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4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아무나 오지 마시고노고단 구름 바다에 빠지려면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이슬의 눈으로 오시라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먼저 온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굳이 지리산에 오시려거든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벽소령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그래도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시라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백사..

2025.07.16

수국을 보며 / 이해인​

수국을 보며 / 이해인​ ​기도가 잘 안되는여름 오후수국이 가득한 꽃밭에서더위를 식히네​꽃잎마다.하늘이 보이고구름이 흐르고잎새마다.물 흐르는 소리​각박한 세상에도서로 가까이 손 내밀며원을 이루어 하나 되는 꽃​혼자서 여름을 앓던내 안에도 오늘은푸르디 푸른한다발의 희망이 피네​수국처럼 둥근 웃음내 이웃들의 웃음이꽃무더기로 쏟아지네 수국은 처음에는 연한 자주색에서 연한 붉은색으로 변한답니다. 요즘은 개량을 많이해서 그런지 자주색, 백색, 붉은색, 파란색 등 꽃색깔도 정말 다양합니다. 탐스럽지만 화려하게 느껴지지 않으며 부드러움과 여유를 주는것 같아서 포근하게 느껴지는 꽃입니다.서산 부석사 일주문에서 소담스러운 수국에 취합니다

2025.07.05

30년 지난 후, 장백폭포에 섯습니다

백두산 사진을 보며 / 김시천그냥은 가지 않으리라이대로, 분단의 사슬을 둔 채로남의 땅으로 돌고 돌아훔치듯그렇게는 가지 않으리라그리하여 끝끝내내 평생에 단 한 번을가보지 못한다 할지라도그렇게는 가지 않으리라한라에서 바라보는 백두의저 서늘한 눈빛우리가 그 눈빛을 닮아곧은길로만 가리라곧장 내달아 가리라분단의 오랜 고통 가신 뒤에야하나된 조국의 풋풋한 살 냄새 맡으며훠어이 훠어이통곡으로 가리라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어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봄눈 내리는 보리밭길 걷는 자들은누구든지 달려와서 가슴 가득히꿈을 받아라꿈을 받아라 --- 정호승,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되라 중에서-- 남은 삶의 여정에서의 소망을 간절히 기도합니다. 그리고 노력하렵니다 참 아름다운 곳에 서서 호흡해봅니다

2025.06.23

백두산을 오르며 / 정호승

백두산을 오르며 / 정호승 백두산에 도착하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흰 자작나무 사이로외롭게 걸려 있던 낮달은 어느새 사라지고잣까마귀들이 떼지어 날던 하늘 사이로서서히 함박눈은 퍼붓기 시작했다바람은 점점 어두워지고멀리 백두폭포를 뒤로 하고우리들은 말없이 천지를 향해 길을 떠났다눈 속에 핀 흰 두견화를 만날 때마다사랑한다 사랑한다고 속삭이며우리들은 저마다 하나씩 백두산이 되어갔다눈보라가 장백송 나뭇가지를 후려 꺾는 풍구(風口)에서마침내 운명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는 일은 어려운 일이었다올라갈수록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내려갈수록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눈보라치는 백두산을 오르며우리들은 다시 천지처럼함께 살아가야 할 날들을 생각했다 6월의 가장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에 여행을 다녀오면서 ..

2025.06.20

6월에 한라산 구상나무

6월 편지 / 윤보영 6월에는편지를 적겠습니다.푸른 들판처럼 싱싱한내 그리움을 몽땅 꺼내놓고초록편지를 적겠습니다.미소도 있을 테고안타까움도 있겠지만마음 가는 대로 적어지게그냥 두어야겠습니다.편지를 다 적고 나면다시 읽지 않겠습니다적힌 대로 보내겠습니다.편지를 적고 있는 지금보고 싶어 눈물이 핑 도는 이 순간도편지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으니까요.6월에는적힌 대로 그대에게 보낼초록 편지를 적겠습니다.답장 대신그대 미소를 생각하며바람편에 그 편지를 보내겠습니다.이른 새벽 먼 길을 떠나려고 준비합니다. 새로운 세상을 보면서 생각도 깨어나고, 그리움도,,, 지난 시간의 일상이 그리워 지기를 소망합니다 잠든 가족들에게 사랑합니다 라고 곱게 곱게 포장해서 베개 옆에 둡니다

2025.06.16

한라산 앵초

산에 와서 / 김남조우중 설악이이마엔 구름의 띠를가슴 아래론 안개를 둘렀네할말을 마친 이들이아렴풋 꿈속처럼살결 맞대었구나일찍이이름을 버린무명용사나무명성인들 같은나무들,바위들,청산에 살아이름도 잊은 이들이빗속에 벗은 몸 그대로편안하여라따뜻하여라사람이 죽으면산에 와 안기는 까닭을오늘에 알겠네 가던 길을 멈추고, 야생화를 바라보면서, 혼자 이야기 합니다. 여기 있습니다

2025.06.13

한라산 철쭉보러 ,,, 행복선물

생(生)은 아물지 않는다 / 이산하 평지의 꽃느긋하게 피고벼랑의 꽃쫓기듯늘먼저 핀다 어느 생이든내 마음은늘 먼저 베인다 베인 자리아물면, 내가 다시 벤다우리 가족의 최고의 사치 부리는 날, 한라산 철쭉벼 보러 가는 날 입니다. 가진 것은 없지만 남들에 비헤서 너무 넘치는 축복을 받고 삽니다. 당일치기가 좀 버거워서 저녁 늦게 날라가서 새벽에 오른 한라는 여전히 아름답고 변함이 없습니다. 변덕스런 저만 변한 모습입니다.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어느 세상의 나무 아래가 힘든 이들에게 여인숙이 되듯이,,, 오늘 우리는 별이 열리는 하늘로 다가갑니다봄을 마무리 합니다내가 애쓰고 그녀가 애쓴 삶은 누구도 흉내내거니 대신 할 수는 없습니다. 새벽 문이 여리는 순간 참 행복했습니다. 혹시 잠..

2025.06.08

산으로 가는 길

구부러진 길 / 이준관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구부러진 길을 가면나비의 밥그릇 같은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감자를 심는 사람을만날 수 있다.날이 저물면울타리 너머로밥 먹으라고 부르는어머니의 목소리도들을 수 있다.구부러진 길 하천에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듯이들꽃도 많이 피고별도 많이 뜨는구부러 진길구부러진 길처럼살아온 사람이나는 좋다.반듯한 길쉽게 살아온 사람 보다흙투성이 감자처럼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에구불구불 구부러진삶이 좋다.구부러진 주름살에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어가는구부러진 길 같은사람이 좋다.신은 자만심에 차 있는 사람과 가장 거리가 멀다. 왜냐하면 다른 모든 사람들은 신을 필요로 하지만, 자만심에 찬 사람은 신 없이도 자신이 잘 살아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 마하리쉬의 대화에서 )

2025.06.05

쉼표이고 싶다 / 정유찬

쉼표이고 싶다 / 정유찬쉼표처럼 휴식을 주고 싶다힘들고 지칠 때마다 어김없이당신 옆에 찍히는 쉼표그 쉼표와 함께당신이 잠시 침묵 하거나차를 한잔 하고 호흡을 가다듬어생기 있게 다음 줄로넘어가면 좋겠다다음 줄로 넘어가 내용을 만들고지치면 또 쉬다하루를 마감하는 당신의 일기장엔마침표가 되어 찍히고 싶다그리고다음 장으로 넘어가함께 아침을 맞이하면 행복하겠다그렇게 쉼표가 되고마침표가 되어 살다가우리 황혼의 끝날…약해지고 늙어진 당신이세상을 떠날 때는마침표가 아닌영원한 쉼표로 남고 싶다사랑한다마음이 무거울 때는 아무 들판이나 피는 꽃들을 바라보면 위안이 된다. 단순한 위안이 아닌 잡념이 사라지고 생각이 잡혀가는 과정이 된다. 자연은 언제나 삶에서 시간의 굴레에 매인 우리에게 진정한 여행의 의미를 보여줍니다...

2025.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