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가면,,,, 박인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 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시인 박인환(1926 ~ 1956)이 1956년에 쓴 詩입니다.
31세로 요절한 박인환은 명동 어느 술집에서 잔뜩 술을 마셨는데
술값이 없어 술집 여주인에게 술값 대신으로 즉석에서 이 시를 지어주었다는
에피소드가 전해집니다.
시간은 흘러서 우리가 사랑했던 시간들이 퇴색되고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을지라도 함께 했던 장소와 시간들, 그
눈동자와 입맞춤의 기억들, 그 추억은 변함없이 내 가슴에
아직도 남아 나를 잊지 못하게 한다는 어쩌면 우리 모두가 간직하고 있을 그러한 추억을
떠올리며 가슴뭉클하게 하는 詩입니다.
그는 술이 약했지만 술을 아주 좋아했는데
시인 '이상' 추모의 밤 행사에서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중 길거리에 쓰러져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장소가 지금의 광화문 교보문고 앞이었다고 전해집니다
동료들은 평소 좋아했지만 돈이 없어 맘껏 마시지 못 했던
그의 관위에다 양주 조니 워커를 부어주며 못내 그의 죽음을 슬퍼했다고 합니다
'세월이 가면'이란 詩는 1976년에 유족들이 그의 20주기를 추모하여
출간한 '木馬와 淑女'라는 박인환 死後詩集에 실려 있습니다
<세월이 가면>은 박인환의 시에 작가, PD 를 한 이진섭씨가 즉흥적으로 곡을 붙여 만들어진 노래다. 가수 나애심이 처음 불렀으나 70년대 박인희가 불러 더욱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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