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시 142

가을 밤 그대 편지를 기다립니다 / 고은영

가을 밤 그대 편지를 기다립니다 / 고은영 파리한 낯빛이황홀한 미소 머금어 물기 오르기까지흐르는 눈물은 강으로 가는 길인가 봅니다 낙엽 같은 고운향그리운 그대 편지를 기다리다가오늘처럼 비 내리는 날 카페 창가엔이슬 같기도 하고 안개꽃도 닮은물방울들이 쉬임없이 유리창에 부딪치다가고운 방울방울 흔적도 서럽습니다 가을에는 사람들은 편지를 쓴다 하더이다편지를 받는 게 아니라 편지를 쓴다 하더이다사랑이 많은 까닭입니다속절없는 가을 산등성이에 나풀거리는 그리움긴 장대에 매달고 홍시 같은 붉은 맘을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까닭입니다 가을비 내리는 창가 어두 운 귀퉁이정물처럼 쪼그려 앉아 진실을 말하건대나는 사랑을 기억하지 못합니다사랑이 얼굴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입은 있는지 또 귀는 열렸는지눈은 어떤 색인지 ..

2025.11.25

11월의 나무처럼 / 이해인

11월의 나무처럼 / 이해인 사랑이 너무 많아도사랑이 너무 적어도사람들은 쓸쓸하다고 말하네요 보이게 보이지 않게큰 사랑을 주신 당신에게감사의 말을 찾지 못해나도 조금은 쓸쓸한 가을이에요 ​받은 만큼아니 그 이상으로내어놓은 사랑을 배우고 싶어요 욕심의 그늘로 괴로웠던 자리에고운 새 한마리 앉히고 싶어요 11월의 청빈한 나무들처럼나도 작별 인사를 잘 하며갈 길을 가야겠어요

2025.11.24

11월의 나무처럼 / 이해인

11월의 나무처럼 / 이해인 사랑이 너무 많아도사랑이 너무 적어도사람들은 쓸쓸하다고 말하네요 보이게 보이지 않게큰 사랑을 주신 당신에게감사의 말을 찾지 못해나도 조금은 쓸쓸한 가을이에요 ​받은 만큼아니 그 이상으로내어놓은 사랑을 배우고 싶어요 욕심의 그늘로 괴로웠던 자리에고운 새 한마리 앉히고 싶어요 11월의 청빈한 나무들처럼나도 작별 인사를 잘 하며갈 길을 가야겠어요

2025.11.23

양구를 지나며,,,

목마와 숙녀 / 박인환한잔의 술을 마시고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가을 속으로 떠났다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그러나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세월은 가고 오는것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 보아야 한다 등대에불이 보이지 않아도거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우리는 ..

2025.10.26

10월의 기도/이해인

10월의 기도/이해인언제나 향기로운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좋은 말과 행동으로 본보기가 되는사람 냄새가 나는 향기를 지니게 하소서타인에게 마음의 집이 되는 말로상처를 주지 않게 하소서상처를 받았다기보다 상처를 주지 않았나먼저 생각하게 하소서늘 변함없는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살아가며 고통이 따르지만변함없는 마음으로 한결같은 사람으로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소서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게 하시고마음에 욕심을 품으며 살게 하지 마시고비워두는 마음 문을 활짝 열게 하시고남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게 하소서무슨 일이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게 하소서아픔이 따르는 삶이라도 그 안에 좋은 것만 생각하게 하시고건강 주시어 나보다 남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주소서10월에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게 하소서더욱 넓은 ..

2025.10.01

김장배추가 커가면서 가을로 달려갑니다

가을편지 / 노향림​안녕하세요? 가을입니다.발끝까지 풀려버려허한빛으로 흩날리고 있군요.​발 밑에흔적처럼 남은물이나 쓸쓸함.​기댈 곳 없는 나는 재채기를 쏟아냅니다.그동안 기대던 가난한 식구와낡은 가구와 해골 같은 한편의 시를 버리고등언저리를 모두 비어놓았습니다.아무 한 일 없이, 누구도 만난 일 없이가을과 나는 한 몸이어서다 해진 하늘, 마른 햇볕을 자꾸 쏟아냅니다.스물스물 빠져나가던 가을은다시 무엇이 되어 나와 함께누렇게 시들어가고 있는지어디 들판에 흩어져 있는지선천성 약질인 폐를 부풀리는 나무 곁에함께 누워있는지두리번댑니다.두리번대도 온통 가을뿐이예요.씌어질 때 씌어지더라도씌어지지 않는 단 한 줄의우리 고통, 안녕!배추를 심고 10일-15일에 1차 비료를 주었습니다. 덥고, 비가 넘 내려서 걱정했습..

2025.09.21

가을여행, 주천 생태공원에서

가을 그림자 / 김재진  가을은 깨어질까 두려운 유리창흘러온 시간들 말갛게 비치는갠 날의 연못저물도록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 찾으러집 나서는황혼은물 빠진 감잎에 근심 들이네.가을날 수상한 나를 엿보는그림자는 순간접착제.빛 속으로 나선 여윈 추억 들춰내는가을은여름이 버린 구겨진 시간표.  가을여행,,,어느 선택이 가장 멋진 선택이었는지는 모릅니다 시간이 흘러서 나이도 가을이 된 지금,미치도록 가슴 뛰는 일을 찿는 것은 무리이지만,내일을 기대하는 삶으로 달려가는 가을이기를 소망해봅니다

2024.11.03

깊어가는 가을 / 이해인

깊어가는 가을 / 이해인  하늘은 높아 가고마음은 깊어 가네꽃이 진 자리마다열매를 키워 행복한나무여바람이여슬프지 않아도안으로 고여오는 눈물은그리움 때문인가가을이 오면어머니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고멀리 있는 친구가 보고 싶고죄 없어 눈이 맑았던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고 싶네친구여너와 나의 사이에도말보다는 소리 없이강이 흐르고이제는 우리더욱 고독해져야겠구나남은 시간 아껴 쓰며언젠가 떠날 채비를서서히 해야겠구나잎이 질 때마다한 움큼의 시(詩)들을 쏟아내는나무여바람이여영원을 향한 그리움이어느새 감기 기운처럼 스며드는 가을하늘은 높아 가고기도는 깊어 가네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 황지..

2024.10.16

서산 해미향교의 가을

오래된 가을 / 천양희 돌아오지 않기 위해 혼자 떠나 본 적이 있는가 ​ 새벽 강에 나가 홀로 울어 본 적이 있는가 ​ 늦은 것이 있다고 후회해 본 적이 있는가 ​ 한 잎 낙엽같이 버림받은 기분에 젖은 적이 있는가 ​ 바람 속에 오래 서 있어 본 적이 있는가 ​ 한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이 있는가 ​ 증오보다 사랑이 조금 더 아프다고 말한 적이 있는가 그런 날이 있는가 ​ 가을은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는 것 보라, 추억을 통해 우리는 지나간다 아픔없이 살아온 삶이 없듯이 아쉬움도 곳곳에 많습니다 낙엽의 바스락 소리에 시간이 가고, 늦가을 임을 느낍니다 시간은 많은 것을 무디고, 덤덤하게 합니다 만추의 풍경을 걸으며 생각해봅니다 생사를 넘나드는 사람의 간절한 기도는 무엇일까요? 훌훌 벗어 버리..

2023.11.14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 김준엽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 김준엽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가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랑스럽게 말을 할 수 있도록 내 ..

2023.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