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그리운 사람 / 이채
여름이 채 가기 전에
가을 이른 길목에 서 있는 그리움
아직 앉지 않은 빈 의자에
선선한 바람만
염치 놓고 앉았다 가는데
사르르 눈 감으면 귓전을 맴돌며
철썩이는 파도가
다가와 길게 앉는다
초가을 밤 별빛은 참 고와
유난히 하얀 달빛에 묻어 둔
이야기 엮으면 소설 같은데
가을 이른 길목에
여름 내려놓고 잠시 기다리면
저만치 다가오는
그리운 얼굴 있어도
한 마디 말 못하고
갈대 숲 바람결에 묻히고 마는
그리운 목소리 있어도
황금빛 들판에 영근 열매보다
나 먼저 영글어
건내주고 싶은 사랑 있어도
빈 의자만 뎅그러니
오지 않은
가을이면 그리운 사람이여
가을사랑......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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