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시 136

가을의 기도/ 김현승

어머니를 뵈러 다녀오는 길에 눈길이 멈춥니다 벌써 벼가 이삭을 내밀고 익어 갑니다 사람은 모르지만, 자연은 벌써 가을을 준비합니다 내일이 중복이니,,, 곧 가을이 오겠지요 이번 가을에는 무엇을 주제로 맞이할까나? 가을을 그대를 안아 보듯이 안아볼까? 아니면, 길가의 코스모스를 바라보듯이 지나갈까? 그래도 주변에 누군가는 나에게 물을 것이다 나를 적시며 흘러간 시간처럼 가을은 강물처럼 흐를것이고 무엇인지를 물을 것이다 내 안에 오는 가을이 희망이고 사랑이기를 그렇게 찿아 오기를 기도한다 우리 모두를 안아줄 수 있는 가을이기를,,,, 가을의 기도/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

2016.07.26

빈집 / 기형도

빈집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 -->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 -->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사랑을 떠나보낸 집은 집이 아니다. 빈집이고 빈 몸이고 빈 마음이다. 잠그는 방향이 모호하기는 하지만 '문을 잠근다'는 것은, '내 사랑'으로 지칭되는 소중한 것들을 가둔다는 것이고 그 행위는 스스로에 대한 잠금이자 감금일 것이다. 정끝별 시인 해설 (펀글)

2015.11.22

가을 속에서 / 이정화

가을 속에서 / 이정화 모든 것을 잊고 싶은 마음입니다 너와 나의 미움과 상처들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모두 바람에 흔적도 없이 날려 버리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눈부신 하늘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내 헐벗은 나뭇가지에 또다시 새싹이 트고 푸른 잎이 돋아날 때까지 내 두 눈에 눈물이 가득히 고일지라도 끝까지 울지 않겠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비난하여 내 마음이 누런 낙엽이 되어 땅위에 떨어져서 이리저리 밟힐지라도 내 영혼은 결코 그 빛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고통과 절망 속에서 주위를 더욱 아름답게 물들이는 가을처럼 내 영혼은 영원을 노래하고 날마다 조금씩 가을의 눈빛을 닮아갈 것입니다.

2015.11.11

내장산 단풍 보러1

단풍보러 간다고 다짐을 하고, 저녁자리에 나간 것이 화근? 숙취로 버리적 거리다 도착하니 10시 30분, 공용주차장에 주차하고 셔틀에 긴 줄을 서서 오른다 그래도 가을 내장산은 좋다 셔틀을 타기 전에 억세가 핀 모습! 서래봉! 불출봉! 여기도 줄,,,, 입장료 내느라고 길게 줄을 서서,,,, 단풍은 곱다! 감과 단풍이 붉다! 아직은 단풍이 더 물들었다,,,, 단풍 아래 앉은 부부가 너무 멋지다, 몰래 한 컷 담아 봅니다 단풍나무 / 이현주 단풍나무, 붉게 물들고 있었지요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니었다 부끄러운 날들 이어지더니 가을이 오고 말았지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던 나는 산에 올라 못되게도 단풍나무에게 다 뱉어내 버렸지요 내 부끄러운 마음 내려오다 뒤돌아보니 아, 단풍나무, ..

2015.11.02

가을사랑......도종환

가을이면 그리운 사람 / 이채 여름이 채 가기 전에 가을 이른 길목에 서 있는 그리움 아직 앉지 않은 빈 의자에 선선한 바람만 염치 놓고 앉았다 가는데 사르르 눈 감으면 귓전을 맴돌며 철썩이는 파도가 다가와 길게 앉는다 초가을 밤 별빛은 참 고와 유난히 하얀 달빛에 묻어 둔 이야기 엮으면 소설 같은데 가을 이른 길목에 여름 내려놓고 잠시 기다리면 저만치 다가오는 그리운 얼굴 있어도 한 마디 말 못하고 갈대 숲 바람결에 묻히고 마는 그리운 목소리 있어도 황금빛 들판에 영근 열매보다 나 먼저 영글어 건내주고 싶은 사랑 있어도 빈 의자만 뎅그러니 오지 않은 가을이면 그리운 사람이여 가을사랑......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마음은 눈부시지 ..

2015.10.22

덕유산에서,,,,

가을엔 당신에게 이런 사랑이고 싶습니다 / 이채 가을엔 당신을 감싸주는 따뜻한 눈물이고 싶습니다 내 가슴에도 한 그루 단풍나무가 붉게 물들 때 단풍잎 줄기마다 당신과 나의 이야기를 새기며 참사랑의 의미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때로는 나보다 당신을 위해 한 걸음 물러설 줄 아는 아름다운 포기를 배우고 싶습니다 그것은 포기가 아닌 나를 더욱 사랑하는 일이라는 것을 가을 잎새처럼 낮게 떨어질 줄 아는 담담한 용기라는 것을 가을엔 별들의 눈망울도 차가워지는 계절 저녁이 오기 전에 내 방에 많은 햇살을 담아 두고 싶습니다 어느 날 밤 당신에게 시리도록 찬바람이 불어올 그래서 당신이 추위에 떨어야 할 때 한 줌의 햇살로 촛불 같은 위안이 될 수 있기를 병풍처럼 서 있는 이불 한 채의 바람막이가 될 수 있기를..

2015.10.19

가을 편지외 / 이성선

외로운 사랑 / 이 성선 나는 다른 시인이 될 수 없음을 안다. 풀잎과 마주 앉아서 서로 마음 비추고 남들은 들을 수 없는 그런 이야기로 함께 꿈꾸며 별을 바라 밤을 지새는 시인이면 족하여라. 그것만으로 세상을 사랑한다. 그와 내가 둘이서 눈동자와 귀를 서로의 가슴에 묻고 사랑의 뿌리까지 영롱히 빛내며 저 하늘 우주의 울림을 들으면 된다. 그의 떨림으로 나의 존재가 떨리는 그의 눈빛 속에 내가 꽃 피어나는 그것밖에는 더 소용이 없다. 그렇게 별까지 가면 된다. 빈 산이 젖고 있다. / 이성선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어가고 있습니다. 그 빈 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 해도 그르칠가 ..

2015.10.14

가을처럼 아름답고 싶다/이채

가을처럼 아름답고 싶다/이채 가을에 오는 사람이 있다면 마음의 등불 하나 켜두고 싶습니다 가을에 가는 사람이 있다면 가장 진실한 기도를 하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가을엔.. 그리움이라 이름 하는 것들을 깊은 가슴으로 섬기고 또 섬기며 거룩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고 싶습니다 오고가는 인연의 옷깃이 쓸쓸한 바람으로 불어와.. 가을이 올때마다 조금씩 철이 들어 가는 세월.. 꽃으로 만나 낙엽으로 혜어지는 이가을을 걷노라면 경건한 그빛깔로 나도 물들고 싶다 그대여.. 잘익으면 이렇듯 아름다운것이 어디 가을 뿐이겠습니까.. 그대와 나의 사랑이 그러하고 그대와 나의 삶이 그러하지 않습니까.... 나, 당신을 이렇게 사랑합니다 / 이채 내 가슴 얼마나 떨리는지 보일 수 없어도 내 설레임 당신의 숨결에도 일렁이는 풀잎인걸요..

2015.10.06

눈부신 세상 / 나 태 주

꽃이 되어 새가 되어 / 나태주 지고 가기 힘겨운 슬픔 있거든 꽃들에게 맡기고 부리기도 버거운 아픔 있거든 새들에게 맡긴다 날마다 하루 해는 사람들을 비껴서 강물 되어 저만큼 멀어지지만 들판 가득 꽃들은 피어서도 붉고 하늘가로 스치는 새들도 본다 겨울행(行) / 나태주 열살에 아름답던 노을이 마흔살 되어 또다시 아름답다. 호젓함이란 참으로 소중한 것이란 걸 알게 되리라. 들판 위에 추운 나무와 집들의 마을, 마을 위에 산, 산 위에 하늘, 죽은 자들은 하늘로 가 구름이 되고 언 별빛이 되지만 산 자들은 마을로 가 따뜻한 등불이 되는 걸 보리라. 등 너머로 훔쳐 듣는 대숲바람 소리 / 나태주 등 너머로 훔쳐 듣는 남의 집 대숲바람 소리 속에는 밤사이 내려와 놀던 초록별들의 퍼렇게 멍든 날개쭉지가 떨어져 있..

2015.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