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769

구름과 바람의 길 / 이성선

구름과 바람의 길 / 이성선실수는 삶을 쓸쓸하게 한다.실패는 생(生) 전부를 외롭게 한다.구름은 늘 실수하고바람은 언제나 실패한다.나는 구름과 바람의 길을 걷는다.물 속을 들여다보면구름은 항상 쓸쓸히 아름답고바람은 온 밤을 갈대와 울며 지샌다.누구도 돌아보지 않는 길구름과 바람이 나의 길이다.변화 속에서도 가치를 지켜내는 리더, 더 큰 조화를 이루며 함께 나아가는 동행을 생각합니다

2025.02.01

10월 송광사의 품에서,,,,

시월 숲길 / 정숙자흔들지 않아도 떨어지는 시월 숲길은, 석양은, 새로 칠한 단청빛이다   감자 싹같이 포근한 편지 북으로, 남으로도 날려보내자   금홍이의 동전 여막밭 새소리도 이 무렵 바람에선 음이 깊었다   싸리꽃 냄새, 탱자나무 길 돌계단 몇 개 날아내리면 고구마순 한 무데기 먹던 우리집 뿔이라곤 모르고 늙었던 황소   흔들지 않아도 떨어지는 시월 숲길은, 추억은, 제자리서 꼭꼭 여문 풀씨들이다   지난 가을 날,아둥바둥 살기 실어서 떠났던 송광사, 꽃보다 곱던 잎들이 물들어 반겨주던 날부자는 아니지만 저를 수고했다고 안아주던 날,,,,참 기억되고 소중했던 날 입니다

2024.12.26

선운사의 가을이 가려고 합니다

가을 편지 / 고정희​작별할 수 없는 내 사랑 서러워그대에게 뻗은 가지 잘라버렸습니다그러나 마음속에 무성한 가지 있어마음의 가지는 자르지 못했습니다길을 끊고 문을 닫아도문을 닫고 가지를 잘라도저녁 강물로 당도하는 그대여그리움에 재갈을 물리고움트는 생각에 바윗돌 눌러도풀밭 한 벌판으로 흔들리는 그대여그 위에 해와 달 멈출 수 없으매나는 다시 길 하나 내야 하나 봅니다나는 다시 문 하나 열어야 하나 봅니다  혼자 있는 시간은 외로운 시간이 아니라,자신의 색을 찾고 더욱 진하게 그리는 정체성의 공간이다--- 니체 -- 떠나려는 가을을 붙잡고 놀고 옵니다2년만에 다녀온 선운사 도솔천은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2024.11.23

가난한 가을 / 노향림

가난한 가을 / 노향림 가난한 새들은 더 추운 겨울로 가기 위해새끼들에게 먼저 배고픔을 가르친다.제 품속에 품고 날마다 물어다 주던 먹이를 끊고대신 하늘을 나는 연습을 시킨다.누렇게 풀들이 마른 고수부지엔 지친새들이 오종종 모여들고 머뭇대는데어미 새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음울한 울음소리만이높은 빌딩 유리창에 부딪쳐 아찔하게떨어지는 소리만이 가득하다.행여 무리를 빠져나온 무녀리들 방향 없이빈터에서라도 낙오되어 길 잃을까드문드문따듯한 입김 어린 불빛이 켜지기 시작한다.그 지시등 따라 창 밑까지 선회하다가있는 힘 다해 지상에서 가장 멀리 치솟아 뜬허공에 무수히 박힌 까만 충치 자국 같은 비행체들캄캄한 하늘을 날며 멀리로 이사 가는철새들이 보이는 가을날의 연속이다. 친구들과 마시고 떠들던 가을 갑니다누구는..

2024.11.14

하루,86'400초

길 위에서의 생각 / 류시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집이 있는 자는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세월을 몰고다만 멀어져 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는 날을 그리워하고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죽어가는 자는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어떤 나그네는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다고 생각하는 것을,누구는 스스로어떤이는 지인에게 묻습니다 많은 이야기 중에서도,내가 보고 느낀 것이 판단이라는 함지에 담겨..

2024.11.05

인제 비밀의 정원에서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내 가슴에 쿵쿵거린다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 곳에서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너였다가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다시 문이 닫힌다사랑하는 이여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아주 오핸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혼자 있는 ..

2024.10.27

밀물 / 정끝별

밀물 / 정끝별 가까스로 저녁에서야두 척의 배가미끄러지듯 항구에 닻을 내린다벗은 두 배가나란히 누워서로의 상처에 손을 대며무사하구나 다행이야응, 바다가 잠잠해서 어떤 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면,  혼자인 느낌이 드는 시간이 있다살펴보고 느껴보면 혼자는 아니었다바람, 석양, 자연의 소리들--그래서 가끔 문을 나서는 것인지 모르겠다

2024.10.20

노을 시편/천양희

노을 시편/천양희강 끝에 서서 서쪽으로 드는노을을 봅니다노을을 보는 건 참 오래된 일입니다오래되어도 썩지 않는 것은 하늘입니다하늘이 붉어질 때 두고 간 시들이생각났습니다 피로 써라그러면....생각은새떼처럼 떠오르고나는 아무 것도쓸 수 없어마른풀 몇 개를 분질렀습니다피가 곧 정신이니....노을이 피로 쓴 시 같아노을 두어 편 빌려 머리에서 가슴까지길게 썼습니다 길다고 다 길이겠습니까그때 하늘이 더 붉어졌습니다피로 쓴 것만을사랑하라....내 속으로 노을 뒤편이드나들었습니다쓰기 위해 써버린 많은 글자들 이름들붉게 물듭니다노을을 보는 건 참 오래된 일입니다   사람은 그렇게 사랑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기도 한다그리곤 살과 뼈를 깍는 고통을 통해서만 발전을 이루는게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는 순간,그는 더더욱 사..

2024.09.20

가을엔 이렇게 살게 하소서 / 이해인

가을엔 이렇게 살게 하소서 / 이해인​​가을에는따뜻한 눈물을 배우게 하소서.​내 욕심으로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진정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소리 없이 함께 울어줄 수 있는맑고 따뜻한 눈물을 배우게 하소서. 가을에는빈 가슴을 소유하게 하소서.​집착과 구속이라는 돌덩이로우리들 여린 가슴을 짓눌러별 처럼 많은 시간들을 힘들어 하며고통과 번민 속에 지내지 않도록빈 가슴을 소유하게 하소서 가을에는풋풋한 그리움하나 품게 하소서.​우리들 매 순간 살아감이때로는 지치고 힘들어누군가의 어깨가 절실히 필요할 때보이지 않는 따스함으로 다가와어깨를 감싸 안아 줄수 있는풋풋한 그리움하나 품게하소서. 가을에는말 없는 사랑을 하게하소서.​사랑 이라는 말이 범람하지 않아도서로의 눈빛만으로도간절한 사랑을 알아주고 보듬어주며부족함조차도 메..

2024.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