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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덕유산에서,,,,
    2015. 10. 19. 09:55

    가을엔 당신에게 이런 사랑이고 싶습니다 / 이채

     

    가을엔 당신을 감싸주는 따뜻한 눈물이고 싶습니다
    내 가슴에도 한 그루 단풍나무가 붉게 물들 때
    단풍잎 줄기마다 당신과 나의 이야기를 새기며
    참사랑의 의미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때로는 나보다 당신을 위해
    한 걸음 물러설 줄 아는 아름다운 포기를 배우고 싶습니다
    그것은 포기가 아닌 나를 더욱 사랑하는 일이라는 것을
    가을 잎새처럼 낮게 떨어질 줄 아는 담담한 용기라는 것을

    가을엔 별들의 눈망울도 차가워지는 계절
    저녁이 오기 전에 내 방에 많은 햇살을 담아 두고 싶습니다
    어느 날 밤 당신에게 시리도록 찬바람이 불어올

     

    그래서 당신이 추위에 떨어야 할 때
    한 줌의 햇살로 촛불 같은 위안이 될 수 있기를
    병풍처럼 서 있는 이불 한 채의 바람막이가 될 수 있기를
    때로는 나보다 당신의 추운 밤을 위해
    지지 않는 사랑의 뜰에 등잔 같은 꽃불을 피우고 싶습니다


    당신을 위해 파아란 가을 하늘이 되고 싶은 날
    나 혼자만의 행복이란 결코 진정한 행복이 아닐 테니
    강과 숲이 보이는 청자빛 가을 창을 열어두고
    당신과 나, 함께 누릴 수 있는 소박한 행복을 꿈꾸며
    가장 오래도록 미소 지을 수 있는 푸근한 위로
    가장 깊은 곳에 간직할 수 있는 끈끈한 믿음
    가을엔 소중한 당신에게
    다시 필 수 있는 까만 꽃씨 한 알의 사랑이고 싶습니다

     

    가을이면 그리운 사람 / 이채

    여름이 채 가기 전에
    가을 이른 길목에 서 있는 그리움
    아직 앉지 않은 빈 의자에
    선선한 바람만 염치 놓고 앉았다 가는데

    사르르 눈 감으면 귓전을 맴돌며
    철석이는 파도가
    다가와 길게 앉는다

    초가을 밤 별빛은 참 고와
    유난히 하얀 달빛에 묻어 둔
    이야기 엮으면 소설같은데

    가을 이른 길목에
    여름 내려놓고 잠시 기다리면
    저 만치 다가오는 그리운 얼굴 있어도

    한 마디 말 못하고
    갈대 숲 바람결에 묻히고 마는
    그리운 목소리 있어도

    황금빛 들판에 영근 열매보다
    나 먼저 영글어
    건네주고 싶은 사랑있어도

    빈 의자만 뎅그러니
    오지 않는
    가을이면 그리운 사람이여!
     

     

     

    가을이 내게 아름다운 것은 /  이채

    봄에 뿌린 씨앗이 파랗게 돋아나
    여름 장마에도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고
    고스란히 이겨내던 이파리가
    드디어 황금빛 들판을 이루었습니다

    여름 뙤약볕이 한창이던 날에
    금새 그 열기에 타 숨이 막힐 듯하더니
    온 몸에 알알이 단단한 열매를 매달고
    들녁에 빼곡히 앉아 있습니다

    저들이 봄씨를 뿌릴 때
    나도 많은 씨앗을 삶의 밭에 뿌렸습니다
    그러나 저들만큼 나의 삶이 풍요롭지 못한것이
    부끄러움과 겸손으로 다가옵니다

    가을 들녁의 풍요로움 만큼
    지금 나의 삶이 풍요롭지
    못한 것은
    인내와 성실이 부족한 탓도 있겠으나
    가슴에 잔뜩 쌓인 욕심탓도 있으리라

    가을이 내게 아름다운 것은
    물결치는 황금빛 풍요로움과
    단풍으로 장관을 이루는 아름다움과
    한알의 씨앗이 장엄한 풍경을 이룰 수 있다는 자연의 굴레에서
    나의 삶을 음미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을이 내게 아름다운 것은
    내가 꿈꾸는 삶의 풍경을
    가을이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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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