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길 / 김명인꽃이 피면 마음 간격들 한층 촘촘해져김제 봄들 건너는데 몸 건너기가 너무 힘겹다피기도 전에 봉오리째 져내리는그 꽃잎 부리러이 배는 신포 어디쯤에 닿아 헤맨다저 망해 다 쓸고 온 꽃샘바람 거기 부는 듯몸 속에 곤두서는 봄 밖의 봄바람!눈앞 해발이 양쪽 날개 펼친 구릉사이로 스미려다골짜기 비집고 빠져나오는 염소 떼와 문득 마주친다염소도 제 한 몸 한 척 배로 따로 띄우는지만경萬頃 저쪽이 포구라는 듯새끼 염소 한 마리,지평도 뿌우연 황삿길 타박거리며 간다마음은 곁가지로 펄럭거리며 덜 핀 꽃나무둘레에서 멈칫거리자 하지만남몰래 출렁거리는 상심은 아지랑이 너머끝내 닿을 수 없는 항구 몇 개는 더 지워야 한다고닻이 끊긴 배 한 척, 산만큼 쌓인 옥수수 엔시레지!상대를 무시하는 자세는 생존의 위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