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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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점!, 가을삶 2015. 9. 2. 08:57
9월 - 이외수 가을이 오면 그대 기다리는 일상을 접어야겠네 간이역 투명한 햇살 속에서 잘디잔 이파리마다 황금빛 몸살을 앓는 탱자나무 울타리 기다림은 사랑보다 더 깊은 아픔으로 밀려드나니 그대 이름 지우고 종일토록 내 마음 눈시린 하늘 저 멀리 가벼운 새털구름 한 자락으로나 걸어 두겠네 나의 9월은 - 서정윤 나무들의 하늘이, 하늘로 하늘로만 뻗어가고 반백의 노을을 보며 나의 9월은 하늘 가슴 깊숙이 젊은 사랑을 갈무리한다 서두르지 않는 한결같은 걸음으로 아직 지쳐 쓰러지지 못하는 9월 이제는 잊으며 살아야 할 때 자신의 뒷모습을 정리하며 오랜 바람 알알이 영글어 뒤돌아보아도, 보기 좋은 계절까지. 내 영혼은 어떤 모습으로 영그나? 순간 변하는 조화롭지 못한 얼굴이지만 하늘 열매를 달고 보듬으며,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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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오면/안도현농부이야기 2015. 9. 1. 09:51
9월이 오면/안도현 그대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9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9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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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전송 / 공석진삶 2014. 11. 12. 08:30
가을 전송 / 공석진 가을을 전송합니다 화려함 남겨두고 빛바랜 옛 추억을 나들길로 보냅니다 고독을 만끽하세요 위태로운 정이 매달린 험한 비탈 위 정처없는 낙엽으로 이별을 강요하신다면 수신을 거절하렵니다 발신자도 없는 이름뿐인 천사 언제든 떠나려는 배낭 짊어진 당신을 기다리느니 차라리 양지바른 논둑에 누워 아릿하게 남아있는 바람꽃 향기를 추억하렵니다 제주에서 2일 동안 조직의 경영자 회의가 있어서 방을 비웁니다 오가시는 이, 집 잘 지켜주세요 분주한 일상에서 떠나는 업무이지만, 여행이겠지요 가을을 보내고 오겠습니다 수요일에는 한라산을 좀 뵈러가려고 합니다만, 비가 내린답니다 겨울 페딩에, 고어텍스에 한 가방 싸고나니 무겁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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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고독-김현승삶 2014. 10. 12. 00:39
절대고독 / 김 현 승 나는 이제야 내가 생각하던 영원의 먼 끝을 만지게 되었다. 그 끝에서 나는 하품을 하고 비로소 나의 오랜 잠을 깬다. 내가 만지는 손 끝에서 아름다운 별들은 흩어져 빛을 잃지만 내가 만지는 손 끝에서 나는 무엇인가 내게로 더 가까이 다가오는 따스한 체온을 느낀다. 그 체온으로 내게서 끝나는 영원의 먼 끝을 나는 혼자서 내 가슴에 품어 준다. 나는 내 눈으로 이제는 그것들을 바라본다. 그 끝에서 나의 언어들을 바람에 날려 보내며, 꿈으로 고이 안을 받친 내 언어의 날개들을 이제는 티끞처럼 날려 보낸다. 나는 내게서 끝나는 무한의 눈물겨운 끝을 내 주름 잡힌 손으로 어루만지며 어루만지며, 더 나아갈 수 없는 그 끝에서 드디어 입을 다문다--나의 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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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기도 / 이해인삶 2014. 10. 1. 08:19
10월의 기도 / 이해인 언제나 향기로운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 좋은 말과 행동으로 본보기가 되는 사람냄새가 나는 향기를 지니게 하소서 타인에게 마음의 짐이 되는 말로 상처를 상처를 주지 않게 하소서 상처를 받았다기보다 상처를 주지는 않았나 먼저 생각하게 하소서 늘 변함없는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 살아가며 고통이 따르지만 변함없는 마음으로 한결같은 사람으로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게 하시고 마음에 욕심을 품으며 살게 하지 마시고 비워두는 마음 문을 활짝 열게 하시고 남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게 하소서 무슨일이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게 하소서 아픔이 따르는 삶이라도 그안에 좋은 것만 생각하게 하시고 건강 주시어 나보다 남을 돌볼 수 있는 능력을 주소서 10월에는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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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드는 날,,, 도종환산 2014. 9. 30. 07:24
단풍 드는 날,,,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2013년 지리산 중산리에서) 9월의 말일 입니다 일상에서 부딪히다보니 한 달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리고, 계절은 깊어지고요,,, 우리의 마음도 심산에 물드는 붉은 단풍처럼 활활 타는 가을이고 싶습니다 행복한 아침에 소망 하나 담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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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산 일출!산 2014. 9. 18. 20:44
이른 새벽에 용봉산에 올랐습니다 고요한 산에, 제일 먼저 올라 일출을 보는 것은 행복한 일 중에 하나입니다 서서히 밝아 옵니다 멀리 대흥산과 홍양저수지, 금마뜰이 보입니다 최영장군 활터와 내포신도시가 보입니다 엷은 박무도 피었습니다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었습니다 하늘에 구름도 붉은색으로,,,, 붉은 동쪽을 보며, 오늘도 소망을 빌어 봅니다 그리고 많은 소리를 귀기울여 듣습니다 가을/이정하 가을은, 그냥 오지 않습니다. 세상 모든 것들을 물들이며 옵니다. 그래서 가을이 오면 모두가 닮아 갑니다. 내 삶을 물들이던 당신, 당신은 지금 어디쯤 오고 있나요? 벌써부터 나, 당신에게 이렇게 물들어 있는데, 당신과 이렇게 닮아 있는데. 정상에 서서 크게 숨을 들이마십니다 더 늙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도 되뇌어 봅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