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김현승

농돌이 2022. 9. 4. 07:35

가을 /김현승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깍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寶石)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비 내리는 날,

고딩시절 걷던 골목길에서 흐러나오던

LP판 피아노곡이 듣고 싶어진다

 

지금은 없어진 맥심다방도 생각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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