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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두륜산 단풍산행

해남 가는 길 / 전성호​ 들녘이 불타 솜털 구름에 옮겨붙을 때 해와 배들이 수평선 너머 미루나무보다 멀리 쳐다보는 곳 가볍게 떠날 수 없는 것들을 밀어붙이는 파도, 자꾸 다가와 가지들 손사래 치고​ 철 이른 겨울 찬바람에 벌겋게 얻어맞고도 찾아가 의지할 곳 있다니 참 다행이다.​ - 전성호,​『먼 곳으로부터 먼 곳까지』(실천문학사, 2015) 0, 산행코스 : 오소재~오심재~노승봉~가련봉(703m)정상~만일재~두륜봉~진불암~대흥사~주차장0, 산행거리 : 8km 0, 산행시간 : 행복한 5시간 0, 산행난이도 : 중0, 동행 : 홍성토요산악회주차장에서 바라본 갈 곳, 노승봉입산합니다늦가을비가 흩뿌리고 바람도 한기를 느낄 정도 날씨입니다잠시 쉬고,,,케이블카로 오르는 고개봉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가 ..

2025.11.08

붉은 잎 /류시화

붉은 잎 /류시화 그리고는 하루가 얼마나 길고덧없는지를 느끼지 않아도 좋을그 다음 날이 왔고그날은 오래 잊혀지지 않았다붉은 잎, 붉은 잎, 하늘에 떠가는 붉은 잎들모든 흐름이 나와 더불어 움직여가고또 갑자기 멈춘다여기 이 구름들과 끝이 없는 넓은 강물들어떤 섬세하고 불타는 삶을 나는 가지려고 했었다그리고 그것을 가졌었다, 그렇다, 다만 그것들은얼마나 하찮았던가, 여기 이 붉은 잎, 붉은 잎들허공에 떠가는 더 많은 붉은 잎들바람도 자고 물도 맑은 날에나의 외로움이 구름들을 끌어당기는 곳그것들은 멀리 있다, 더 멀리에그리고 때로는 걷잡을 수 없는 흐름이그것을들 겨울하늘 위에 소용돌이치게 하고순식간에 차가운 얼음 위로 끌어내린다​젊은 날,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유명해지지 않는다. 승진하지 않는다 등의 ..

2025.11.08

홍성 남당리 무지개도로에서 놀았습니다

밤의 연약한 재료들 / 이장욱밤이란 일종의 중얼거림이겠지만의심이 없는성실한그런 중얼거림이겠지만밤은 농담과 진담을 구분하지 않고맹세를 모르고유연하고 겸손하게 밤은모든 것을 부정하는 중죽은 이의 과거가 빈방에서 깊어가고소년들은 캄캄한 글씨를 연습하느라 손가락만 자라고늙은 개의 이빨은 밤마다설탕처럼 녹아가는데신축건물들이 들어서자몇 개의 골목이 중얼중얼 완성되고취한 남자는 검게 그을린 공기 속을 흘러가고밤은 그의 긴 골목이 되었다가그가 되었다가드디어 외로운 신호처럼보안등이 켜지자개의 이빨은 절제를 모르고갓 태어난 울음들이집요하고 가득한 밤을 향해오늘도 녹아가는 이빨을필사적으로 세우고 노을전망대에서 카폐로,,,, 걷고 놀았습니다

2025.11.03

너에게 / 정호승

너에게 / 정호승 가을비 오는 날나는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너의 빈손을 잡고가을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나는 한 송이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쓰러지지 않는다고차가운 담벼락에 기대서서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낙엽은 썩어서 너에게로 가고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데너는 지금 어느 곳어느 사막 위를 걷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바람 부는 들녘에 서서사라지지 않는너의 지평선이 되고 싶었다사막 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나는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늦가을비 내리던 날,,,, 내가 삶이 있어서 걷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2025.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