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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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심사의 봄을 벗을 시간산 2022. 5. 4. 07:29
개심사 / 마종기 구름 가까이에 선 골짜기 돌아 스님 한 분 안보이는 절간 마당. 작은 불상 하나 마음 문 열어놓고 춥거든 내 몸 안에까지 들어오라네. 세상에서 제일 크고 넓은 색깔이 양지와 음지로 나뉘어 절을 보듬고 무거운 지붕 짊어진 허리 휜 기둥을, 비틀리고 찢어진 늙은 나무 기둥들이 몸을 언제나 단단하게 지니라고 하네. 절 주위의 나무 뿌리들은 땅을 헤집고나와 여기 저기 산길에 드러누워 큰 숨을 쉬고 어린 대나무들 파랗게 언 맨손으로 널려진 자비 하나라도 배워보라 손짓하네. 현존하는 당우로는 보물 제143호로 지정된 대웅전을 비롯하여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194호인 명부전(冥府殿),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358호인 심검당(尋劍堂), 무량수각(無量壽閣)·안양루(安養樓)·팔상전(八相殿)·객실·요사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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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 꽃 비 속에서 / 현미정삶 2022. 4. 26. 08:38
꽃비 꽃 비 속에서 / 현미정 그대가 오신다기에 푸르고 활짝 갠 하늘 보려고 창문을 열어봤어요 꽃비가 홀 홀 포로르 흩뿌려져 연분홍 융단을 깔아놨어요 마치 하늘에 별들이 모다 내려와 꽃 무리로 모여 앉아 내 사랑 기다리는 듯 산 노을 그림자 숨어들고 보이는 것들은 까만 칠 흙 속으로 빨려 들어간 고요뿐 향기로운 꽃 내음 수 만 길 가슴을 파는데 길 잃어 헤메시느라 밤이 되었나 가슴으로 타는 지름 호롱 불 되어 기다리는데 뀡한 마리 어디선가 구애의 노래를 하네 어머나 소스라 질듯 허리 감싸 앉는 등뒤에 당신 따사운 입 김 흰 목덜미에 흘리며 "나왔어 미안해 한 걸음으로 달려. 왔어" 너를 보는 것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라며 말했습니다 아 아 꿈이었나 꿈이었어요. 이 꽃 눈 내리는 야밤에 아름다운 봄의 끝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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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맛집, 간월암삶 2022. 3. 2. 19:43
노 을 / 기형도 하루 종일 지친 몸으로만 떠돌다가 땅에 떨어져 죽지 못한 햇빛들은 줄지어 어디로 가는 걸까 웅성웅성 가장 근심스런 색깔로 西行(서행)하며 이미 어둠이 깔리는 燒却場(소각장)으로 몰려들어 몇 점 폐휴지로 타들어가는 午後 6시의 참혹한 刑量(형량) 단 한 번 후회도 용서하지 않는 무서운 時間(시간) 바람은 긴 채찍을 휘둘러 살아서 빛나는 온갖 象徵(상징)을 몰아내고 있다. 都市(도시)는 곧 活字(활자)들이 일제히 빠져 달아나 速度(속도) 없이 페이지를 펄럭이는 텅 빈 한 권 冊(책)이 되리라. 勝負(승부)를 알 수 없는 하루와의 싸움에서 우리는 패배했을까. 오늘도 물어보는 사소한 물음은 그러나 우리의 일생을 텅텅 흔드는 것. 午後(오후) 6時(시)의 소각장 위로 말없이 검은 연기가 우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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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노을이고 싶습니다 / 김용호삶 2022. 2. 27. 22:11
아름다운 노을이고 싶습니다 / 김용호 내게 행운이 있어 당신과 좋은 인연으로 인해 행복이 움트고 있음 실감합니다. 때로는 원하신다면 당신의 그림자라도 되어 사뿐 사뿐 따라 다니고 싶어집니다 혼자 있을 때 당신과의 맺은 인연을 골똘히 생각하면 내 마음이 유쾌해집니다. 좋은 당신이 내게 존재하므로 내 마음이 단출해지고 행복해지고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 당신이 하도 좋아서 해거름에는 내가 당신 곁에 머물 수 있는 아름다운 노을이고 싶습니다. 바다를 보지 않햇다고, 바다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낙조를 기다려도, 매일 보여주시는 것도 아닙니다 집콕에서 무료함에, 콧구멍 찬바람이 그리웠습니다 간월암으로 달려서,,,, 자리를 잡고, 섭니다 사라지지는 않는데, 그리웠습니다 행복이 넘치는 상상 그 너머의 꿈을 꾸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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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마음속에 / 김용호삶 2022. 2. 4. 05:37
우리의 마음속에 / 김용호 초록의 꿈을 키우는 아름다운 산천에 바람이 지나 가야 할 곳이 있듯이 우리의 마음속에 아름다운 사랑이 지나 갈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강으로 이여 지는 계곡에 부드러운 물이 지나 가야 할 곳이 있듯이 우리의 협소한 마음속에 부드러운 이해가 지나 갈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면서 꺼지지 않는 촛불처럼 이런 저런 유혹과 갈등에 마음이 조금은 흔들려도 균열이 생겨서는 안될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위해 자기를 다 태우는 희생의 촛불 하나 우리의 마음속에 밝혔으면 참 좋겠습니다 등대처럼, 파도에 흔들리지 않는 소망, 꺽이거나, 흔들리지 않는 다짐을 늘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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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고 그름의 생각 너머 / 잘랄루딘 루머삶 2021. 12. 20. 18:51
옳고 그름의 생각 너머 / 잘랄루딘 루머 옳고 그름의 생각 너머에 들판이 있다. 그곳에서 당신과 만나고 싶다. 영혼이 그 풀밭에 누우면 세상은 더 없이 충만해 말이 필요 없고 생각, 언어, 심지어 서로라는 단어조차 그저 무의미할 뿐 누구에게나 친구가 있습니다 나이, 고향, 학연을 떠나서 다양한 사람을 만닙니다 힘들고, 절망적인 날,,,, 곁에 있어주고, 진실을 믿어주는 것, 소망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친구가 내일입니다 오늘도 내일이란 친구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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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년 수령의 느티나무가 물든 해미향교의 가을삶 2021. 11. 14. 21:05
해미읍성의 건너편 산기슭에 위치해 있습니다 내부는 공개하지 않지만 걷기, 나무와 말걸기,,,, 등 호젓함을 즐길 수 있습니다 1407년(태종 7)에 현유(賢儒)의 위패를 봉안, 배향하고 지방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하여 창건되었다. 숙종 때와 1844년(헌종 10)·1967년에 각각 중수하였다. 경내의 건물로는 대성전·동재(東齋)·서재(西齋)·내삼문(內三門) 등이 있으며, 대성전에는 5성(五聖), 송조4현(宋朝四賢), 우리 나라 18현(十八賢)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국가로부터 토지와 전적·노비 등을 지급받아 교관이 교생을 가르쳤으나, 갑오개혁 이후 신학제 실시에 따라 교육적 기능은 없어지고 봄·가을에 석전(釋奠)을 봉행하며 초하루·보름에 분향을 하고 있다. 소장전적으로는 판본 16종 81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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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고정희산 2021. 10. 23. 16:08
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고정희 고요하여라 너를 내가슴에 품고 있으면 무심히 지나는 출근 버스 속에서도 추운이들 곁에 따뜻한 차 한잔 끓이는 것이 보이고 울렁거려라 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여수 앞바다 오동도쯤에서 춘설속에 적동백 화드득 화드득 툭 터지는 소리 들리고 눈물겨워라 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중국 산동성에서 날아온 제비들 쓸쓸한 처마, 폐허의 처마밑에 자유의 둥지 사랑의 둥지 부드러운 혁명의 둥지 하나둘 트인 것 이 보이고. 가을 마지막 절기인 상강이 오늘이니, 끝을 향하여 달려갑니다 짧은 가을 시간을 잘 경영하여 더욱 행복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