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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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잎 앞에서 /오탁번삶 2024. 7. 6. 22:03
연잎 앞에서 /오탁번 연잎에 내리는 여름 한낮 빗방울처럼흩어졌다가 다시 모이는 그리움 따라연잎마다 크낙한 손바닥 하나씩 펴고호수 위에 떠다니는 내 마음 손짓하네 물결 따라 일렁이는 푸른 연잎을 보면내 눈빛 잠자리 겹눈처럼 밝아지지만사랑한다고 속삭이던 그때 그 입술은예쁜 연꽃 봉오리로 아직도 숨어 있네 이른 아침 연잎에 내리는 이슬방울인 듯마주보며 피워올린 첫사랑의 꽃봉오리!아무도 모르는 물밑 아득한 깊이에서지울 수 없는 사랑으로 피어나는 연꽃! 연잎에 내리는 저녁나절 빗방울인 듯아직도 눈에 밟히는 그리운 얼굴아잔잔한 호수 물결 지는 듯 다시 일때서늘한 연잎 위에 푸른 눈썹 떠오르네 무엇하나 꾸며진 것 없이,,,고마운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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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그리움의 혼불입니다 / 고은영삶 2024. 1. 7. 11:04
겨울은 그리움의 혼불입니다 / 고은영 잠 못 드는 긴긴 겨울 밤 우리 들은 추억 여행을 위해 길을 나섭니다 하얗게 쏟아지는 눈길을 더듬는 회상은 자리에 누워 시간을 거슬러 올라도 과거의 멋 곳에 닿아도 피곤하지 않습니다 바람의 나락에서 우리는 비로소 삶의 아픈 조각들을 들춰내고 욕되지 않는 숭고한 고해처럼 한 해의 마지막 달에 와서 비로소 용서라는 단어를 나열합니다 삶의 모양이 서러울수록 왜소해지는 강기슭에 외로움을 지피며 밤새 우는 바람소리 어느 신작로 가난하고 초라한 귀퉁이에서 우리는 보고픈 사람들과 애잔한 눈길을 보듬고 깊은 포옹과 행복한 미소로 조우를 하고 감격의 눈물로 시리고 추운 가슴을 뎁혀줍니다 행복과 슬픔의 동시성 속에 아픔으로 굽이치던 단애의 나날들을 위로하고 위로받습니다 고문 같은 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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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날 동네 산책산 2023. 12. 16. 10:46
겨울 노래 / 마종기 눈이 오다 그치는 나이 그 겨울 저녁에 노래 부른다 텅 빈 객석에서 눈을 돌리면 오래 전부터 헐벗은 나무가 보이고 그 나무 아직 웃고 있는 것도 보인다 내 노래는 어디서고 끝이 나겠지 끝나는 곳에는 언제나 평화가 있었으니까 짧은 하루가 문 닫을 준비를 한다 아직도 떨고 있는 눈물의 몸이여 잠들어라 혼자 떠나는 추운 영혼 멀리 숨어 살아야 길고 진한 꿈을 가진다 그 꿈의 끝막이 빈 벌판을 헤매는 밤이면 우리가 세상의 어느 애인을 찾아내지 못하랴 어렵고 두려운 가난인들 참아내지 못하랴 상추밭에 소복합니다 철지난 꽃밭에도,,,, (이응노화백 생가지) 밤새 시골집 창문이 덜렁거리고, 바람 소리가 났습니다 불을 끄면 조용한 세상이 시골인지라, 바람소리도 친구가 됩니다 아침부터 힌눈이 쌓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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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떠나갈 때는 /류시화삶 2023. 7. 13. 21:39
누구든 떠나갈 때는 /류시화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날이 흐린 날을 피해서 가자 봄이 아니라도 저 빛 눈부셔 하며 가자 누구든 떠나갈 때는 우리 함께 부르던 노래 우리 나누었던 말 강에 버리고 가자 그 말과 노래 세상을 적시도록 때를 용서하지 못하고 작별의 말조차 잊은 채로 우리는 떠나왔네 한번 떠나온 길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네.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나무들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가자 지는 해 노을 속에 잊을 수 없는 것들을 잊으며 가자. 마치 바다에 떠 있는 느낌을 즐기고 싶었습니다 소란스러움도, 넘실거리는 소용돌이도 없는 노을빛 바다, 물들어 가는 체험이 좋았습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 지구상에 있을까 합니다 세상이란 것에 잘 섞이지 않고 지키고 싶어하는 나라는 섬,,, 노을빛 아래서는 하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