛날 수 있다.저 높은 곳의 별처럼멀리 떨어져 있음으로써더욱 확실할 수 있다. 누가 이별을 눈물이라 했는가아픔이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빛날 수도 없다아픔이 크면 클수록 더욱 빛나는이별은 인생의 보석이다. 헤어짐을 서러워하지 말라이별은 초라하고 가난한 인생에소중하고 눈부신 보석을 붙이는 일두고두고 빛날 수 있는사랑의 명패를 다는 일 아름다운 사치!살다보니 내것을 , 아니면 남의 것을 계산하고,,, 잡고 있느라,,,, 나의 삶에 더 많은 것을 이울수 있었을 것이다허비하고,,,탐하지 않았다면 추석을 지나고 아직은 달이 밝다어둠속에서 저렇게 밝은, 향기로운 빛이 되고 싶었다생각해보렵니다나를 억제하고 다스러온 긴 억제의 시간들어머니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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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시편/천양희삶 2024. 9. 20. 20:52
노을 시편/천양희강 끝에 서서 서쪽으로 드는노을을 봅니다노을을 보는 건 참 오래된 일입니다오래되어도 썩지 않는 것은 하늘입니다하늘이 붉어질 때 두고 간 시들이생각났습니다 피로 써라그러면....생각은새떼처럼 떠오르고나는 아무 것도쓸 수 없어마른풀 몇 개를 분질렀습니다피가 곧 정신이니....노을이 피로 쓴 시 같아노을 두어 편 빌려 머리에서 가슴까지길게 썼습니다 길다고 다 길이겠습니까그때 하늘이 더 붉어졌습니다피로 쓴 것만을사랑하라....내 속으로 노을 뒤편이드나들었습니다쓰기 위해 써버린 많은 글자들 이름들붉게 물듭니다노을을 보는 건 참 오래된 일입니다 사람은 그렇게 사랑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기도 한다그리곤 살과 뼈를 깍는 고통을 통해서만 발전을 이루는게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는 순간,그는 더더욱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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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 / 이성복삶 2024. 9. 18. 14:19
전어 / 이성복 네 생각나면집 나간 며느리도돌아온다는 가을 전어남해 비토리에서손가락 두 개 포갠 크기의너의 몸 회 뜨는 것을 보았다네 모가지를 비스듬히 자르는 것은조금이라도 버려지는 살이아까워서였다잘린 모가지엔 검은 피가 묻어 있지만내장을 훑어낸 뱃대기는창포묵처럼 투명하였다인적 없는바닷가 모텔에서,입안에 녹아 흐르는 너의 살로피로한 연애의 여흥을 돋우는 것을모가지 잘리고서도너는 생각하지 못했으리라. (서해안 전어잡이 배들----) 가끔은,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사람들을 마주하며 삽니다그중 최고는 제가 유별납니다만...?삐지고, 지날나고,,, 관심을 가지고 깊이 바라보면, 귀하고 빛나는 삶이거늘 ,,, 내가 못보고 지나칠뿐,,,, 아름다운 사치일지도 모른다 이번 추석은 살아남는 것이 참 아름답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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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가는 시간 / 문정희삶 2024. 9. 9. 21:14
커피 가는 시간 / 문정희아직도 쓸데없는 것만 사랑하고 있어요가령 노래라든가 그리움 같은 것상처와 빗방울을그리고 가을을 사랑하고 있어요. 어머니아직도 시를 쓰고 있어요밥보다 시커먼 커피를 더 많이 마시고몇 권의 책을 끼고 잠들며직업보다 떠돌기를 더 좋아하고 있어요바람 속에 서 있는 소나무와홀로 가는 별과 사막을미친 폭풍우를 사랑하고 있어요전쟁터나 하수구에 돈이 있다는 것쯤 알긴 하지만그래서 친구 중엔 도회로 떠나하수구에 손을 넣고 허우적대기도 하지만단 한 구절의 성경도단 한 소절의 반야심경도 못 외는 사람들이성자처럼 흰옷을 입고땅 파며 살고 있는 고향 같은 나라를 그리며오늘도 마른 흙을 갈고 있어요. 어머니 아내와 드라이브,,, 사랑이 우리를 살리고, 사랑으로 우리는 이룬다돌아보면 ,마음 아팟던 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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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란지교(芝蘭之交)를 꿈꾸며 /유안진삶 2024. 9. 4. 20:22
지란지교(芝蘭之交)를 꿈꾸며 /유안진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우리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밤 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열어 보일 수 있고 악의없이 남의얘기를 주고 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걱정되지 않는 친구가….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제 형제나제 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어찌 행복해질 수 있을까?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리라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다만 그의 인품이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은근하며 깊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