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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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12 / 김광규삶 2020. 11. 28. 23:23
그림자 12 / 김광규 굴곡진 생의 뒤안길 물끄러미 바라보네 그림자는 그림자가 아니라 그 이름이 그림자일 뿐 마음 비우면 저렇게 가볍게 몸 깎으면 저토록 얇게 될 수도 있네 껍질을 벗긴 과일처럼 화장을 지운 여인처럼 내면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화려를 버려 더욱 빛나는 들꽃이든 나를 잃고 나를 알아 그림자로 살아가네 ㅡ출처 :시집 『그림자』(도서출판 답게, 2020) 조금은 지난 가을 사집입니다 용비지에서 즐거웠던 추억이기도 하구요 미루다 이제서 몇 장 창고에서 꺼내봅니다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나대로 살고 싶다, 어릴적 꿈이 였는데,,,, 삶도, 자연도, 시간도,,,, 지나간 자리엔 흔적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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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의 아름다움으로 달려가는 개심사산 2020. 11. 4. 22:22
가을에는 / 최영미 내가 그를 사랑한 것도 아닌데 미칠 듯 그리워질 때가 있다 바람의 손으로 가지런히 풀어놓은, 뭉게구름도 아니다 양떼구름도 새털구름도 아니다 아무 모양도 만들지 못하고 이리저리 찢어지는 구름을 보노라면 내가 그를 그리워한 것도 아닌데 그가 내 속에 들어온다 뭉게뭉게 피어나 양떼처럼 모여 새털처럼 가지런히 접히진 않더라도 유리창에 우연히 편집된 가을처럼 한 남자의 전부가 가슴에 뭉클 박힐 때가 있다 무작정 눈물이 날 때가 있다 가을에는, 오늘처럼 곱고 투명한 가을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으로 문턱을 넘어와 엉금엉금, 그가 내 곁에 앉는다 그럴 때면 그만 허락하고 싶다 사랑이 아니더라도, 그 곁에 키를 낮춰 눕고 싶다 여기부터는 지난 새벽에 다녀온 사진입니다 아무도 없는 길을 오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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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익어가는 서산 해미읍성 걷기삶 2020. 11. 1. 12:32
오직 사랑때문에 (순교자를 위한 시) / 이해인 번번이 결심을 하면서 세속적 욕망을 떨쳐 버리지 못하는 비열한 마음 죄를 짓고도 절절히 뉘우칠 줄 모르는 무딘 마음 믿음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지 못하는 냉랭한 마음 우리의 이러한 마음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 안에 피흘리며 울고 계신 님들이여 어서 산이 되어 일어나 말씀하소서 고통의 높은 산을 넘어 끝내는 목숨 바칠 수 있는 믿음만이 믿음이라고 - 어서 굽이치는 강이 되어 소리치소서 고통의 깊은 강을 건너 끝내는 죽을 수 있는 사랑만이 사랑이라고 - 남들이 가지 않으려는 가파른 생명의 길 고독한 진리의 길을 그리스도와 함께 끝까지 걸어 그리스도와 함께 승리하신 님들이여 이제 우리도 가게 하소서 어제의 환상이 아닌 오늘의 아픔의 무게 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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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물들어 가는 개심사산 2020. 10. 25. 23:37
가을 / 김용택 가을입니다 해질녘 먼 들 어스름이 내 눈 안에 들어섰습니다 윗녘 아랫녘 온 들녘이 모두 샛노랗게 눈물겹습니다 말로 글로 다 할 수 없는 내 가슴속의 눈물겨운 인정과 사랑의 정감들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해 지는 풀섶에서 우는 풀벌레들 울음소리 따라 길이 살아나고 먼 들 끝에서 살아나는 불빛을 찾았습니다 내가 가고 해가 가고 꽃이 피는 작은 흙길에서 저녁 이슬들이 내 발등을 적시는 이 아름다운 가을 서정을 당신께 드립니다. 새벽에 국화축제를 하는 개심사에 다녀옵니다 가을이 익어 갑니다 서어나무 나뭇자기에 매달린 ㄱㅏ을을 잡아당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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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산을 지나며 / 나호열삶 2020. 9. 4. 16:12
병산을 지나며 / 나호열 어디서 오는지 묻는 이 없고 어디로 가는지 묻는 이 없는 인생은 저 푸른 물과 같은 것이다 높은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어리석음이 결국은 먼 길을 돌고 돌아 제 자리로 돌아오는 것임을 짧은 인생이 뉘우친다 쌓아 올린 그 키 만큼 탑은 속절없이 스러지고 갖게 기어가는 강의 등줄기에 세월은 잔 물결 몇 개를 그리다 만다 옛 사람이 그러하듯이 나도 그 강을 건널 생각 버리고 저 편 병산의 바위를 물끄러미 쳐다보려니 몇 점 구름은 수줍은듯 흩어지고 돌아갈 길을 줍는 황급한 마음이 강물에 텀벙거린다 병산에 와서 나는 병산을 잊어버리고 병산이 어디에 있느냐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개심사 지난 사진을 보면서, 가을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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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 김현태산 2020. 9. 3. 14:54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 김현태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누워 같은 하루를 바라보는 저 연인에게도 분명 우리가 다 알지 못할 눈물겨운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겨울 꽃보다 더 아름답고 사람안에 또 한사람을 잉태할 수 있게 함이 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나무와 구름사이 바다와 섬사이 그리고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천 수만번의 애닯고 쓰라린 잠자리 날개짓이 숨쉬고 있음을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은 서리처럼 겨울 담장을 조용히 넘어오기에 한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한다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먹구름처럼 흔들거리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