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 유안진

농돌이 2025. 3. 1. 10:52

 / 유안진

저 쉬임 없이 구르는 윤회의 수레바퀴 잠시 
멈춘 자리 이승에서, 하 그리도 많은 어여쁨에 
홀리어 스스로 발길 내려 놓은 여자, 
그 무슨 간절한 염원 하나 있어 내 이제 
사람으로 태어났음이랴

​머언 산 바윗등에 어리 운 보랏빛, 돌담을 
기어오르는 봄 햇살, 춘설을 쓰고 선 
마른 갈대대궁 그 깃에 부는 살 떨리는 휘파람 
얼음 낀 무논에 알을 까는 개구리 
실뱀의 하품소리, 홀로 찾아든 남녘 제비 한마리 
선머슴의 지게 우에 꽂혀 앉은 진달래꽃······

​처음 나는 이 많은 신비에 넋을 잃었으나 
그럼에도 자리 잡지 못하는 내 그리움의 방황 
아지랑이야 어쩔 샘이냐 나는 아직 춥고 
을씨년스러운 움집에서 다순 손길 기다려지니
속눈썹을 적시는 가랑비 주렴 너머 
딱 한 번 눈 맞춘 볼이 붉은 소년 

​내 너랑 첫눈 맞아 숨바꼭질 노니는 산골짜기에는 
뻐꾹뻐벅꾹 사랑 노래 자지러지고 잠든 
가지마다 깨어나며 빠져드는 어리어리 어지럼증
산 아래 돌부처도 덩달아 어깨 춤추는 
시방 세상은 첫사랑 앓는 분홍빛 봄 

새 봄,  따스한 햇볕과 꽃소식,,,  이면 행복합니다. 눈을 뜨니 비가 내린 후라 수채화 같은 첫 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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