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4280

제비봉 소나무

가다가 / 이생진​​가다가 뒷걸음질 치며 하늘을 본다하늘을 보다가 구름을 본다구름이 스치고 가는 삼각산 왕바위그 바위를 한 바퀴 돌아오던 나나를 본다​하늘은 맑고구름은 가볍고바위는 무겁고소나무는 푸르고나는 늙었지만 심장은 따뜻해서아직도 내게 안기는 시가 따뜻하다남이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나는 눈물을 흘리며 반긴다가장 행복한 날에도, 때론 힘들고 외로운 날에도 기대어 살아 갑니다. 사람이건, 자연이건,,,, 오늘도 이 소나무 곁을 지나며 인사를 건냅니다 나를 웃게 하는 사람도 저 자신입니다. 참 좋은 날 입니다

2025.11.29

가을 밤 그대 편지를 기다립니다 / 고은영

가을 밤 그대 편지를 기다립니다 / 고은영 파리한 낯빛이황홀한 미소 머금어 물기 오르기까지흐르는 눈물은 강으로 가는 길인가 봅니다 낙엽 같은 고운향그리운 그대 편지를 기다리다가오늘처럼 비 내리는 날 카페 창가엔이슬 같기도 하고 안개꽃도 닮은물방울들이 쉬임없이 유리창에 부딪치다가고운 방울방울 흔적도 서럽습니다 가을에는 사람들은 편지를 쓴다 하더이다편지를 받는 게 아니라 편지를 쓴다 하더이다사랑이 많은 까닭입니다속절없는 가을 산등성이에 나풀거리는 그리움긴 장대에 매달고 홍시 같은 붉은 맘을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까닭입니다 가을비 내리는 창가 어두 운 귀퉁이정물처럼 쪼그려 앉아 진실을 말하건대나는 사랑을 기억하지 못합니다사랑이 얼굴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입은 있는지 또 귀는 열렸는지눈은 어떤 색인지 ..

2025.11.25

순례자의 기도 / 이해인

순례자의 기도 / 이해인​저무는 11월에 한 장 낙엽이 바람에 업혀 가듯그렇게 조용히 떠나가게 하소서​그 이름 사랑이신 주님사랑하는 이에게도 더러는 잊혀지는 시간을서러워하지 않는 마음을 주소서​길에서 만난 이들은 모두가 손님일 뿐아무도 내 최후의 행방을 묻는주인 될 수 없음을 알아듣게 하소서​그 이름 빛이신 주님한 점 흰구름 하늘에 실려가듯그렇게 조용히 당신을 향해 흘러가게 하소서​죽은 이를 땅에 묻고 와서도노래할 수 있는 계절 차가운 두 손으로촛불을 켜게 하소서​해 저문 가을 들녘에말없이 누워 있는 볏단처럼​죽어서야 다시 사는영원의 의미를 깨우치게 하소서백양사 대웅전 뒷편 모과나무에 단풍나무가 더불어 살아갑니다. 가을에 익어가는 단풍과 모과를 보면서 삶도 정해진 원칙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2025.11.24

11월의 나무처럼 / 이해인

11월의 나무처럼 / 이해인 사랑이 너무 많아도사랑이 너무 적어도사람들은 쓸쓸하다고 말하네요 보이게 보이지 않게큰 사랑을 주신 당신에게감사의 말을 찾지 못해나도 조금은 쓸쓸한 가을이에요 ​받은 만큼아니 그 이상으로내어놓은 사랑을 배우고 싶어요 욕심의 그늘로 괴로웠던 자리에고운 새 한마리 앉히고 싶어요 11월의 청빈한 나무들처럼나도 작별 인사를 잘 하며갈 길을 가야겠어요

2025.11.24

11월의 나무처럼 / 이해인

11월의 나무처럼 / 이해인 사랑이 너무 많아도사랑이 너무 적어도사람들은 쓸쓸하다고 말하네요 보이게 보이지 않게큰 사랑을 주신 당신에게감사의 말을 찾지 못해나도 조금은 쓸쓸한 가을이에요 ​받은 만큼아니 그 이상으로내어놓은 사랑을 배우고 싶어요 욕심의 그늘로 괴로웠던 자리에고운 새 한마리 앉히고 싶어요 11월의 청빈한 나무들처럼나도 작별 인사를 잘 하며갈 길을 가야겠어요

2025.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