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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이렇게 살게 하소서 / 이해인산 2024. 9. 7. 12:36
가을엔 이렇게 살게 하소서 / 이해인가을에는따뜻한 눈물을 배우게 하소서.내 욕심으로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진정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소리 없이 함께 울어줄 수 있는맑고 따뜻한 눈물을 배우게 하소서. 가을에는빈 가슴을 소유하게 하소서.집착과 구속이라는 돌덩이로우리들 여린 가슴을 짓눌러별 처럼 많은 시간들을 힘들어 하며고통과 번민 속에 지내지 않도록빈 가슴을 소유하게 하소서 가을에는풋풋한 그리움하나 품게 하소서.우리들 매 순간 살아감이때로는 지치고 힘들어누군가의 어깨가 절실히 필요할 때보이지 않는 따스함으로 다가와어깨를 감싸 안아 줄수 있는풋풋한 그리움하나 품게하소서. 가을에는말 없는 사랑을 하게하소서.사랑 이라는 말이 범람하지 않아도서로의 눈빛만으로도간절한 사랑을 알아주고 보듬어주며부족함조차도 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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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에 숨다 / 류시화산 2024. 8. 21. 18:06
안개 속에 숨다 / 류시화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나무 뒤에선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안개 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멀어져 감을 두려워한다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나무 뒤에선 누구나 고독하고그 고독을 들킬까 굳이 염려하지만안개 속에서는 삶에서 혼자인 것도 여럿인 것도 없다 죽음과 동시에 잊히고 싶지 않다면 읽을 가치가 있는 글을 쓰라. 또는 글로 쓸 가치가 있는 일을 하라 --- 베저민 프랭크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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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에서/ 최영미산 2024. 8. 13. 22:06
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피는 건 힘들어도지는 건 잠깐이더군.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아주 잠깐이더군.그대가 처음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잊는 것 또한 그렇게순간이면 좋겠네.멀리서 웃는 그대여.산 넘어 가는 그대여.꽃이지는 건 쉬워도잊는 건 한참이더군.영영 한참이더군. 자기가 아니면 그 일이 안 되어세상 한 모퉁이가 결정적으로 빌만큼그 일을 꾸준하게 즐겁게 해내는 지혜는스스로의 구원이고 또한 세상의 구원이다 (전영애 인생을 배우다 중) 여름이 지나면 귀하고 빛나는 일들이 주변에 많이 생겨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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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산에서 / 복효근산 2024. 8. 8. 17:30
마이산에서 / 복효근 몇 십만 년 전에 호수였던 그것이서서히 아주 서서히 솟아올라서바위산 암마이산 수마이산 되었단다.아직도 저 바위 호수 속에는욜랑욜랑 헤엄치던 물고기의 율동이며물고기가 펄쩍 뛰었을 적의 동심원 같은 것들이 새겨져 있을 터인데물속의 그것들을 하늘로 하늘로 밀어 올려서커다란 말 귀처럼 솟구쳐 올라서는해와 달과 별과의 은밀한 비밀이거나하늘의 귀한 소식이거나를 듣고 있는 것이다한도나 높은 저 꼭대기에선 솔개들이바위 구멍엔 비둘기들이말하자면 몇 십만 년 전의 호수에 둥지를 틀고 있으니헤아릴 수 없는 시간을 두고물고기와 새들은 제 자리를 바꾸기도 하는 것이어서마이산의 아래에 죄 많은 사람 사람들돌을 모아 탑을 쌓는 것도 그럴 것이다.몇 십만 년이거나 몇 억만 년이거나를 두고저 하늘 깊은 데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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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비 내리는 날, 수덕사 튓마루 놀이산 2024. 7. 27. 09:34
풍경 달다 / 정호승운주사 와불님을 뵙고돌아오는 길에그대 가슴의 처마끝에풍경을 달고 돌아왔다먼데서 바람 불어와풍경소리 들리면보고싶은 내마음이 찾아간줄 알아라 농부아사침궐종자(農夫餓死枕厥種子), 농부는 굶어 죽더라도 그 종자를 베고 죽는다는 고사 입니다당장 죽을 지경의 어려움에 처하여도 미래, 희망을 버릴 수 없다는 절박한 표현 입니다 당신 때문에 힘이 납니다당신 때문에그 하루는 더는힘들고 지침이 아닌내 편이 함께하는 하루가 됩니다 이 세상에 단 하나 내 편이 있다는 사실이이렇게 행복해지는 하루입니다 --- 끄덕쟁이 김현미 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