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사에 들어서며 지구별에서 / 이시영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고양이 한 마리가 아파트 베란다에 일자로 엎드려늙어 가는 지구의 시절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습니다사람들의 낙엽 밟는 바스락 소리에 놀라벌레들은 땅 밑에서 또 깜빡, 뜨거운 알을 낳다 죽어가겠지요 가을도 한 순간 입니다. 인생도 한 순간이란 생각이 드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가을을 찿아서,,,목적을 찾아서 가다보면 목적지에 이르리라 ,,, 여행도 도착지가 있듯이 걸어 봅니다 산 21:03:21
내장산 단풍 산행 단풍나무 아래서 / 이해인사랑하는 이를 생각하다문득 그가 보고 싶을 적엔단풍나무 아래로 오세요 마음속에 가득 찬 말들이잘 표현되지 않아안타까울 때도단풍나무 아래로 오세요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세상과 사람을 향한 그리움이저절로 기도가 되는단풍나무 아래서하늘을 보면 행복합니다별을 닮은 단풍잎들의황홀한 웃음에 취해나의 남은 세월 모두가사랑으로 물드는 기쁨이여0, 산행경로 : 주차장 -일주문-벽련암-서래봉-불출봉 -내장사-주차장 원점회귀0 일시 : 2025년 11월 11일몇 년만에 왔더니 서래봉 산행코스가 데크로 잘 꾸며졌네요 ㅎ, 인파도 많았지만 단풍에 취해서 걸었습니다. 가을 성큼성큼 떠나는듯하여 아쉽습니다 산 2025.11.15
저도 단풍보러 내장산으로 익어 떨어질 때까지 / 정현종기다린다, 익어 떨어질 때까지,만사가 익어 떨어질 때까지,(될성부른가)노래든 사귐이든,무슨 작은 발성이라도때가 올 때까지,(게으름 아닌가)익어떨어질때까지.가을은 꽃과 단풍,,,, 그리고 오랜 기다림 입니다. 내장산으로 새벽 3시 무작정 떠났습ㄴㅣ다 . 가을은 어디를 보아도 참 이쁩니다 사람사는 곳만 복잡합니다 세월이 지나감에도 행복한 눈, 마음을 안고 ,,,, 산 2025.11.12
간월암의 가을 섬 / 정현종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그 섬에 가고 싶다.가난은가난한 사람을 울리지 않는다.가난하다는 것은가난하지 않은 사람보다오직 한 웅큼만 덜 가졌다는 뜻이므로늘 가슴 한쪽이 비어있다.거기에사랑을 채울 자리를 마련해 두었으므로사랑하는 이들은가난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 정현종사람이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앉아 있거나차를 마시거나잡담으로 시간에 이스트를 넣거나그 어떤 때거나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그게 저 혼자 피는 풍경인지내가 그리는 풍경인지그건 잘 모르겠지만사람이 풍경일 때처럼행복한 때는 없다 가을 햇볕 아래 나들이 객들이 풍경이 되었습니다. 굴 캐는 아낙도,,,, 오늘도 모두가 걷는 걸음 걸음이 행복되십시요 삶 2025.11.11
고요를 찾아서 / 정호승 고요를 찾아서 / 정호승나는 소란한 고요가 좋다고요한 고요보다 소란한 고요를 찾아너에게로 가려 했으나고요한 고요가 너무 고요해서지금 고요를 찾아 떠날 수가 없다무릎을 꿇고 두 손 을 모으고너에게로 달려가소란한 고요의 자세를 완성하려 했으나고요한 고요를 떠날 수 없어나는 지금 고요를 깨뜨릴 도끼를 들고 있다고요는 고요를 깨뜨려야 고요하다고요는 고요에 있지 않고 소란한 길 위에 있다신발과 자동차가 다니는 길바닥에 있다길 위의 비둘기를 보라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의 바닥을 보며 고요하다내가 찾아가야 할 너는 부디내가 도끼로 고요를 깨뜨릴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소란한 고요를 찾아 고요하라개심사 지붕 위에 가을볕이 가득합니다. 사람의 만남도 편안함이 좋듯이 자연과의 만남도 그렇습니다. 좋아하는데 이유없이 좋아하는.. 산 2025.11.10
해남 두륜산 단풍산행 해남 가는 길 / 전성호 들녘이 불타 솜털 구름에 옮겨붙을 때 해와 배들이 수평선 너머 미루나무보다 멀리 쳐다보는 곳 가볍게 떠날 수 없는 것들을 밀어붙이는 파도, 자꾸 다가와 가지들 손사래 치고 철 이른 겨울 찬바람에 벌겋게 얻어맞고도 찾아가 의지할 곳 있다니 참 다행이다. - 전성호,『먼 곳으로부터 먼 곳까지』(실천문학사, 2015) 0, 산행코스 : 오소재~오심재~노승봉~가련봉(703m)정상~만일재~두륜봉~진불암~대흥사~주차장0, 산행거리 : 8km 0, 산행시간 : 행복한 5시간 0, 산행난이도 : 중0, 동행 : 홍성토요산악회주차장에서 바라본 갈 곳, 노승봉입산합니다늦가을비가 흩뿌리고 바람도 한기를 느낄 정도 날씨입니다잠시 쉬고,,,케이블카로 오르는 고개봉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가 .. 산 2025.11.08
붉은 잎 /류시화 붉은 잎 /류시화 그리고는 하루가 얼마나 길고덧없는지를 느끼지 않아도 좋을그 다음 날이 왔고그날은 오래 잊혀지지 않았다붉은 잎, 붉은 잎, 하늘에 떠가는 붉은 잎들모든 흐름이 나와 더불어 움직여가고또 갑자기 멈춘다여기 이 구름들과 끝이 없는 넓은 강물들어떤 섬세하고 불타는 삶을 나는 가지려고 했었다그리고 그것을 가졌었다, 그렇다, 다만 그것들은얼마나 하찮았던가, 여기 이 붉은 잎, 붉은 잎들허공에 떠가는 더 많은 붉은 잎들바람도 자고 물도 맑은 날에나의 외로움이 구름들을 끌어당기는 곳그것들은 멀리 있다, 더 멀리에그리고 때로는 걷잡을 수 없는 흐름이그것을들 겨울하늘 위에 소용돌이치게 하고순식간에 차가운 얼음 위로 끌어내린다젊은 날,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유명해지지 않는다. 승진하지 않는다 등의 .. 산 2025.11.08
빈의자 / 전진옥 빈의자 / 전진옥내 마음 한켠에빈 의자 하나 마련해 두자사철 푸른 나무에새들이 앉아 노래하듯당신이 힘들거나 외로울 때기대어 쉬어갈 수 있게 남해 다랭이마을 바리스타집에서 가을 초댓장이 왔습니다. 푸른 남해바다와 로즈마리 향기가 가을바람에 실려오는 곳,,,! 커피 한 잔과 동료들의 가을을 묶어두고 왔습니다 삶 2025.11.07
홍성 남당리 무지개도로에서 놀았습니다 밤의 연약한 재료들 / 이장욱밤이란 일종의 중얼거림이겠지만의심이 없는성실한그런 중얼거림이겠지만밤은 농담과 진담을 구분하지 않고맹세를 모르고유연하고 겸손하게 밤은모든 것을 부정하는 중죽은 이의 과거가 빈방에서 깊어가고소년들은 캄캄한 글씨를 연습하느라 손가락만 자라고늙은 개의 이빨은 밤마다설탕처럼 녹아가는데신축건물들이 들어서자몇 개의 골목이 중얼중얼 완성되고취한 남자는 검게 그을린 공기 속을 흘러가고밤은 그의 긴 골목이 되었다가그가 되었다가드디어 외로운 신호처럼보안등이 켜지자개의 이빨은 절제를 모르고갓 태어난 울음들이집요하고 가득한 밤을 향해오늘도 녹아가는 이빨을필사적으로 세우고 노을전망대에서 카폐로,,,, 걷고 놀았습니다 삶 2025.11.03
너에게 / 정호승 너에게 / 정호승 가을비 오는 날나는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너의 빈손을 잡고가을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나는 한 송이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쓰러지지 않는다고차가운 담벼락에 기대서서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낙엽은 썩어서 너에게로 가고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데너는 지금 어느 곳어느 사막 위를 걷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바람 부는 들녘에 서서사라지지 않는너의 지평선이 되고 싶었다사막 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나는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늦가을비 내리던 날,,,, 내가 삶이 있어서 걷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산 2025.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