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여행 187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 김승희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 김승희가장 낮은 곳에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그래도라는 섬이 있다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뜨리지 않는 사람들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어떤 일이 있더라도목숨을 끊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천사 같은 김종삼, 박재삼,그런 착한 마음을 버려선 못쓴다고부도가 나서 길거리로 쫓겨나고인기 여배우가 골방에서 목을 매고뇌출혈로 쓰러져말 한마디 못 해도 가족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중환자실 환자 옆에서도힘을 내어 웃으며 살아가는 가족들의 마음속그런 사람들이 모여사는 섬, 그래도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그 가장 아름다운 것 속에더 아름다운 피 묻은 이름,그 가장 서러운 것 속에 더 타오르는 찬란한 꿈누구나 다 그런 섬에 살면서도세상의 어느 지도에도 알려지지 않은 섬..

2025.04.19

노을 무덤 / 이성선

노을 무덤 / 이성선아내여 내가 죽거던흙으로 덮지는 말아 달라언덕 위 풀잎에 뉘여붉게 타는 저녁놀이나 내려이불처럼 나를 덮어다오그리고 가끔 지나가는 사람 있으면보게 하라여기 쓸모없는 일에 매달린시대와는 상관없는 사람흙으로 묻을 가치가 없어피 묻은 놀이나 한 장 내려덮어 두었노라고살아서 좋아하던 풀잎과 함께 누워죽어서도 별이나 바라보라고.삶도 인생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기를 소망합니다

2025.04.16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 이외수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 이외수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한 그루 나무를 보라바람 부는 날에는바람 부는 쪽으로 흔들리나니꽃 피는 날이 있다면어찌 꽃 지는 날이 없으랴온 세상을 뒤집는 바람에도흔들리지 않는 뿌리깊은 밤에도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달빛을 건지리라더러는 인생에도 겨울이 찾아와일기장 갈피마다눈이 내리고참담한 사랑마저 소식이 두절되더라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침묵으로침묵으로 깊은 강을 건너가는한 그루 나무를 보라. 뒷동산에서 암릉진달래를 즐겼습니다.  늘 보이는 곳 용봉산,   산벚꽃도 가득한 시간입니다  ,,,  김용택 시인처럼 저 산 너머에 그대 있다면 저 산을 넘어 가보기라도 해볼  턴디,,,    멍하니 진달래만 바라보고,,, 카메라메 몇 분 담아 욌습니다  ,,,,   아름..

2025.04.12

봄 / 유안진

봄 / 유안진저 쉬임 없이 구르는 윤회의 수레바퀴 잠시 멈춘 자리 이승에서, 하 그리도 많은 어여쁨에 홀리어 스스로 발길 내려 놓은 여자, 그 무슨 간절한 염원 하나 있어 내 이제 사람으로 태어났음이랴​머언 산 바윗등에 어리 운 보랏빛, 돌담을 기어오르는 봄 햇살, 춘설을 쓰고 선 마른 갈대대궁 그 깃에 부는 살 떨리는 휘파람 얼음 낀 무논에 알을 까는 개구리 실뱀의 하품소리, 홀로 찾아든 남녘 제비 한마리 선머슴의 지게 우에 꽂혀 앉은 진달래꽃······​처음 나는 이 많은 신비에 넋을 잃었으나 그럼에도 자리 잡지 못하는 내 그리움의 방황 아지랑이야 어쩔 샘이냐 나는 아직 춥고 을씨년스러운 움집에서 다순 손길 기다려지니속눈썹을 적시는 가랑비 주렴 너머 딱 한 번 눈 맞춘 볼이 붉은 소년 ​내 너랑 첫눈..

2025.03.01

그래도 아름다운 길이네 / 박노해

그래도 아름다운 길이네 / 박노해인생은 먼 길이네우리 길동무되어 함께 가자삶은 험한 길이네아침마다 신발끈을 고쳐매자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이네지금 이 순간을 최후처럼 살자그래도 아름다운 길이네유쾌한 기분으로 치열히 걸어가자결국은 혼자 남는 길이네고독을 추구하며 우리 함께 가자 자신의 아품은 자신에게 있어서만 절대값이다( 구병모, 위저드 베이커리)

2025.02.10

가난한 가을 / 노향림

가난한 가을 / 노향림 가난한 새들은 더 추운 겨울로 가기 위해새끼들에게 먼저 배고픔을 가르친다.제 품속에 품고 날마다 물어다 주던 먹이를 끊고대신 하늘을 나는 연습을 시킨다.누렇게 풀들이 마른 고수부지엔 지친새들이 오종종 모여들고 머뭇대는데어미 새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음울한 울음소리만이높은 빌딩 유리창에 부딪쳐 아찔하게떨어지는 소리만이 가득하다.행여 무리를 빠져나온 무녀리들 방향 없이빈터에서라도 낙오되어 길 잃을까드문드문따듯한 입김 어린 불빛이 켜지기 시작한다.그 지시등 따라 창 밑까지 선회하다가있는 힘 다해 지상에서 가장 멀리 치솟아 뜬허공에 무수히 박힌 까만 충치 자국 같은 비행체들캄캄한 하늘을 날며 멀리로 이사 가는철새들이 보이는 가을날의 연속이다. 친구들과 마시고 떠들던 가을 갑니다누구는..

2024.11.14

노을 시편/천양희

노을 시편/천양희강 끝에 서서 서쪽으로 드는노을을 봅니다노을을 보는 건 참 오래된 일입니다오래되어도 썩지 않는 것은 하늘입니다하늘이 붉어질 때 두고 간 시들이생각났습니다 피로 써라그러면....생각은새떼처럼 떠오르고나는 아무 것도쓸 수 없어마른풀 몇 개를 분질렀습니다피가 곧 정신이니....노을이 피로 쓴 시 같아노을 두어 편 빌려 머리에서 가슴까지길게 썼습니다 길다고 다 길이겠습니까그때 하늘이 더 붉어졌습니다피로 쓴 것만을사랑하라....내 속으로 노을 뒤편이드나들었습니다쓰기 위해 써버린 많은 글자들 이름들붉게 물듭니다노을을 보는 건 참 오래된 일입니다   사람은 그렇게 사랑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기도 한다그리곤 살과 뼈를 깍는 고통을 통해서만 발전을 이루는게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는 순간,그는 더더욱 사..

2024.09.20

커피 가는 시간 / 문정희

커피 가는 시간 / 문정희아직도 쓸데없는 것만 사랑하고 있어요가령 노래라든가 그리움 같은 것상처와 빗방울을그리고 가을을 사랑하고 있어요. 어머니아직도 시를 쓰고 있어요밥보다 시커먼 커피를 더 많이 마시고몇 권의 책을 끼고 잠들며직업보다 떠돌기를 더 좋아하고 있어요바람 속에 서 있는 소나무와홀로 가는 별과 사막을미친 폭풍우를 사랑하고 있어요전쟁터나 하수구에 돈이 있다는 것쯤 알긴 하지만그래서 친구 중엔 도회로 떠나하수구에 손을 넣고 허우적대기도 하지만단 한 구절의 성경도단 한 소절의 반야심경도 못 외는 사람들이성자처럼 흰옷을 입고땅 파며 살고 있는 고향 같은 나라를 그리며오늘도 마른 흙을 갈고 있어요. 어머니    아내와 드라이브,,, 사랑이 우리를 살리고, 사랑으로 우리는 이룬다돌아보면 ,마음 아팟던 첫..

2024.09.09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 양성우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 양성우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아무리 작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살아 있는 것은아름답다.모든 들꽃과 꽃잎들과 진흙 속에 숨어 사는것들이라고 할지라도,그것들은 살아 있기 때문에 아름답고 신비하다.바람도 없는 어느 한 여름날,하늘을 가리우는 숲 그늘에 앉아보라.누구든지 나무들의 깊은 숨소리와 함께무수한 초록잎들이 쉬지 않고 소곤거리는 소리를들을 것이다.이미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이 순간에,서 있거나 움직이거나 상관없이 살아 있는 것은아름답다.오직 하나,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그것들은 무엇이나 눈물겹게 아름답다.  무엇을 기대하기보다는  커피 한 잔 마시러 떠나는 곳마주하는 풍경이 편안합니다 편안하게 감싸 앉아주는 자연과의 인연도 큰 행복입니다

2024.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