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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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매화나무 아래서 / 김시천산 2023. 3. 25. 14:22
늙은 매화나무 아래서 / 김시천 늙은 매화나무 아래서 백발 노옹 한 말씀 하신다 내가 평생 거름 져 날라 살렸더니 저도 나를 먹여 살리네요 그 말씀 꽃보다 향기롭고 열매보다 실하구나 늙은 매화나무 아직 정정한 꽃 피는 봄날 사랑도 그렇게 와서 그렇게 지는 지출렁이는 섬진강가에 서서 당신도 매화꽃 꽃잎처럼 물 깊이 울어는 보았는지요.. -- 김용택, 섬진강 매화꽃 보셨는지요 중에서,,,-- 찾아가는 날이 비가 내렸습니다 덕분에 사람들은 좀 적었지만, 곰탕인 하늘이 야속합니다 3년만에 두번 찾아와서 보고 가는 지리산 화엄사 홍매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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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삶 2023. 3. 20. 21:42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이여 상처받지 않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나는 누군가를 용서한 일이 없습니다 나한테 용서를 받아야 할 만큼잘 못한 사람이 없습니다 모두가 니에게 잘해준 사람만 있습니다 ---- -- - 사람들은 내가 많은 사람을 용서하고 품었으리라 생각하지만, 나한테 용서를 빌 만큼 잘못한 사람이 없습니다 내가 못한 일들이 훨씬 많습니다 인간에게든 신에게든 내가 다 용서를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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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앞에서 / 이해인산 2023. 3. 18. 10:04
매화 앞에서 / 이해인 보이지 않기에 더욱 깊은 땅속 어둠 뿌리에서 줄기와 가지 꽃잎에 이르기까지 먼 길을 걸어온 어여쁜 봄이 마침내 여기 앉아 있네 뼛속 깊이 춥다고 신음하며 죽어가는 이가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하던 희디흰 봄 햇살도 꽃잎 속에 접혀 있네 해마다 첫사랑의 애틋함으로 제일 먼저 매화 끝에 피어나는 나의 봄 눈 속에 묻어두었던 이별의 슬픔도 문득 새가 되어 날아오네 꽃나무 앞에 서면 갈 곳 없는 바람도 따스하여라 살아갈수록 겨울은 길고 봄이 짧더라도 열심히 살 거란다 그래, 알고 있어 편하게만 살 순 없지 매화도 그렇게 말했단다 눈이 맑은 소꿉동무에게 오늘은 향기 나는 편지를 쓸까 매화는 기어이 보드라운 꽃술처럼 숨겨두려던 눈물 한 방울 내 가슴에 떨어뜨리네 신념 , 세상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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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삼경 (梅花三更) / 이외수삶 2023. 3. 15. 21:29
매화삼경 (梅花三更) / 이외수 그대 외로움이 깊은 날은 밤도 깊어라 문 밖에는 함박눈 길이 막히고 한 시절 안타가운 사랑도 재가 되었다. 뉘라서 이런 날 잠들 수가 있으랴 홀로 등불 가에서 먹을 가노니 내 그리워한 모든 이름 진한 눈물 끝에 매화로 피어나라 올 해도 매화가 피었습니다 언제나 꽃은 피고, 봄은 오지만,,,, 참 새로운 삶의 후반전을 맞이하며 바라보는 꽃은, 조금 안스럽습니다 저 처럼,,, 깊은 성찰과 반성 없이 지내온 시간들이 거울 앞에 괴물이 되어가는 사람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