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봉산 231

가을 편지 / 양광모

가을 편지 / 양광모 9월과 11월 사이에 당신이 있네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천진한 웃움 지으며 종일토록 거니는 흰 구름 속에 아직은 녹색이 창창한 나뭇잎 사이 저 홀로 먼저 얼굴 붉어진 단풍잎 속에 이윽고 인적 끊긴 공원 벤치 위 맑은 눈물처럼 떨어져 내리는 마른 낙엽 속에 잘 찾아오시라 새벽 창가에 밝혀 놓은 작은 촛불의 파르르 떨리는 불꽃 그림자 속에 아침이면 어느 순간에나 문득 찾아와 터질 듯 가슴 한껏 부풀려 놓으며 살랑 살랑거리는 바람의 속삭임 속에 9월과 11월 사이에 언제나 가을 같은 당신이 있네 언제나 당신 같은 가을이 있네 신이시여, 이 여인의 숨결 멈출 때까지 나 10월에 살게 하소서. 모교의 가을입니다 코로나19로 교정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몇 장? 초딩3년 시절인가 심은 은행나..

2020.11.09

구름에게 / 나호열

구름에게 / 나호열 구름이 내게 왔다 아니 고개를 들어야 보이는 희미한 입술 문장이 돌 듯 모여지다 휘리릭 새떼처럼 흩어지는 낱말들 그 낱말들에 물음표를 지우고 느낌표를 달아주니 와르르 눈물로 쏟아지는데 그 눈물 속에 초원이 보이고, 풀을 뜯고 있는 양들의 저녁이 보인다 구름이 내게 왔다 하나이면서 여럿인, 아름을 부르면 사슴도 오고 꽃도 벙근다 구름의 회원에 뛰어든 저녁 해 아, 눈부셔라 한 송이 여인이 붉게 타오른다. 외인 한 잔의 구름, 긴 머리의 구름이 오늘 내게로 왔다 오늘은 나에게, 빛나는 쉼표 하나 나눠주고 싶다 ㅎㅎ

2020.09.17

혼자는 외롭고 둘은 그립다...

혼자는 외롭고 둘은 그립다... 혼자라 느껴질때 외톨이라 내 자신이 느껴질때 전 가끔씩 나무에 기댄체 그렇게 서 있습니다. 잎사귀 그늘이 내 얼굴에 물들고 바람이 내 가슴 한 모퉁이를 부채질 해도 그냥 그대로 오후의 정적을 감당하며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나무와 나 사이 그 사이엔 외로움도 쓸쓸함도 아품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잠시 내 스스로가 한 그루의 나무가 되기 때문입니다. 길을 잃은 개미들에게 친절히 길을 안내해 주고 오랜 여행으로 지친 참새에겐 잠시 나뭇가지 하나 정도는 은근히 내밀어 주며 땀 흘리는 노동자에겐 꿀처럼 달콤한 그늘 한폭을 선사해 주는 나무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엔 혼자란 없습니다. 다만 혼자 서 있는 사람만 가득할 뿐이지요 당신이 외톨이라 느껴질때 그래서 그 서글픔이 가슴밖..

2020.09.16

새로운 길 / 윤동주

새로운 길 / 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이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용봉산 병풍바위와 용봉사에 봄이 가득합니다 주어진 것에 대한 감사를 많이해야 하는데,,, 아직 주어지지 않은 것에 마음이 쏠리는 미생이 부끄럽습니다 삶의 어깨만 무겁습니다,,,!

2020.04.25

봄이 오면 나는 / 이해인

봄이 오면 나는 / 이해인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 앓이를 하고 싶다 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 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매일 새소리를 듣고 싶다 산에서 바다에서 정원에서 고운 목청 돋우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봄을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나는 바쁘고 힘든 삶의 무게에도 짓눌리지 않고 가볍게 날아다닐 수 있는 자유의 은빛 날개 하나를 내 영혼에 달아주고 싶다 봄아 오면 나는 조금은 들뜨게 되는 마음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더욱 기쁘고 명랑하게 노래하는 새가 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유리창을 맑게 닦아 하늘과 나무와 연못이 잘 보이게 하고 또 하나의 창문을 마음에 달고 싶다 같은 ..

2020.04.14

내 사랑과 근심 / 이향아

내 사랑과 근심 / 이향아 내 근심은 그대를 바라보는 일 그대를 바라볼 때 어리는 물기 떠돌다가 심장으로 되돌아가는 붉은 피톨의 환상이다 늦은 저녁 식탁을 치우며 설겆이 그릇에 노니는 비누거품을 꿈처럼 날리고 있노라면 깊은 밤 걸어서 떠나는 여행처럼 자유여 구슬프다 평생을 두고두고 색깔을 골라도 결국은 아무것도 고르지 못한 열 손가락 불 밝히고 전생인지 이승인지 하염없는 부활의 옥타브를 올라도 한 발자욱도 오르지 못하는 내 근심은 그대를 사랑하는 작업, 그대를 반기는 갈채 깊어가는 세월 위에 쓰러진 몇 소절의 노래 몇 마디 유언이다 어제 저녁에, 용봉산을 올랐습니다 땅거미 지는 녖,,,! 암릉 진달래가 피었습니다 혼자 마시는 커피처럼 달콤했습니다

2020.04.08

꽃이 있는 세상 / 이향아

꽃이 있는 세상 / 이향아 지상에서 빛나는 이름 하나 누가 물으면 꽃이여, 내 숨결 모두어 낸 한 마디 말로 그것은 '꽃입니다' 고백하겠다 너와 사는 세상이 가슴 벅차다 바람 몹시 불어서 그 사람이 울던 날도 골목마다 집들은 문을 걸어 잠그고 세상이 이별로 얼어붙던 날도 낮은 언덕 양지쪽 등불을 밝혀 약속한 그 날짜에 피어나던 너 꽃이 있는 세상이 가슴 벅차다 간직했던 내 사랑을 모두 바쳐서 열 손가락 끝마다 불을 켜 달고 나도 어느 날에 꽃이 피련다 무릎 꿇어 핀다면 할미꽃으로 목숨 바쳐 핀다면 동백꽃으로 용봉산 어귀 용도사,,,! 잠시 그대를 보러 갔지요 늘 따뜻한 날들,,,! 오래 보아서 그런건가요 포그한 느낌이 좋습니다

2020.03.21

이른 봄에 가장 맛난, 남당항 새조개 드시러 오셔요

새조개란 ? 학명은 Fulvia mutica (REEVE)이다. ≪자산어보 玆山魚譜≫에는 작합(雀蛤), 속명 새조개(璽雕開)라는 것이 “큰 것은 지름이 4, 5치 되고 조가비는 두껍고 매끈하며, 참새의 빛깔을 지니고 그 무늬가 참새털과 비슷하여 참새가 변하여 된 것이 아닐까 의심스럽다. 북쪽 땅에서는 매우 흔하지만 남쪽에서는 희귀하다.”고 간단하게 기재되어 있다. 기재가 너무 간단하여 어떤 종인지 확언할 수 없으나, 이것은 새조개에 관한 기록인 것으로 추측된다. 새조개는 각장 95㎜, 각고 95㎜, 각폭 65㎜에 달하며, 패각은 볼록하고 원형이며 얇다. 패각의 표면은 각정에서는 홍색을 띠고 배쪽 가장자리는 백색을 띠며 각피는 연한 황갈색이다. 패각의 표면에는 40∼50줄의 가늘고 얇은 홈들이 방사상으로 ..

음식 2020.02.21

여행자를 위한 서시 / 류시화

여행자를 위한 서시 / 류시화 날이 밝았으니 이제 여행을 떠나야 하리 시간은 과거의 상념 속으로 사라지고 영원의 틈새를 바라본 새처럼 그대 길 떠나야 하리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그냥 저 세상 밖으로 걸아가리라 한때는 불꽃 같은 삶과 바람 같은 죽음을 원했으니 새벽의 문 열고 여행길 나서는 자는 행복하여라 아직 잠들지 않은 별 하나가 그대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고 그대는 잠이 덜 깬 나무들 밑을 지나 지금 막 눈을 뜬 어린 뱀처럼 홀로 미명 속을 헤쳐가야 하리 이제 삶의 몽상을 끝낼 시간 순간 속에 자신을 유폐시키던 일도 이제 그만 종이꽃처럼 부서지는 환영에 자신을 묶는 일도 이제는 그만 날이 밝았으니, 불면의 베개를 머리맡에서 빼내야 하리 오, 아침이여 거짓에 잠든 세상 등 뒤로 하고 깃발 펄럭이는 영..

2020.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