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2 2

밤을 기다리며 / 유안진

밤을 기다리며 / 유안진​듣고 싶어라밀레의 그림 속 저녁종 치는 소리​집착과 욕망에 끌려다닌 벌건 대낮이 가고그 어이없는 낭패를 까맣게 덮어 지워주면서타일러 깨우치는 침묵하는 어둠​달려가 어머니의 검정 치마폭에얼굴 묻는 아이처럼눈물자국 덜 마른 그 아이 얼굴 가득넘치는 만족이여​고치 속에 다리 뻗어 안식하는 누에 번데기그렇게 오너라 밤, 밤이여.이번 가을이 또 어떻게 선물로 다가올지 궁금합니다. 비오는 늦가을 백양사 썅계루에서 맞이한 풍경을 회상합니다. 지나가면 볼 수없는 일들 속에서 뜨겁게 삶을 사랑하는 시간이길 기도합니다. 오늘도 이 순간 동행에 감사합니다

2025.10.12

담쟁이 / 도종환

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그때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결국 그 벽을 넘는다.그 기쁨과 평안 속으로 걸어가면, 인생의 모든 순간은 영원한 시간입니다(조정민, 길을 찾는 사람들 중)

2025.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