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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홀로서기 / 서정윤
    2015. 9. 16. 21:06

    홀로서기 / 서정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2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3

    지우고 싶다 

    이 표정 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것도 없으니

    미소를 지으며 체념할 수밖에......

    위태위태하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 어느날, 

    나는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 <움찔>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떨어져 갈 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것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5

    나를 지켜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며 여겨보아도

    결국 인간에게서는 

    더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는나의 삶,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6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 서기>를 익혀야 한다.

     

     

    7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아 있다.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홀로 서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촛불을 들자.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지만 

    <이것이다> 하며 살아가고 싶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

     

    세상으로 나오려던 20살 전, 후에 무척 좋아했던 시 입니다

    아침에 태양이 떠오르면

    두려움이 없던 시절이었지요?

     

    세상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하던 시간,

    순수한 사랑의 갈구함도 그러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느덧 가을이 되어버린 지금,

    살포시 마주하는 가을 바람 감촉에 실어

    읽어 봅니다

     

    홀로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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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