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시 136

가을 전송 / 공석진

가을 전송 / 공석진 가을을 전송합니다 화려함 남겨두고 빛바랜 옛 추억을 나들길로 보냅니다 고독을 만끽하세요 위태로운 정이 매달린 험한 비탈 위 정처없는 낙엽으로 이별을 강요하신다면 수신을 거절하렵니다 발신자도 없는 이름뿐인 천사 언제든 떠나려는 배낭 짊어진 당신을 기다리느니 차라리 양지바른 논둑에 누워 아릿하게 남아있는 바람꽃 향기를 추억하렵니다 제주에서 2일 동안 조직의 경영자 회의가 있어서 방을 비웁니다 오가시는 이, 집 잘 지켜주세요 분주한 일상에서 떠나는 업무이지만, 여행이겠지요 가을을 보내고 오겠습니다 수요일에는 한라산을 좀 뵈러가려고 합니다만, 비가 내린답니다 겨울 페딩에, 고어텍스에 한 가방 싸고나니 무겁습니다 감사합니다

2014.11.12

단풍 편지/이제인

단풍 편지/이제인 불현듯 다녀가라는 편지 받고 씁니다 포기할 수도 쉽게 다가갈 수도 없는 먼 허공의 거리 그 아득함을 글자로나마 채우겠다는 것인지 쓰고 또 지우고 씁니다 하늘허리를 두르고도 남을 빈 말들의 행렬 다시 한 자 한 자 지워 나갑니다 마지막 남은 한 문장 화석이 된 붉은 시간의 잎들 그대 가슴에도 그 불멸이 자라고 있겠지 오늘밤은 꼭 그대 거기 붉게 물든 한 그루 단풍나무로 서 있어야 하겠습니다

2014.11.03

절대고독-김현승

절대고독 / 김 현 승 나는 이제야 내가 생각하던 영원의 먼 끝을 만지게 되었다. 그 끝에서 나는 하품을 하고 비로소 나의 오랜 잠을 깬다. 내가 만지는 손 끝에서 아름다운 별들은 흩어져 빛을 잃지만 내가 만지는 손 끝에서 나는 무엇인가 내게로 더 가까이 다가오는 따스한 체온을 느낀다. 그 체온으로 내게서 끝나는 영원의 먼 끝을 나는 혼자서 내 가슴에 품어 준다. 나는 내 눈으로 이제는 그것들을 바라본다. 그 끝에서 나의 언어들을 바람에 날려 보내며, 꿈으로 고이 안을 받친 내 언어의 날개들을 이제는 티끞처럼 날려 보낸다. 나는 내게서 끝나는 무한의 눈물겨운 끝을 내 주름 잡힌 손으로 어루만지며 어루만지며, 더 나아갈 수 없는 그 끝에서 드디어 입을 다문다--나의 시는.

2014.10.12

10월의 기도 / 이해인

10월의 기도 / 이해인 언제나 향기로운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 좋은 말과 행동으로 본보기가 되는 사람냄새가 나는 향기를 지니게 하소서 타인에게 마음의 짐이 되는 말로 상처를 상처를 주지 않게​ 하소서 상처를 받았다기보다 상처를 주지는 않았나 먼저 생각하게 하소서 늘 변함없는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 살아가며 고통이 따르지만 변함없는 마음으로 한결같은 사람으로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게 하시고 마음에 욕심을 품으며 살게 하지 마시고 비워두는 마음 문을 활짝 열게 하시고 남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게 하소서 무슨일이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게 하소서 아픔이 따르는 삶이라도 그안에 좋은 것만 생각하게 하시고 건강 주시어 나보다 남을 돌볼 수 있는 능력을 주소서 10월에는 많..

2014.10.01

단풍 드는 날,,, 도종환

단풍 드는 날,,,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2013년 지리산 중산리에서) 9월의 말일 입니다 일상에서 부딪히다보니 한 달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리고, 계절은 깊어지고요,,, 우리의 마음도 심산에 물드는 붉은 단풍처럼 활활 타는 가을이고 싶습니다 행복한 아침에 소망 하나 담아 봅니다

2014.09.30

용봉산 일출!

이른 새벽에 용봉산에 올랐습니다 고요한 산에, 제일 먼저 올라 일출을 보는 것은 행복한 일 중에 하나입니다 서서히 밝아 옵니다 멀리 대흥산과 홍양저수지, 금마뜰이 보입니다 최영장군 활터와 내포신도시가 보입니다 엷은 박무도 피었습니다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었습니다 하늘에 구름도 붉은색으로,,,, 붉은 동쪽을 보며, 오늘도 소망을 빌어 봅니다 그리고 많은 소리를 귀기울여 듣습니다 가을/이정하 가을은, 그냥 오지 않습니다. 세상 모든 것들을 물들이며 옵니다. 그래서 가을이 오면 모두가 닮아 갑니다. 내 삶을 물들이던 당신, 당신은 지금 어디쯤 오고 있나요? 벌써부터 나, 당신에게 이렇게 물들어 있는데, 당신과 이렇게 닮아 있는데. 정상에 서서 크게 숨을 들이마십니다 더 늙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도 되뇌어 봅니..

2014.09.18

세월이 가면,,,, 박인환

세월이 가면,,,, 박인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 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시인 박인환(1926 ~ 1956)이 1956년에 쓴 詩입니다. 31세로 요절한 박인환은 명동 어느 술집에서 잔뜩 술을 마셨는데 술값이 없어 술집 여주인에게 술값 대신으로 즉석에서 이 시를 지어주었다는 에피소드가 전해집니다. 시간은 흘러서 우리가 사랑했던 시간들이 퇴색되고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

2014.09.15

가을,,, 김현승

가을,,, 김현승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안면도 바닷바람 맞으며 오후를 보냈습니다 행복한 월요일 되세요!

2014.09.15

가을날 -김현성

가을날 -김현성 가을 햇살이 좋은 오후 내 사랑은 한때 여름 햇살 같았던 날이 있었네 푸르던 날이 물드는 날 나는 붉은물이 든 잎사귀가 되어 뜨거운 마음으로 사랑을 해야지 그대 오는 길목에서 불 붙은 산이 되어야지 그래서 다 타 버릴 때까지 햇살이 걷는 오후를 살아야지 그렇게 맹세하던 날들이 있었네 그런 맹세만으로 나는 가을 노을이 되었네 그 노을이 지는 것을 아무도 보지 않았네 (백월산 일몰) 소망이 있는 하루 여시길 바랍니다

2014.09.12

가을/ 김현승

가을/ 김현승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삶은 언제나 연속, 그것이 투쟁이건 행복이건,,,, 오늘은 꽃지에서 지는 해를 보면서 커피 두잔을 사서 혼자 대화하며 마셨습니다 내일은 출근? 엘가가 작곡가로 무명일때 아내가 많은 도움을 주었답니다 그가 아내를 위하여 바친 피아노곡, 사랑의 인사 지금은 편곡이 넘 많이요,,,, 우리 예식장 가면 가끔 듣는 곡입니다 행복하세요

2014.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