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797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아무나 오지 마시고노고단 구름 바다에 빠지려면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이슬의 눈으로 오시라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먼저 온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굳이 지리산에 오시려거든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벽소령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그래도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시라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백사..

2025.07.16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쓴다 / 이해인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쓴다 / 이해인 먼 하늘노을지는 그 위에다가그간 안녕이라는 말보다보고싶다는 말을 먼저하자그대와같은 하늘 아래 숨쉬고아련한 노을 함께 보기에 고맙다바람보다, 구름보다더 빨리 가는 내 마음,늘 그대 곁에 있다그래도 보고 싶다는 말보다언제나 남아 있다는 말로 맺는다몸과 마음이무게를 덜어내고 싶을 때마다오래도록 너를 그리워한다살아서도 죽어서도가벼워야 자유롭고힘이 있음을 알고 있는 새야먼데서도 가끔은나를 눈여겨보는 새야나에게 너의 비밀을한가지만 알려주겠니?모든이를뜨겁게 사랑하면서도끈끈하게 매이지 않는서늘한 슬기를..멀고 낮선 곳이라도겁내지 않고 떠날 수 있는담백한 용기를 가르쳐 주겠니

2025.07.14

소나무 연가 / 이해인

소나무 연가 / 이해인늘 당신께 기대고 싶었지만기댈 틈을 좀체 주지 않으셨지요험한 세상 잘 걸어가라홀로서기 일찍 시킨당신의 뜻이 고마우면서도가끔은 서러워 울었습니다한결같음이 지루하다고 말하는 건얼마나 주제 넘은 허영이고이기적인 사치인가요솔잎 사이로익어가는 시간들 속에이제 나도 조금은당신을 닮았습니다나의 첫사랑으로새롭게 당신을 선택합니다어쩔 수 없는 의무가 아니라흘러넘치는 기쁨으로당신을 선택하며온몸과 마음이송진 향내로 가득한 행복이여류시화 시인의 글처럼 「 우리가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러니 서둘러 어딘가로 가려고 할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 호수가의 소나무를 바라보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습니다. 호수도 짙어 갑니다

2025.07.03

행복/윤보영

행복/윤보영멋있는데멋있다고 못하는 것도 그렇고좋아하는데도좋아 한다고 못하는 것도 그렇고좋아하는 사람 앞에서사랑은 불공평합니다막상 제가 느껴보니불공평한 게 맞습니다불공평 해도 저에게는행복한 것도 맞습니다. 안면도 영목항으로 떠난 여행. 시간 앞에는 모두가 공정환 세상, 기다림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세상을 무심히 대하기도 부딤스럽습니다. 사랑을 나누는데 아까워하지 마십시요. 바다를 바라보면서 자연스런 마음으로 돌아갑니다. 근심을 잊은 시간이 선물로 왔습니다. 가장 약하고 낮은 자에게 찾아오는 신께서 축복의 도구로 사용해주시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2025.06.30

30년 지난 후, 장백폭포에 섯습니다

백두산 사진을 보며 / 김시천그냥은 가지 않으리라이대로, 분단의 사슬을 둔 채로남의 땅으로 돌고 돌아훔치듯그렇게는 가지 않으리라그리하여 끝끝내내 평생에 단 한 번을가보지 못한다 할지라도그렇게는 가지 않으리라한라에서 바라보는 백두의저 서늘한 눈빛우리가 그 눈빛을 닮아곧은길로만 가리라곧장 내달아 가리라분단의 오랜 고통 가신 뒤에야하나된 조국의 풋풋한 살 냄새 맡으며훠어이 훠어이통곡으로 가리라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어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봄눈 내리는 보리밭길 걷는 자들은누구든지 달려와서 가슴 가득히꿈을 받아라꿈을 받아라 --- 정호승,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되라 중에서-- 남은 삶의 여정에서의 소망을 간절히 기도합니다. 그리고 노력하렵니다 참 아름다운 곳에 서서 호흡해봅니다

2025.06.23

백두산을 오르며 / 정호승

백두산을 오르며 / 정호승 백두산에 도착하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흰 자작나무 사이로외롭게 걸려 있던 낮달은 어느새 사라지고잣까마귀들이 떼지어 날던 하늘 사이로서서히 함박눈은 퍼붓기 시작했다바람은 점점 어두워지고멀리 백두폭포를 뒤로 하고우리들은 말없이 천지를 향해 길을 떠났다눈 속에 핀 흰 두견화를 만날 때마다사랑한다 사랑한다고 속삭이며우리들은 저마다 하나씩 백두산이 되어갔다눈보라가 장백송 나뭇가지를 후려 꺾는 풍구(風口)에서마침내 운명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는 일은 어려운 일이었다올라갈수록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내려갈수록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눈보라치는 백두산을 오르며우리들은 다시 천지처럼함께 살아가야 할 날들을 생각했다 6월의 가장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에 여행을 다녀오면서 ..

2025.06.20

6월에 한라산 구상나무

6월 편지 / 윤보영 6월에는편지를 적겠습니다.푸른 들판처럼 싱싱한내 그리움을 몽땅 꺼내놓고초록편지를 적겠습니다.미소도 있을 테고안타까움도 있겠지만마음 가는 대로 적어지게그냥 두어야겠습니다.편지를 다 적고 나면다시 읽지 않겠습니다적힌 대로 보내겠습니다.편지를 적고 있는 지금보고 싶어 눈물이 핑 도는 이 순간도편지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으니까요.6월에는적힌 대로 그대에게 보낼초록 편지를 적겠습니다.답장 대신그대 미소를 생각하며바람편에 그 편지를 보내겠습니다.이른 새벽 먼 길을 떠나려고 준비합니다. 새로운 세상을 보면서 생각도 깨어나고, 그리움도,,, 지난 시간의 일상이 그리워 지기를 소망합니다 잠든 가족들에게 사랑합니다 라고 곱게 곱게 포장해서 베개 옆에 둡니다

2025.06.16

논산 여행길 맛집과 은빛자연휴양림

기다림 / 용혜원삶이 있는 곳에는어디나 기다림이 있네우리네 삶은 시작부터기다리고 있다는 말로 위로 받고기다려달라는 부탁하며 살아가네봄을 기다림이꽃으로 피어나고가을을 기다림이탐스런 열매로 익어가듯삶의 계절은기다림의 고통, 멋, 그리움이지 않은가기다림은 생명, 희망이지우리네 삶은 기다림의 연속인데어느 날인가기다릴 이유가 없을 때떠나는 것이 아닌가우리네 가슴은 일생을 두고기다림에 설레이는 것기다릴 이유가 있다는 것기다릴 사람이 있다는 것그것은 행복한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닌가0, 주소 : 충남 논산시 가야곡면 산노1길 79-12 0, 전화 : 041-741-0888 0, 주소 : 주소는 충청남도 논산시 벌곡면 황룡재로 480-113 (벌곡면 한삼천리 311-6)

음식 2025.06.15

바람 부는 날의 풀 / 류시화

바람 부는 날의 풀 / 류시화바람 부는 날들에 나가 보아라.풀들이 억센 바람에도쓰러지지 않는 것을 보아라.풀들이 바람 속에서넘어지지 않는 것은서로가 서로의 손을굳게 잡아주기 때문이다.쓰러질 만하면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넘어질 만하면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잡아 주고 일으켜 주기 때문이다.이 세상에서 이보다 아름다운 모습이어디 있으랴.이것이다.우리가 사는 것도우리가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것도바람 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풀들이 왜 넘어지지 않고 사는가를 보아라 갑자기 웃음이 나고, 희망이 솟는다.내 인생의 여행길을 살펴보니,,,,, 오늘 걱정한다고 될 것도 없더이다

2025.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