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봉산 229

그래도 아름다운 길이네 / 박노해

그래도 아름다운 길이네 / 박노해인생은 먼 길이네우리 길동무되어 함께 가자삶은 험한 길이네아침마다 신발끈을 고쳐매자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이네지금 이 순간을 최후처럼 살자그래도 아름다운 길이네유쾌한 기분으로 치열히 걸어가자결국은 혼자 남는 길이네고독을 추구하며 우리 함께 가자 자신의 아품은 자신에게 있어서만 절대값이다( 구병모, 위저드 베이커리)

2025.02.10

2023년 마지막 출근길에서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박노해 안데스 산맥의 만년설산 가장 높고 깊은 곳에 사는 께로족 마을을 찾아가는 길에 희박한 공기는 열 걸음만 걸어도 숨이 차고 발길에 떨어지는 돌들이 아찔한 벼랑을 구르며 태초의 정적을 깨뜨리는 칠흑 같은 밤의 고원 어둠이 이토록 무겁고 두텁고 무서운 것이었던가 추위와 탈진으로 주저앉아 죽음의 공포가 엄습할 때 신기루인가 멀리 만년설 봉우리 사이로 희미한 불빛 하나 산 것이다 어둠 속에 길을 잃은 우리를 부르는 께로족 청년의 호롱불 하나 이렇게 어둠이 크고 깊은 설산의 밤일지라도 빛은 저 작고 희미한 등불 하나로 충분했다 지금 세계가 칠흑처럼 어둡고 길 잃은 희망들이 숨이 죽어가도 단지 언뜻 비추는 불빛 하나만 살아 있다면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세계 속에는 어..

2023.12.29

시간 / 유안진

시간 / 유안진 ​​ 현재는 가지 않고 항상 여기 있는데 ​나만 변해서 과거가 되어 가네. 내일은 많은 눈이 내린 다는 절기 대설입니다. 겨울의 두번째 절기로서, 본격적인 추위에 따뜻하게 시작하시는 아침 되십시요 대설을 강고지절(鋼古之節)로 표현하셨고, 강한 의지와 굳은 결심으로 겨울을 이기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풍습에 찿아보니 조상님들도 불을 피우고, 목욕을 하시는 풍습이 있었답니다. 가족들과 함께 하시며 추위를 이기시는 대설되십시요

2023.12.06

희망을 위하여 / 곽재구

희망을 위하여 / 곽재구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굳게 껴안은 두 팔을 놓지 않으리 너를 향하는 뜨거운 마음이 두터운 네 등위에 내려앉는 겨울날의 송이 눈처럼 너를 포근하게 감싸 껴안을 수 있다면 너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욱 깊어져 네 곁에 누울 수 없는 내 마음조차 더욱 편안하게 어머니의 무릎잠처럼 고요하게 나를 누일 수 있다면 그러나 결코 잠들지 않으리 두 눈을 뜨고 어둠 속을 질러오는 한세상의 슬픔을 보리 네게로 가는 마음의 길이 굽어져 오늘은 그 끝이 보이지 않더라도 네게로 가는 불빛 잃은 발걸음들이 어두어진 들판을 이리의 목소리로 울부짖을지라도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굳게 껴안은 두 손을 풀지 않으리 힘들었던 하루가 지납니다 내일을 향한 믿음을 굳게 붙잡아 봅니다

2023.07.25

생기 불어 넣는 비가 내립니다

오월의 아침 / 나태주 가지마다 돋아난 나뭇잎을 바라보고 있으려면 눈썹이 파랗게 물들 것만 같네요 빛나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려면 금세 나의 가슴도 바다같이 호수같이 열릴 것만 같네요 돌덤불 사이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듣고 있으려면 내 마음도 병아리 떼같이 종알종알 노래할 것 같네요 봄비 맞고 새로 나온 나뭇잎을 만져보면 손끝에라도 금시 예쁜 나뭇잎이 하나 새파랗게 돋아날 것만 같네요 행복한 삶은 도착지가 아니라, 지금 가는 길 위에 있다. 오늘도 사랑합시다 얼마전 다녀온 뒷간, 용봉산 올려 봅니다 그렇게 오랬동안 다녔어도 새롭습니다 종교를 떠나서, 부처님의 가피가 온 세상에 퍼져서, 축복과 사랑, 감사가 넘쳐나길 소망합니다 우리의 삶도 조금은 나아지고,,,, 평범헌 인생에도 희망이 넘치길,,,, 비가 ..

2023.05.28

봄의 사람 /나태주

봄의 사람 /나태주 내 인생에 봄은 갔어도 네가 있으니 나는 여전히 봄의 사람 너를 생각하면 가슴속에 새싹이 돋아나 연초록빛 야들야들한 새싹 너를 떠올리면 마음속에 꽃이 피어나 분홍빛 몽골몽골한 꽃송이 네가 사는 세상이 좋아 너를 생각하는 내가 좋아 내가 숨쉬는 네가 좋아 아름다운 것은 고통속에서 피어나나니 내 사랑이여 이 순간 마음껏 즐기시라 살아있는 이 순간을 사랑합니다

2023.02.01

대설 / 안도현

대설 / 안도현 상사화 구근을 몇 얻어다가 담 밑에 묻고난 다음날 눈이내린다. 그리하여 내두근거림은 더해졌다. 꽃대가 뿌리속에 숨어서 쌔근쌔근 숨쉬는 소리 방안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누웠어도 들린다. 너를 생각하면서부터 나는 뜨거워졌다. 몸살 앓는 머리맡에 눈은 겹겹으로 내려 쌓인다. 겨울에 이르렀다는 동지가 내일 입니다 이번 겨울은 참 특별한 선물을 받습니다 어른이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을 배웁니다

2022.12.21

내 몸 속에 너를 키운다 / 양문규

내 몸 속에 너를 키운다 / 양문규 내 몸 속에 너를 키운다 겨울부터 여름까지 살을 저미는 적막 속에 너를 가두고 굴참나무 숲 바람 소리에 몸을 기댄다 간간이 뒤울 안에서 우는 굴뚝새 울음처럼 나는 어둠을 타고 흐른다 언제나 하늘은 산 마을 그림자를 껴안고 인기척 없이 또 한 슬픔을 거둔다 그대 가파른 절벽을 때리는 소리 잎새의 작은 떨림도 재우지 못하고 살과 뼛속 젖은 살로 스민다 내 몸 속 가시만 돋는다 인적 드문, 변방에 집 틀고 외로이 진다 침묵보다 더 시린 별 하나 내 몸 안에 가두고 어둠 밑으로 뿌리를 뻗는다 그리움 저편, 애태우며 토해내지 못하는 바위 속 뜨거운 눈시울 내 몸 속에 너를 파묻고 내 몸 속에 너를 키운다 무더위에 조금은 지쳐서,,,, 시들어버릴 것 같은 삶의 열정을 끄집어 내어..

2022.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