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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 최영미삶 2015. 9. 13. 21:21
가을에는 / 최영미
내가 그를 사랑한 것도 아닌데
미칠 듯 그리워질 때가 있다
바람의 손으로 가지런히 풀어놓은, 뭉게구름도 아니다
양떼구름도 새털구름도 아니다
아무 모양도 만들지 못하고 이리저리 찢어지는 구름을 보노라면
내가 그를 그리워한 것도 아닌데
그가 내 속에 들어온다
뭉게뭉게 피어나 양떼처럼 모여
새털처럼 가지런히 접히진 않더라도
유리창에 우연히 편집된 가을처럼
한 남자의 전부가 가슴에 뭉클 박힐 때가 있다
무작정 눈물이 날 때가 있다
가을에는, 오늘처럼 곱고 투명한 가을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으로 문턱을 넘어와
엉금엉금, 그가 내 곁에 앉는다
그럴 때면 그만 허락하고 싶다
사랑이 아니더라도, 그 곁에 키를 낮춰 눕고 싶다
( 홍성 궁리포구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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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눈물이 날때가 있다는 싯귀가 와 닿습니다.
그런 가을이 되었네요.
농돌이님 오랜만에 찾아 뵙습니다.
늘 건강 하시길요..^^
삼실 준공 끝나고 돈 쓴거 처리하고
선물 돌리고 ㅡㅡ오늘은 대전에 공부
하러왔네요 9시간 이틀짜리?
죽을지경입니다 ㅋ
날이 개어서 계룡산이 부릅니다 ㅎ
가방은 안가지고 와서 ㅡㅡ
중년의 가을이라서 찡합니다
무작정 눈물이 날때가 있다
능돌이님 문학적 지식에 감탄합니다
'
매번 시와 음악 ,,,,
감탄입니다
유명 블로그 ,댓글많은 것은 아니지만(?) 수많은 글중 능돌이님 찿아 보네요
''' 담백한 사진과 적절한시''''
저도 한때 문학 좋아했는데
능돌이님 문학적 감각과 지식에 놀랍네요
한편에 동양화 을 보는 것 같네요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