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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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 최영미삶 2016. 9. 11. 11:58
가을에는 / 최영미 내가 그를 사랑한 것도 아닌데 미칠 듯 그리워질 때가 있다바람의 손으로 가지런히 풀어놓은, 뭉게구름도 아니다양떼구름도 새털구름도 아니다아무 모양도 만들지 못하고 이리저리 찢어지는 구름을 보노라면내가 그를 그리워한 것도 아닌데 그가 내 속에 들어온다뭉게뭉게 피어나 양떼처럼 모여 새털처럼 가지런히 접히진 않더라도유리창에 우연히 편집된 가을처럼한 남자의 전부가 가슴에 뭉클 박힐 때가 있다무작정 눈물이 날 때가 있다가을에는, 오늘처럼 곱고 투명한 가을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으로 문턱을 넘어와 엉금엉금, 그가 내 곁에 앉는다그럴 때면 그만 허락하고 싶다사랑이 아니더라도, 그 곁에 키를 낮춰 눕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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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는 여행 / 김재진삶 2016. 8. 24. 21:37
혼자 가는 여행 / 김재진 가을에는 모든 것 다 용서하자 기다리는 마음 외면한 채 가고는 오지 않는 사람을 생각하지 말고 그만 잊어 버리자 가을의 불붙는 몸에 이끌려 훨훨 벗고 산 속으로 가는 사람들을 못 본척 그대로 떠나 보내자 가을과 겨울이 몸을 바꾸는 텅 빈 들판의 바람소리 밟으며 가을에는 빈손으로 길을 나서자 따뜻한 사람보다 많은 냉정한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미운 사람들을 한꺼번에 모두 잊어버리자 한 알의 포도 알이 술로 익듯 살아갈수록 맛을 내는 친구를 떠올리며 강처럼 깊어지자 살아가며 우리가 만나야 했던 미소의 눈물 혼자 있던 외로움 하나하나 배낭에 챙겨 넣고 가을에는 함께 가는 이 없어도 좋은 여행을 떠나자 햇살 좋은 날 ! 홍주성을 한바퀴 돌아봅니다 1,000년의 역사 숨결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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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기도/ 김현승삶 2016. 7. 26. 22:05
어머니를 뵈러 다녀오는 길에 눈길이 멈춥니다 벌써 벼가 이삭을 내밀고 익어 갑니다 사람은 모르지만, 자연은 벌써 가을을 준비합니다 내일이 중복이니,,, 곧 가을이 오겠지요 이번 가을에는 무엇을 주제로 맞이할까나? 가을을 그대를 안아 보듯이 안아볼까? 아니면, 길가의 코스모스를 바라보듯이 지나갈까? 그래도 주변에 누군가는 나에게 물을 것이다 나를 적시며 흘러간 시간처럼 가을은 강물처럼 흐를것이고 무엇인지를 물을 것이다 내 안에 오는 가을이 희망이고 사랑이기를 그렇게 찿아 오기를 기도한다 우리 모두를 안아줄 수 있는 가을이기를,,,, 가을의 기도/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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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 기형도삶 2015. 11. 22. 10:59
빈집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 -->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 -->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사랑을 떠나보낸 집은 집이 아니다. 빈집이고 빈 몸이고 빈 마음이다. 잠그는 방향이 모호하기는 하지만 '문을 잠근다'는 것은, '내 사랑'으로 지칭되는 소중한 것들을 가둔다는 것이고 그 행위는 스스로에 대한 잠금이자 감금일 것이다. 정끝별 시인 해설 (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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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속에서 / 이정화삶 2015. 11. 11. 11:30
가을 속에서 / 이정화 모든 것을 잊고 싶은 마음입니다 너와 나의 미움과 상처들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모두 바람에 흔적도 없이 날려 버리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눈부신 하늘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내 헐벗은 나뭇가지에 또다시 새싹이 트고 푸른 잎이 돋아날 때까지 내 두 눈에 눈물이 가득히 고일지라도 끝까지 울지 않겠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비난하여 내 마음이 누런 낙엽이 되어 땅위에 떨어져서 이리저리 밟힐지라도 내 영혼은 결코 그 빛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고통과 절망 속에서 주위를 더욱 아름답게 물들이는 가을처럼 내 영혼은 영원을 노래하고 날마다 조금씩 가을의 눈빛을 닮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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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산 단풍 보러1산 2015. 11. 2. 16:44
단풍보러 간다고 다짐을 하고, 저녁자리에 나간 것이 화근? 숙취로 버리적 거리다 도착하니 10시 30분, 공용주차장에 주차하고 셔틀에 긴 줄을 서서 오른다 그래도 가을 내장산은 좋다 셔틀을 타기 전에 억세가 핀 모습! 서래봉! 불출봉! 여기도 줄,,,, 입장료 내느라고 길게 줄을 서서,,,, 단풍은 곱다! 감과 단풍이 붉다! 아직은 단풍이 더 물들었다,,,, 단풍 아래 앉은 부부가 너무 멋지다, 몰래 한 컷 담아 봅니다 단풍나무 / 이현주 단풍나무, 붉게 물들고 있었지요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니었다 부끄러운 날들 이어지더니 가을이 오고 말았지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던 나는 산에 올라 못되게도 단풍나무에게 다 뱉어내 버렸지요 내 부끄러운 마음 내려오다 뒤돌아보니 아, 단풍나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