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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시편/천양희
강 끝에 서서 서쪽으로 드는
노을을 봅니다
노을을 보는 건 참 오래된 일입니다
오래되어도 썩지 않는 것은 하늘입니다
하늘이 붉어질 때 두고 간 시들이
생각났습니다 피로 써라
그러면....생각은
새떼처럼 떠오르고
나는 아무 것도
쓸 수 없어
마른풀 몇 개를 분질렀습니다
피가 곧 정신이니....
노을이 피로 쓴 시 같아
노을 두어 편 빌려 머리에서 가슴까지
길게 썼습니다 길다고 다 길이겠습니까
그때 하늘이 더 붉어졌습니다
피로 쓴 것만을
사랑하라....내 속으로 노을 뒤편이
드나들었습니다
쓰기 위해 써버린 많은 글자들 이름들
붉게 물듭니다
노을을 보는 건 참 오래된 일입니다사람은 그렇게 사랑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리곤 살과 뼈를 깍는 고통을 통해서만 발전을 이루는게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는 순간,
그는 더더욱 사랑이라는 감정을 찬미하게 될 것이다
--니체 인생 수업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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