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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편지 / 문정희

어머니의 편지 / 문정희딸아, 나에게 세상은 바다였었다그 어떤 슬픔도남 모르는 그리움도세상의 바다에 씻기우고 나면매끄럽고 단단한 돌이 되었다나는 오래전부터그 돌로 반지를 만들어 끼었다외로울 때마다 이마를 짚으며까아만 반지를 반짝이며 살았다알았느냐, 딸아이제 나 멀리 가 있으마눈에 넣어도 안 아플내 딸아, 서두르지 말고천천히 뜨겁게 살다 오너라생명은 참으로 눈부신 것너를 잉태하기 위해내가 어떻게 했던가를 잘 알리라마음에 타는 불, 몸에 타는 불모두 태우거라무엇을 주저하고 아까워하리딸아, 네 목숨은 네 것이로다행여, 땅속의 나를 위해서라도잠시라도 목젖을 떨며 울지 말아라다만, 언 땅에서 푸른 잎 돋거든거기 내 사랑이 푸르게 살아 있는 신호로 알아라딸아, 하늘 아래 오직 하나뿐인귀한 내 딸아 제주를 연수 다녀..

2026.08.25

가을이 익어 갑니다

마을 / 황금찬그 마을엔봄보다 꽃이 먼저 핀다산수유가 필 때면시인은편지를 쓴다.꽃을 혼자 보기에는임이 그립더니이제 임이 오신다니그 마음기쁘기 한이 없습니다.봄은,꽃을 데리고, 그 향기는임을 부름니다.시인이 떠난 자리에도꽃은 피는가이제 무슨 꽃을기다릴까하늘의 매화가 아니면인정의 꽃평화에 실려오는사랑, 행복의 꽃마을은 꽃을 기다리고꽃은 마을을 기다리고아래만 내려다보는 인간은 어리석은 인간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

2026.08.20

홍성 죽도 혼자 선 소나무

여름이 가다 / 노향림만날 사람도 없이 긴 나무의자에누워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불쾌하다.닫힌 얼음집 앞에 빚더미처럼여름이 엎질러져 있다.문안에서 누가 톱질을 하는지새벽에서 밤까지슬픔들이 토막으로 잘려 나오는 소리.질이 연한 내 마음이 아프다.쭈쭈바를 입에 문 아이가기웃거리다 지나가는 쪽속이 편안한지, 덜컹거리며 가야 할 길 버리고시동 걸린 화물트럭이 빈 채로 대기중이다.큰길 옆 버즘나무 그늘 밑사람들이 얼굴을 펴면 뜨내기 꽃들의 얼굴에도햇볕이 환하게 빛났다.몰래 내다 버린 화분 속에관절을 앓는 남천이, 은침을 박고 있는어깨와겨드랑이에여름이 환하게 지는 중이다. 홍성 주도라는 섬에 가면, 바닷가에 소나무가 한구루 있습니다. 가끔 가서 볼 때 그가 말합니다. 기왕에 살거면 재미지고 멋지게 살아보라고 합니..

2026.08.19

서천 송림포구 일몰

준비 없는 희망 / 박노해준비없는 희망이 있습니다처절한 정진으로 자기를 갈고 닦아저 거대한 세력을 기어코 뛰어넘을진정한 자기 실력을 준비하지 않는 자에게미래가 없습니다.희망이 없습니다.희망없는 준비가 있습니다.존재하는 모든 것은 변해 가는데세상과 자기를 머릿속에 고정시켜미래가 없습니다.희망이 없습니다.비극은 순식간이고, 기적은 오래 걸린다. 좋은 일은 작고 점진적인 변화가 쌓여 일어나므로 시간이 걸리지만, 나쁜 일은 갑작스런 신뢰 상실이나 눈 깜짝할 사이에 발생한 치명적 실수 탓에 일어난다. 158년의 역사를 가진 리먼브라더스가 사상 최고의 성장을 누리다가 파산하기 까지 15개월도 걸리지 않했다. 엔론, 페니메니, 프레디맥, 노키아,노트르담 대성당 등 순식간이었다.미래를 생각해봅니다

2026.08.16

말복에 닭볶음탕

닭도리탕은 형태상 조림에 가까운 한국의 요리이다. 토막 낸 닭고기를 고추장, 고춧가루, 간장, 파, 마늘 등의 양념으로 볶거나, 약간의 국물을 남기고 졸여 만든다. 부재료로는 주로 큼직하게 썬 감자, 양파, 당근 등이 함께 들어간다.20세기 초 평양 등 관서 지방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름을 둘러싼 논란이 많은 음식이다. 일각에서는 닭도리탕 대신 '닭감자탕', '닭매운탕', '닭감자조림'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역사1925년 《해동죽지》(海東竹枝)에는 평양의 요리로 '도리탕(桃李湯)'이라는 음식이 나오는데,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로 양념을 하지 않았고 감자가 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지금의 닭도리탕과 거의 일치한다.1924년에 초판이 발행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도 도리탕이 나오는데, "송도(松都)에서..

2026.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