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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 유람선 야경

와사등 (瓦斯燈) / 김광균차단한 등불이 하나 빈 하늘에 걸려 있다내 홀로 어딜 가라는 슬픈 신호냐긴 여름 해 황망히 나래를 접고늘어선 고층 창백한 묘석 같이 황혼에 젖어찬란한 야경 무성한 잡초인 양 헝클어진 채사념 벙어리 되어 입을 다물다피부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낯설은 거리의 아우성 소리까닭도 없이 눈물겹구나공허한 군중의 행렬에 섞이어내 어디서 그리 무거운 비애를 지고 왔기에길게 늘인 그림자 이다지 어두워내 어디로 어떻게 가라는 슬픈 신호기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 있다뱅기 타고 멀지만 한번은 가보고 싶었습니다. 포상 휴가에 몸을 실고 다녀오면서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2026.09.12

8월 ,여름의 끝에서 / 이해인

8월 ,여름의 끝에서 / 이해인8월입니다.뜨거운 햇살이온 세상을 달구고 있지만계절은 벌써가을을 향해 천천히 걸어갑니다.매미의 울음소리도어쩐지 어제보다 멀게 들리고,푸르기만 하던 나뭇잎 사이로조금씩 바람이 달라집니다.나는 문득 생각합니다.우리 인생도8월과 같지 않을까요.한때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고뜨거운 열정으로세상을 향해 달려갔습니다.사랑도 했고,때로는 상처도 받았으며떠나보낸 사람을 생각하며긴 밤을 홀로 지새우기도 했습니다.그러나 지나고 보니그 모든 순간이내 인생의 빛나는 계절이었습니다.8월의 햇살이곡식을 익게 하듯우리의 아픔도마음을 익게 했습니다.이제는조금 천천히 걸어도 좋겠습니다.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웃고,길가에 핀 작은 꽃 한 송이에발걸음을 멈추고,오늘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따뜻한 눈길 하..

2026.08.31

어머니의 편지 / 문정희

어머니의 편지 / 문정희딸아, 나에게 세상은 바다였었다그 어떤 슬픔도남 모르는 그리움도세상의 바다에 씻기우고 나면매끄럽고 단단한 돌이 되었다나는 오래전부터그 돌로 반지를 만들어 끼었다외로울 때마다 이마를 짚으며까아만 반지를 반짝이며 살았다알았느냐, 딸아이제 나 멀리 가 있으마눈에 넣어도 안 아플내 딸아, 서두르지 말고천천히 뜨겁게 살다 오너라생명은 참으로 눈부신 것너를 잉태하기 위해내가 어떻게 했던가를 잘 알리라마음에 타는 불, 몸에 타는 불모두 태우거라무엇을 주저하고 아까워하리딸아, 네 목숨은 네 것이로다행여, 땅속의 나를 위해서라도잠시라도 목젖을 떨며 울지 말아라다만, 언 땅에서 푸른 잎 돋거든거기 내 사랑이 푸르게 살아 있는 신호로 알아라딸아, 하늘 아래 오직 하나뿐인귀한 내 딸아 제주를 연수 다녀..

2026.08.25

가을이 익어 갑니다

마을 / 황금찬그 마을엔봄보다 꽃이 먼저 핀다산수유가 필 때면시인은편지를 쓴다.꽃을 혼자 보기에는임이 그립더니이제 임이 오신다니그 마음기쁘기 한이 없습니다.봄은,꽃을 데리고, 그 향기는임을 부름니다.시인이 떠난 자리에도꽃은 피는가이제 무슨 꽃을기다릴까하늘의 매화가 아니면인정의 꽃평화에 실려오는사랑, 행복의 꽃마을은 꽃을 기다리고꽃은 마을을 기다리고아래만 내려다보는 인간은 어리석은 인간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

2026.08.20

홍성 죽도 혼자 선 소나무

여름이 가다 / 노향림만날 사람도 없이 긴 나무의자에누워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불쾌하다.닫힌 얼음집 앞에 빚더미처럼여름이 엎질러져 있다.문안에서 누가 톱질을 하는지새벽에서 밤까지슬픔들이 토막으로 잘려 나오는 소리.질이 연한 내 마음이 아프다.쭈쭈바를 입에 문 아이가기웃거리다 지나가는 쪽속이 편안한지, 덜컹거리며 가야 할 길 버리고시동 걸린 화물트럭이 빈 채로 대기중이다.큰길 옆 버즘나무 그늘 밑사람들이 얼굴을 펴면 뜨내기 꽃들의 얼굴에도햇볕이 환하게 빛났다.몰래 내다 버린 화분 속에관절을 앓는 남천이, 은침을 박고 있는어깨와겨드랑이에여름이 환하게 지는 중이다. 홍성 주도라는 섬에 가면, 바닷가에 소나무가 한구루 있습니다. 가끔 가서 볼 때 그가 말합니다. 기왕에 살거면 재미지고 멋지게 살아보라고 합니..

202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