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내 안의 저녁 풍경 / 노향림

농돌이 2022. 8. 5. 08:15

내 안의 저녁 풍경 / 노향림

배밭 너머 멀리 저녁 구름이 걸렸다

필라멘트 불빛처럼

역광이 구름 틈새로 새 나오고

당신은 아직도 바다를 향해 앉아 있다

등 돌려 텅 빈 독처럼 앉아 있는

당신에게 시간은 저녁을

가득하게 퍼 담고 있어

하얗게 지는 배꽃들이

당신의 발등과 무릎 어깨 머리 위로 마구 떨어진다

바다 위에서는 새들이

한쪽 발을 들고 머리를 주억거린다

그들이 이따금 모래톱을 긴 부리로 물고 나는 사이

떠돌던 당신 마음은

어떤 빛일까

밤은 저만치 젖은 날개 터는 소리로

파도 위로 걸어오고

그렇게 당신은

오래도록 생각에 잠긴다

시집 <푸른 편지> 창비. 2019

 

 

이번주 일요일이 가을로 들어선다는 입추입니다

쉬엄쉬엄 가도 가을은 옆에 있는듯 합니다

 

시원하게 출발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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