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시 136

바닷가 우체국 / 안도현

바닷가 우체국 / 안도현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우체국이 있다. ​ 나는 며칠 동안 그마을에 머물면서 옛사랑이 살던 집을 두근거리며 쳐다 보듯이 오래오래 우체국을 바라보았다. ​ 키 작은 측백나무 울타리에 둘러싸인 우체국은 문 앞에 붉은 우체통을 세워두고 하루 내내 흐린 눈을 비비거나 귓밥을 파기 일쑤였다. ​ 우체국이 한 마리 늙고 게으른 짐승처럼 보였으나 나는 곧 그 게으름을 이해할 수 있었다 ​ 내가 이곳에 오기 아주 오래전부터 우체국은 아마 두 눈이 짓무르도록 수평선을 바라보았을 것이고 그리하여 귓속에 파도소리가 모래처럼 쌓였을 것이었다 ​ 나는 세월에 대하여 말하지만 결코 세월을 큰 소리로 탓하지는 않으리라 한번은 엽서를 부치러 우체국에 갔다가 줄지어 소풍 가는 유치원 아이들을 만난 적이 있다..

2021.08.29

가을이 가기전에 다시 찿은 무량사,,,!

그대 그리운 날이 있습니다. / 김영주 불현 듯 잊었던 기억들이 마음 한구석 싹이 트고 어쩌지 못하는 아픈 눈물이 흐르는 그대 그리운 날이 있습니다 처음으로 돌아가 하나하나 기억 해내며 간절한 마음들을 꺼내고 싶은 그대 그리운 날이 있습니다 그대 만남들이 추억이라는 기억으로 남아 들추어 낼 수 없어 아픈 눈물 떨어 버리고 마는 그대 그리운 날이 있습니다 보고 싶지만 가슴 저리도록 왠, 종일 생각나지만 그럴 수 없어 참아야 하는 안타까운 그대 그리운 날이 있습니다. 올갱이 해장국으로 점심, 벌써 지난주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가을여행은 내가 멈추고 싶으면 멈추고, 바라보며, 멍 때리고 싶은면 할 수 있어야지 합니다 우리는 아직도 우리의 시간을 그리하지 못했고 우리의 삶도 내 맘대로 멈춰보지 못했는지 모릅니다 ..

2020.11.14

가을이 참 좋다 / 김재덕

가을이 참 좋다 / 김재덕 갈바람이 열정을 식혀주고 코스모스 허수아비 덩실거리는 춤에 잎새의 가슴이 덩달아 붉어지려는 가을이 참 좋다 쪽빛 하늘이 황금 물결에 웃음 짓고 다람쥐 볼때기의 행복한 고민으로 또 다른 미래가 열릴 것 같은 가을이 참 좋다 아직은 녹음 짙은 산등성이에 옹기종기 모인 뭉게구름 수다가 솔깃한 태양이 사랑질하는 저녁놀의 가을이 참 좋다 오색으로 물들어 알콩달콩 속삭이다 황망을 안, 빈 가슴 바스락거릴지라도 뜨거웠던 만큼 하얀 세상을 동경하는 가을이 참 좋다. 새벽에 먼 길을 떠납니다 낙엽이 진 자작나무숲이 그리워졌습니다 홀가분하게 옷을 벗은 곳에서 저도 버리고 오겠습니다 가진것도, 지고 있는 것도, 가지려고 움켜진것도, 너무 무겁습니다

2020.11.12

가을 편지 / 양광모

가을 편지 / 양광모 9월과 11월 사이에 당신이 있네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천진한 웃움 지으며 종일토록 거니는 흰 구름 속에 아직은 녹색이 창창한 나뭇잎 사이 저 홀로 먼저 얼굴 붉어진 단풍잎 속에 이윽고 인적 끊긴 공원 벤치 위 맑은 눈물처럼 떨어져 내리는 마른 낙엽 속에 잘 찾아오시라 새벽 창가에 밝혀 놓은 작은 촛불의 파르르 떨리는 불꽃 그림자 속에 아침이면 어느 순간에나 문득 찾아와 터질 듯 가슴 한껏 부풀려 놓으며 살랑 살랑거리는 바람의 속삭임 속에 9월과 11월 사이에 언제나 가을 같은 당신이 있네 언제나 당신 같은 가을이 있네 신이시여, 이 여인의 숨결 멈출 때까지 나 10월에 살게 하소서. 모교의 가을입니다 코로나19로 교정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몇 장? 초딩3년 시절인가 심은 은행나..

2020.11.09

만추의 아름다움으로 달려가는 개심사

가을에는 / 최영미 내가 그를 사랑한 것도 아닌데 미칠 듯 그리워질 때가 있다 바람의 손으로 가지런히 풀어놓은, 뭉게구름도 아니다 양떼구름도 새털구름도 아니다 아무 모양도 만들지 못하고 이리저리 찢어지는 구름을 보노라면 내가 그를 그리워한 것도 아닌데 그가 내 속에 들어온다 뭉게뭉게 피어나 양떼처럼 모여 새털처럼 가지런히 접히진 않더라도 유리창에 우연히 편집된 가을처럼 한 남자의 전부가 가슴에 뭉클 박힐 때가 있다 무작정 눈물이 날 때가 있다 가을에는, 오늘처럼 곱고 투명한 가을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으로 문턱을 넘어와 엉금엉금, 그가 내 곁에 앉는다 그럴 때면 그만 허락하고 싶다 사랑이 아니더라도, 그 곁에 키를 낮춰 눕고 싶다 여기부터는 지난 새벽에 다녀온 사진입니다 아무도 없는 길을 오르니..

2020.11.04

가을은 홀로 아름답지 않다 /송정숙(宋淑)

가을은 홀로 아름답지 않다 /송정숙(宋淑) 가을은 일상적인 하루를 멋지게 만들어 준다. 거리를 걷고 싶고 창가에서 차를 마시고 싶고 떠나고 싶고 잊혀졌던 사람이 그립다. 가을은 일상적인 하루를 멋지게 만들어 준다. 책 한 권이라도 읽어야 될 것 같고 미웠던 마음도 사라지고 이웃에게 손을 내밀고 곁에 누군가 두고 싶다. 가을은 그렇게 홀로 아름답지 않고 모두를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천천히 호흡해보면 가을도 느리게 느껴진다 더 느리게 더 느리게 지나가시라 오늘이 지나면 내일은 덤처럼 오기를,,,!

2020.10.24

코스모스 / 홍해리(洪海里)

코스모스 / 홍해리(洪海里) 아침마다 짙어가는 안개의 밀도 안개 속 아픔을 뚫고 터뜨리는 화사한 웃음 현란한 꽃의 맵시여 은하처럼 열지은 하얀 꽃 빨간 꽃 분홍의 군무 하늘로 향해서 열린 동경의 가슴마다 한낮맞이 단장에 부산한 새벽 사랑을 한다 손에 잡히지 않게 높아진 하늘 이 맑은 하늘의 푸르름 아래 조용한 생명의 향기 성숙을 서두르는 꽃의 재촉 안개는 날마다 짙어만 가고 달빛 푸르게 그림자를 던지면 점점 투명해지는 꽃의 가슴팍 아침마다 영롱한 이슬이 태양에 불타고 꽃은 별빛 유혹의 밀어에 가슴을 찢는 환희를 익힌다. 폐교 운동장에 동문들이 코스모스를 파종해서 가꾸었습니다 가을 풍경을 연출하며 사람들을 모음니다 변신은 무죄입니다,,,!

2020.10.07

빛바랜 시간 / 강사랑

빛바랜 시간 / 강사랑 비가 내려 여름 풍경이 수채화 같은 날 그대는 커다란 우산 하나 들고 나를 마중 나왔다. 웃음을 한가득 안고서 그저 해맑게 웃는 그 엷은 미소는 빗방울에 스미어 풀잎에 반짝거렸다. 조금은 어린 날 벌써 빛바랜 시간으로 사진첩에 끼워져 그리움 가득한데 그때 기차 소리만 아직도 여전하다. 참 좋은 날이었고 웃음이 많은 날이었다 빛바랜 시간이 추억을 걸으며 오늘 이 시간을 갉아먹고 또 갈색 시간을 통통히 살찌운다. 희미해진 시간의 바램 커피 향기가 그를 닮아 창가의 흐르는 빗물에 마음 촉촉이 적신다. 산에 가려고 가방 싸고 기다리니 새벽에 비가 많이 내립니다 산을 사랑할 수 는 있어도, 통채로 소유할 수는 없는거니까,,,,!

2020.10.03

가을엔 이렇게 살게 하소서 / 이해인

가을엔 이렇게 살게 하소서 / 이해인 가을에는 따뜻한 눈물을 배우게 하소서. 내 욕심으로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 진정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소리 없이 함께 울어줄 수 있는 맑고 따뜻한 눈물을 배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빈 가슴을 소유하게 하소서. 집착과 구속이라는 돌덩이로 우리들 여린 가슴을 짓눌러 별 처럼 많은 시간들을 힘들어 하며 고통과 번민 속에 지내지 않도록 빈 가슴을 소유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풋풋한 그리움하나 품게 하소서. 우리들 매 순간 살아감이 때로는 지치고 힘들어 누군가의 어깨가 절실히 필요할 때 보이지 않는 따스함으로 다가와 어깨를 감싸 안아 줄수 있는 풋풋한 그리움하나 품게하소서. 가을에는 말 없는 사랑을 하게하소서. 사랑 이라는 말이 범람하지 않아도 서로의 눈빛만으로도 간절한 사랑을 ..

2020.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