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쪽 / 정병근꽃이 피는 건, 어딘가에그만큼 꽃이 안 핀다는 말환하게 눈 밝히는 것들의 꽁무니마다안 보이는 암흑의 심지가 타고 있다는 말어째서 꽃은 저토록 피고나무들은 내 쪽으로만 몸 밀어내는지존재의 배꼽을 따라가면 거기 또 다른존재아닌 존재가 텅 비어 있다는 말들리는 것만 듣고 보이는 것만 보는나는 불치의 귀와 눈을 가졌네내 지문(指紋)으로는 한사코 안 만져지네알 수 없네지금쯤 저쪽 나라에 가면나 아닌, 꼭 나만큼의 내가부지런히 죽고 있을 거라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