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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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첫 산행산 2021. 1. 2. 22:12
아침 기도 / 유안진 아침마다 눈썹 위에 서리 내린 이마를 낮춰 어제 처럼 빕니다. 살아봐도 별수없는 세상일지라도 무책이 상책인 세상일지라도 아주 등 돌리지 않고 반만 등 돌려 군침도 삼켜가며 그래서 더러 용서도 빌어가며 하늘로 머리 둔 이유도 잊지 않아가며 신도 천사도 아닌 사람으로 가장 사람답게 살고 싶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따라 울고 웃어가며 늘 용서 구할 꺼리를 가진 인간으로 남고 싶습니다. 너무들 당당한 틈에 끼여 있어 늘 미안한 자격 미달자로 송구스러워하며 살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도 간절히 2021년을 기도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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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편지 / 양광모삶 2020. 11. 9. 21:51
가을 편지 / 양광모 9월과 11월 사이에 당신이 있네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천진한 웃움 지으며 종일토록 거니는 흰 구름 속에 아직은 녹색이 창창한 나뭇잎 사이 저 홀로 먼저 얼굴 붉어진 단풍잎 속에 이윽고 인적 끊긴 공원 벤치 위 맑은 눈물처럼 떨어져 내리는 마른 낙엽 속에 잘 찾아오시라 새벽 창가에 밝혀 놓은 작은 촛불의 파르르 떨리는 불꽃 그림자 속에 아침이면 어느 순간에나 문득 찾아와 터질 듯 가슴 한껏 부풀려 놓으며 살랑 살랑거리는 바람의 속삭임 속에 9월과 11월 사이에 언제나 가을 같은 당신이 있네 언제나 당신 같은 가을이 있네 신이시여, 이 여인의 숨결 멈출 때까지 나 10월에 살게 하소서. 모교의 가을입니다 코로나19로 교정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몇 장? 초딩3년 시절인가 심은 은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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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게 / 나호열산 2020. 9. 17. 14:32
구름에게 / 나호열 구름이 내게 왔다 아니 고개를 들어야 보이는 희미한 입술 문장이 돌 듯 모여지다 휘리릭 새떼처럼 흩어지는 낱말들 그 낱말들에 물음표를 지우고 느낌표를 달아주니 와르르 눈물로 쏟아지는데 그 눈물 속에 초원이 보이고, 풀을 뜯고 있는 양들의 저녁이 보인다 구름이 내게 왔다 하나이면서 여럿인, 아름을 부르면 사슴도 오고 꽃도 벙근다 구름의 회원에 뛰어든 저녁 해 아, 눈부셔라 한 송이 여인이 붉게 타오른다. 외인 한 잔의 구름, 긴 머리의 구름이 오늘 내게로 왔다 오늘은 나에게, 빛나는 쉼표 하나 나눠주고 싶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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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는 외롭고 둘은 그립다...산 2020. 9. 16. 07:53
혼자는 외롭고 둘은 그립다... 혼자라 느껴질때 외톨이라 내 자신이 느껴질때 전 가끔씩 나무에 기댄체 그렇게 서 있습니다. 잎사귀 그늘이 내 얼굴에 물들고 바람이 내 가슴 한 모퉁이를 부채질 해도 그냥 그대로 오후의 정적을 감당하며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나무와 나 사이 그 사이엔 외로움도 쓸쓸함도 아품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잠시 내 스스로가 한 그루의 나무가 되기 때문입니다. 길을 잃은 개미들에게 친절히 길을 안내해 주고 오랜 여행으로 지친 참새에겐 잠시 나뭇가지 하나 정도는 은근히 내밀어 주며 땀 흘리는 노동자에겐 꿀처럼 달콤한 그늘 한폭을 선사해 주는 나무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엔 혼자란 없습니다. 다만 혼자 서 있는 사람만 가득할 뿐이지요 당신이 외톨이라 느껴질때 그래서 그 서글픔이 가슴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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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나는 / 이해인산 2020. 4. 14. 04:40
봄이 오면 나는 / 이해인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 앓이를 하고 싶다 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 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매일 새소리를 듣고 싶다 산에서 바다에서 정원에서 고운 목청 돋우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봄을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나는 바쁘고 힘든 삶의 무게에도 짓눌리지 않고 가볍게 날아다닐 수 있는 자유의 은빛 날개 하나를 내 영혼에 달아주고 싶다 봄아 오면 나는 조금은 들뜨게 되는 마음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더욱 기쁘고 명랑하게 노래하는 새가 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유리창을 맑게 닦아 하늘과 나무와 연못이 잘 보이게 하고 또 하나의 창문을 마음에 달고 싶다 같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