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시
-
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고정희산 2021. 10. 23. 16:08
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고정희 고요하여라 너를 내가슴에 품고 있으면 무심히 지나는 출근 버스 속에서도 추운이들 곁에 따뜻한 차 한잔 끓이는 것이 보이고 울렁거려라 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여수 앞바다 오동도쯤에서 춘설속에 적동백 화드득 화드득 툭 터지는 소리 들리고 눈물겨워라 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중국 산동성에서 날아온 제비들 쓸쓸한 처마, 폐허의 처마밑에 자유의 둥지 사랑의 둥지 부드러운 혁명의 둥지 하나둘 트인 것 이 보이고. 가을 마지막 절기인 상강이 오늘이니, 끝을 향하여 달려갑니다 짧은 가을 시간을 잘 경영하여 더욱 행복하십시요
-
가을이 내게 준 사랑 /김석환삶 2021. 10. 18. 21:15
가을이 내게 준 사랑 /김석환 파란 하늘에 떠있는 새털구름이 가을을 수놓고 길가에 핀 가녀린 코스모스 방긋 웃는다 가을 바람에 실려 온 그대의 향기 아직도 기억 속에 남은 꿈 같은 사랑 그대 못 잊어 가슴으로 흘렸던 눈물 내 가슴 깊은 곳에 옹달샘이 되었고 그리움은 쌓여 가을 낙엽이 되었다 그토록 사무친 그리움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 보고 싶은 얼굴 언제쯤 당신을 잊을 수 있을까 잊으려하면 더 그립고 잊으려 애를 쓰면 살포시 내려앉은 당신의 하얀 미소 이룰 수 없는 사랑이지만 당신은 나의 보석 같은 사람 소슬바람 옷깃에 스미면 그대가 그리워 얼마나 가슴 태웠던가 어느 날 새벽 창가에 기대어 그리움을 삼키며 눈시울 적실 때 별들도 나와 함께 울었다 핑크뮬리를 보면서 두근거림이 있던 시절로 돌아갑니다 부족..
-
가을 여행 / 용혜원삶 2021. 10. 17. 22:32
가을 여행 / 용혜원 집요하게 파고드는 쓸쓸함에 기가 꺾여 미간 찌푸리며 초라하게 살지말고 가방 하나 둘러메고 훌쩍 여행을 떠나자 찬 바람이 불어오는 날이면 유난히 허전해지는 마음조차 활짝 열어주고 감탄케 하는 가을을 찾아 떠나자 뼈만 남아 앙상해져 가는 나뭇가지 사이로 파란 하늘이 미치도록 아름다워 숨이 막힐 지경이다 기분 좋게 불어오는 갈바람을 가슴에 가득 담고 마음을 갈라 놓았던 잡된 생각은 꺼내어 버리자 오늘도 내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그것도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은 더욱 행복하다 돈 받으며 산에 가고 돈 받으며 사진 촬영하고 서너 시간을 운전하며 다녀오는 것,,,,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유 중 하나를 고른다면? 하고싶은 일, 좋아 하는 일을 하는 것일 것이다 가을 여행은 우리를 특..
-
다행이다 / 윤보영삶 2021. 10. 8. 22:55
다행이다 / 윤보영 세상에 외롭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다. 알고 보면 가진 사람이나 가지지 못한 사람이나 가슴에는 외로움이 있기 마련 보기에는 외롭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다 외로울거다. 하지만 나는 커피 한 잔 앞에 두고 그 외로움을 즐길 줄 아니 참 다행이다. 주목받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판에서 누렇게 익어 갑니다 결과의 계절에 특별한 선물은 울림입니다 그들은 가을의 꿈에서 피하지 않았습니다 포기한 것은 우리였습니다 나의 삶 속에서 무엇인가를 찿아나서 봅니다
-
가을햇살 / 오광수삶 2021. 10. 2. 23:09
가을햇살 / 오광수 등 뒤에서 살짝 안는 이 누구신가요? 설레이는 맘으로 뒤돌아 보니 산모퉁이 돌아온 가을 햇살이 아슴 아슴 남아있는 그사람 되어 단풍 조막손 내밀며 걷자 합니다 나릿물 떠내려온 잎 하나 눈에띄어 살가운 마음으로 살며시 건졌더니 멀리본 늦가을 산이 손안에서 고와라 사무실 인근에 코스모스 밭이 조성되어 가을을 선물합니다 인근에 사람을 만나서 커피 마시고, 둘러보고 왔습니다 아름다운 가을입니다 장상인님의 커피 한 잔으로 떠나는 세계여행을 읽으며 배운 것? 커피를 마실 때, 1/3은 원액으로 맛을 깊이 음미하고, 1/3은 설탕을 넣어서, 1/3은 우유를 넣어서 마시라는 겁니다 가을도, 초기, 중기, 말기로 나눠서 느껴보면 어떨까 합니다 ㅎㅎ
-
10월의 기도 / 이해인삶 2021. 10. 1. 07:22
10월의 기도 / 이해인 언제나 향기로운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 좋은 말과 행동으로 본보기가 되는 사람냄새가 나는 향기를 지니게 하소서 타인에게 마음의 짐이 되는 말로 상처를 주지 않게 하소서 상처를 받았다기보다 상처를 주지는 않았나 먼저 생각하게 하소서 늘 변함없는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 살아가며 고통이 따르지만 변함없는 마음으로 한결같은 사람으로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게 하시고 마음에 욕심을 품으며 살게 하지 마시고 비워두는 마음 문을 활짝 열게 하시고 남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게 하소서 무슨 일이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게 하소서 아픔이 따르는 삶이라도 그안에 좋은 것만 생각하게 하시고 건강 주시어 나보다 남을 돌볼 수 있는 능력을 주소서 10월에는 많은 사람..
-
내 속의 가을 / 최영미삶 2021. 9. 25. 20:40
내 속의 가을 / 최영미 바람이 불면 나는 가을이다 높고 푸른 하늘이 없어도 뒹구는 낙엽이 없어도 지하철 플랫폼에 앉으면 시속 100킬로로 달려드는 시멘트 바람에 낡은 초상들이 몰려왔다 흩어지는 창가에 서면 나는 가을이다 따뜻한 커피가 없어도 녹아드는 선율이 없어도 바람이 불면 5월의 풍성한 잎들 사이로 수많은 내가 보이고 거쳐온 방마다 구석구석 반짝이는 먼지도 보이고 어쩌다 네가 비치면, 가을이다 담배연기도 뻣뻣한 그리움 지우지 못해 알루미늄 새시에 잘려진 풍경 한 컷, 우수수 네가 없으면 나는 가을이다 팔짱을 끼고 가-을 오늘은 이른 새벽에 저수지 둘레길을 걸었습니다 복잡한 시간이 얽혀서 돌아가지만, 결론은 시간의 길을 따라 여행을 합니다 혼자 살 수는 없는 세상이지만, 자연스레..
-
반쯤 깨진 연탄 / 안도현산 2021. 9. 12. 22:12
반쯤 깨진 연탄 / 안도현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나를 끝 닿는데 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연탄,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의 존재도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장을 한번 보고 싶은 것이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뜨거운 밑불위에 지금은 인정머리없는 차가운, 갈라진 내 몸을 얹고 아랫쪽부터 불이 건너와 옮겨 붙기를 시간의 바통을 내가 넘겨 받는 순간이 오기를 그리하여 서서히 온몸이 벌겋게 달아 오르기를 나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보고 싶은 것이다 모두들 잠든 깊은 밤에 눈에 빨갛게 불을 켜고 구들장 속이 얼마나 침침하니 손을 뻗어 보고 싶은 것이다 나로 하여 푸근한 잠 자는 처녀의 등허리를 밤새도록 슬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