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여행 136

1월의 시 / 이해인

1월의 시 / 이해인 첫눈 위에첫 그리움으로내가 써보는 네 이름 맑고 순한눈빛의 새 한 마리 나뭇가지에서 기침하며나를 내려다본다 자꾸 쌓이는 눈 속에네 이름은 고이 묻히고사랑한다 사랑한다 오늘 무수히 피어나는 눈꽃 속에나 혼자 감당 못할 한 방울의피와 같은 아픔도 눈밭에다 쏟아 놓고 가라 부디 고운저 분홍 가슴의 새는 자꾸 나를 재촉하고늘 1월은 다짐을 합니다. 세상살이에서 치이다 무색해지기도 하지만, 길을 나서는 시간입니다. 최고의 한 해를 만들기 위하여, 나를 깨우치는 시기 입니다. 순간의 가치를 찾는 것 입니다.「길을 찾을 것이다. 길이 없으면 내가 만들 것이다 --한니발-- 」란 말에서도 느끼지만 모든 길은 시작하기 전에는 무엇도 보이지 않습니다. 작은 변화를 통하여 성장하고자 합니다.

2026.01.05

11월의 나무처럼 / 이해인

11월의 나무처럼 / 이해인 사랑이 너무 많아도사랑이 너무 적어도사람들은 쓸쓸하다고 말하네요 보이게 보이지 않게큰 사랑을 주신 당신에게감사의 말을 찾지 못해나도 조금은 쓸쓸한 가을이에요 ​받은 만큼아니 그 이상으로내어놓은 사랑을 배우고 싶어요 욕심의 그늘로 괴로웠던 자리에고운 새 한마리 앉히고 싶어요 11월의 청빈한 나무들처럼나도 작별 인사를 잘 하며갈 길을 가야겠어요

2025.11.24

11월의 나무처럼 / 이해인

11월의 나무처럼 / 이해인 사랑이 너무 많아도사랑이 너무 적어도사람들은 쓸쓸하다고 말하네요 보이게 보이지 않게큰 사랑을 주신 당신에게감사의 말을 찾지 못해나도 조금은 쓸쓸한 가을이에요 ​받은 만큼아니 그 이상으로내어놓은 사랑을 배우고 싶어요 욕심의 그늘로 괴로웠던 자리에고운 새 한마리 앉히고 싶어요 11월의 청빈한 나무들처럼나도 작별 인사를 잘 하며갈 길을 가야겠어요

2025.11.23

간월암의 가을

섬 / 정현종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그 섬에 가고 싶다.가난은가난한 사람을 울리지 않는다.가난하다는 것은가난하지 않은 사람보다오직 한 웅큼만 덜 가졌다는 뜻이므로늘 가슴 한쪽이 비어있다.거기에사랑을 채울 자리를 마련해 두었으므로사랑하는 이들은가난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 정현종사람이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앉아 있거나차를 마시거나잡담으로 시간에 이스트를 넣거나그 어떤 때거나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그게 저 혼자 피는 풍경인지내가 그리는 풍경인지그건 잘 모르겠지만사람이 풍경일 때처럼행복한 때는 없다 가을 햇볕 아래 나들이 객들이 풍경이 되었습니다. 굴 캐는 아낙도,,,, 오늘도 모두가 걷는 걸음 걸음이 행복되십시요

2025.11.11

고요를 찾아서 / 정호승

고요를 찾아서 / 정호승나는 소란한 고요가 좋다고요한 고요보다 소란한 고요를 찾아너에게로 가려 했으나고요한 고요가 너무 고요해서지금 고요를 찾아 떠날 수가 없다​무릎을 꿇고 두 손 을 모으고너에게로 달려가소란한 고요의 자세를 완성하려 했으나고요한 고요를 떠날 수 없어나는 지금 고요를 깨뜨릴 도끼를 들고 있다고요는 고요를 깨뜨려야 고요하다고요는 고요에 있지 않고 소란한 길 위에 있다신발과 자동차가 다니는 길바닥에 있다길 위의 비둘기를 보라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의 바닥을 보며 고요하다내가 찾아가야 할 너는 부디내가 도끼로 고요를 깨뜨릴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소란한 고요를 찾아 고요하라개심사 지붕 위에 가을볕이 가득합니다. 사람의 만남도 편안함이 좋듯이 자연과의 만남도 그렇습니다. 좋아하는데 이유없이 좋아하는..

2025.11.10

서산 중앙리 포구의 일몰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 고정희무덤에 잠드신 어머니는선산 뒤에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말씀보다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석양 무렵 동산에 올라가적송밭 그 여백 아래 앉아 있으면서울에서 묻혀온 온갖 잔소리들이방생의 시냇물 따라들 가운데로 흘러흘러 바다로 들어가고바다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 것은 뒤에서팽팽한 바람이 멧새의 발목을 툭, 치며다시 더 큰 여백을 일으켜막막궁산 오솔길로 사라진다오 모든 사라지는 것들 뒤에 남아있는둥근 여백이여 뒤안길이여모든 부재 뒤에 떠오르는 존재여여백이란 쓸쓸함이구나쓸쓸함 또한 여백이구나그리하여 여백이란 탄생이구나나도 너로부터 사라지는 날내 마음의 잡초 다 스러진 뒤네 사립에 걸린 노을 같은, 아니면네 발 아래로 쟁쟁쟁 흘러가는 시냇물 같은고요한 여백으로 남고 싶다그 아..

2025.07.11

수국을 보며 / 이해인​

수국을 보며 / 이해인​ ​기도가 잘 안되는여름 오후수국이 가득한 꽃밭에서더위를 식히네​꽃잎마다.하늘이 보이고구름이 흐르고잎새마다.물 흐르는 소리​각박한 세상에도서로 가까이 손 내밀며원을 이루어 하나 되는 꽃​혼자서 여름을 앓던내 안에도 오늘은푸르디 푸른한다발의 희망이 피네​수국처럼 둥근 웃음내 이웃들의 웃음이꽃무더기로 쏟아지네 수국은 처음에는 연한 자주색에서 연한 붉은색으로 변한답니다. 요즘은 개량을 많이해서 그런지 자주색, 백색, 붉은색, 파란색 등 꽃색깔도 정말 다양합니다. 탐스럽지만 화려하게 느껴지지 않으며 부드러움과 여유를 주는것 같아서 포근하게 느껴지는 꽃입니다.서산 부석사 일주문에서 소담스러운 수국에 취합니다

2025.07.05

겹벚꽃 놀이 개심사서 마무리 합니다

평화 / 김남조누구라도 그를 부르려면속삭임으론 안 된다자장가처럼 노래해도 안 된다사자처럼 포효하며평화여, 아니 더 크게평화여, 천둥 울려야 한다그 인격과 품위그 아름다움그가 만인의 연인인 점에서도새 천년 이쪽저쪽의 최고인물인평화여 평화여부디 오십시오, 라고사춘기의 순정으로피멍 무릅쓰고 혼신으로 연호하며그 이름 불러야 한다 머리와 입으로 나누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 진정한 사랑은 , 이해, 관용, 동화, 자기낮춤이 선행된다. 나는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까지 내려오는데 필십년이 걸렸다 (바보가 바보들에게 중 , 김수환 추기경님)

2025.05.06

봄 / 유안진

봄 / 유안진저 쉬임 없이 구르는 윤회의 수레바퀴 잠시 멈춘 자리 이승에서, 하 그리도 많은 어여쁨에 홀리어 스스로 발길 내려 놓은 여자, 그 무슨 간절한 염원 하나 있어 내 이제 사람으로 태어났음이랴​머언 산 바윗등에 어리 운 보랏빛, 돌담을 기어오르는 봄 햇살, 춘설을 쓰고 선 마른 갈대대궁 그 깃에 부는 살 떨리는 휘파람 얼음 낀 무논에 알을 까는 개구리 실뱀의 하품소리, 홀로 찾아든 남녘 제비 한마리 선머슴의 지게 우에 꽂혀 앉은 진달래꽃······​처음 나는 이 많은 신비에 넋을 잃었으나 그럼에도 자리 잡지 못하는 내 그리움의 방황 아지랑이야 어쩔 샘이냐 나는 아직 춥고 을씨년스러운 움집에서 다순 손길 기다려지니속눈썹을 적시는 가랑비 주렴 너머 딱 한 번 눈 맞춘 볼이 붉은 소년 ​내 너랑 첫눈..

2025.03.01

봄길 / 정호승

봄길 / 정호승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있다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봄길이 되어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보라사랑이 끝난 곳에서도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사랑이 되어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ㅡ시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창비, 1997. 답답한 현실에 낑낑대다가,,,  간월암 바다로 왔습니다, 호젓한 일몰 앞에서 호사를 합니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라고,,,,  삶의 무게를 즐겨 봅니다.자신을 진실로 사랑하게 되면 천국에서는 물론이고,현실에서도 보답받게 된다 --니체 --

2025.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