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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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 오세영음식 2024. 1. 2. 21:20
바닷가에서 / 오세영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 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아라 홀로 견딘다는 것은 순결한 것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스스로 자신을 담내하는 자의 의지가 거기 있다 어느 포구에 횟집,,, 아귀는 걸리고,,, 풍경은 나의 것 온전한 겨울 입니다 그리고 참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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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 강대실음식 2023. 7. 29. 12:31
국수 / 강대실 고향 찾아갈 때는 관방제 초입 포장친 집에 들러 국수 한 대접 하고 간다 처마 밑 비집고 들어서 틈서리 목로에 자리잡고 앉으면 국수 한 그릇 꼬옥 먹고 잡더라만, 그냥 왔다시며 허리춤에 묻어온 박하사탕 몰려든 자식들에게 물리시던 어머니, 훈훈한 미소 뒤에 갈앉친 허기진 그 모습 원추리 새순처럼 솟아 국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배고픔 대신 채우고 간다. 덥습니다 ㅎ 숨을 쉽시다요 너, 나 할 것 없이, 폐쇄적인 일상 때문에 더 숨이 막히지만,,,,? 질식할 것 같은 상황을 잊어 버리는 것은 , 먹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골목의 식당에서 뜨겁게, 얼큰하게,,,, 칼국수 한그릇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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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저녁 풍경 / 노향림음식 2022. 8. 5. 08:15
내 안의 저녁 풍경 / 노향림 배밭 너머 멀리 저녁 구름이 걸렸다 필라멘트 불빛처럼 역광이 구름 틈새로 새 나오고 당신은 아직도 바다를 향해 앉아 있다 등 돌려 텅 빈 독처럼 앉아 있는 당신에게 시간은 저녁을 가득하게 퍼 담고 있어 하얗게 지는 배꽃들이 당신의 발등과 무릎 어깨 머리 위로 마구 떨어진다 바다 위에서는 새들이 한쪽 발을 들고 머리를 주억거린다 그들이 이따금 모래톱을 긴 부리로 물고 나는 사이 떠돌던 당신 마음은 어떤 빛일까 밤은 저만치 젖은 날개 터는 소리로 파도 위로 걸어오고 그렇게 당신은 오래도록 생각에 잠긴다 시집 창비. 2019 이번주 일요일이 가을로 들어선다는 입추입니다 쉬엄쉬엄 가도 가을은 옆에 있는듯 합니다 시원하게 출발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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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음식, 새봄을 맞으며, 봄비 듣다음식 2022. 3. 26. 05:52
봄비 / 김용택 어제는 하루종일 쉬지도 않고 고운 봄비가 내리는 아름다운 봄날이었습니다 막 돋아나는 풀잎 끝에 가 닿는 빗방울들, 풀잎들은 하루종일 쉬지 않고 가만가만 파랗게 자라고 나는 당신의 살결같이 고운 빗줄기 곁을 조용조용 지나다녔습니다 이 세상에 맺힌 것들이 다 풀어지고 이 세상에 메마른 것들이 다 젖어서 보이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는 내 마음이 환한 하루였습니다. 어제는 정말 당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고운 당신이 하얀 맨발로 하루종일 지구 위를 가만가만 돌아다니고 내 마음에도 하루종일 풀잎들이 소리도 없이 자랐답니다. 정말이지 어제는 옥색 실같이 가는 봄비가 하루 종일 가만가만 내린 아름다운 봄날이었습니다. 밴뎅이회 밴뎅이회무침 어제는 예수금 추진하러 갔다가, 안산 금산식당에서 거하게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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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봄 나들이음식 2022. 3. 22. 18:45
봄 / 신달자 선물을 싼 줄은 절대로 가위로 싹둑 자르지 마라 고를 찾아 서서히 손끝을 떨며 풀어내야지 온몸이 끌려가는 집중력으로 그 가슴을 열어가면 따뜻한 줄 하나 언 땅 밑에서 조용조용 끌려 나오려니 우주의 하체가 손끝에 움찔 닿으리 곧 선물의 정체가 보이리라. 시골집에서 겨울을 지난 쓰레기들을 정리하고, 밭에서 냉이와 시금치, 취나물을 득템하여, 봄을 비볐습니다 냉이와 취나물은 튀김으로,,, 시금치와 취나물 일부는 무침으로,,,, 베이스는 무우 생채입니다 새봄을 좋아하는 사람, 망설임 없이 다가서야 합니다 삶도, 사랑도, 고백은 용기입니다 어느 시간이든지, 망설이다, 훅 지나가면, 그때서 벌써 지나가네,,,, 망설임이란 존재는, 나의 봄으로 만들 수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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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나물 튀김으로 봄 시작음식 2022. 3. 18. 21:34
봄 가지를 꺾다 / 박성우 상처가 뿌리를 내린다 화단에 꺾꽂이를 한다 눈시울 적시는 아픔 이 악물고 견뎌내야 넉넉하게 세상 바라보는 수천 개의 눈을 뜰 수 있다 봄이 나를 꺾꽂이한다 그런 이유로 올 봄엔 꽃을 피울 수 없다 하여도 내가 햇살을 간지러워하는 건 상처가 아물어가기 때문일까 막무가내로 꺾이는 상처, 없는 사람은 꽃눈을 가질 수 없다 상처가 꽃을 피운다 새로운 봄에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걱정도 좀 버리고 편하게 먹자 어른이라고 언제나 잘 할 필요도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