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의 꿈 / 최영미

농돌이 2025. 3. 3. 19:56

사계절의 꿈 / 최영미

어떤 꿈은 나이를 먹지 않고
봄이 오는 창가에 엉겨붙는다
땅위에서든 바다에서든
그의 옆에서 달리고픈
나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떤 꿈은 멍청해서
봄이 가고 여름이 와도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하지

어떤 꿈은 은밀해서
호주머니 밖으로 꺼내지도 못했는데
나른한 공기에 들떠 뛰쳐나온다
살 - 아 - 있 - 다 - 고,
어떤 꿈은 달콤해서
여름날의 아이스크림처럼
입에 대자마자 사르르 녹았지

어떤 꿈은 우리보다 빨리 늙어서,
가을바람이 불기도 전에
무엇을 포기했는지 나는 잊었다

어떤 꿈은 나약해서
담배연기처럼 타올랐다 금방 꺼졌지
겨울나무에 제 이름을 새기지도 못하고

이루지 못할 소원은 붙잡지도 않아
잠들기도 두렵고
깨어나기도 두렵지만,
계절이 바뀌면 아직도 가슴이 시려

봄날의 꿈을 가을에 고치지 못할지라도 …

지식이 성공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삶의 태도가 우리를 성공시킵니다 -- 전킨 도넛 창업자 로젠버그의 72세 생일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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