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여행
-
섣달 그믐날, 간월암에서 해넘이삶 2023. 1. 21. 20:14
송년 엽서 / 이해인 하늘에서 별똥별 한 개 떨어지듯 나뭇잎에 바람 한번 스쳐가듯 빨리 왔던 시간들은 빨리도 떠나가지요 나이 들수록 시간은 더 빨리 간다고 내게 말했던 벗이여 어서 잊을 것은 잊고 용서할 것은 용서하며 그리운 이들을 만나야겠습니다 목숨까지도 떨어지기 전 미루지 않고 사랑하는 일 그것만이 중요하다고 내게 말했던 벗이여 눈길은 고요하게 마음은 뜨겁게 아름다운 삶을 오늘이 마지막인 듯이 충실히 살다보면 첫새벽의 기쁨이 새해에도 항상 우리 길을 밝혀 주겠지요 해넘이 다녀왔습니다 느림과 긍정을 향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시간을 그려보며, 침전된 일들을 퍼올려 보았습니다 아름다운 정원에서,,,
-
노을 / 나태주삶 2023. 1. 8. 17:44
노을 / 나태주 방 안 가득 노래로 채우고 세상 가득 향기로 채우고 내가 찾아갔을 때는 이미 떠나가버린 사람아 그 이름조차 거두어가버린 사람아 서쪽 하늘가에 핏빛으로 뒷모습만 은은하게 보여줄 줄이야. 지난 해 12월 31일에 간월암으로 해넘이 다녀왔습니다 지니고 있다가,,,, 마음속에 두었던 것들은 , 지난주 마무리 하고 해넘이 합니다 살아있는것 자체가 희망이라고 옆에 있는 사람이 다 희망이라고 내게 다시 말해주는 나의 작은 희망의 당신 고맙습니다 --- 희망은 깨어있네, 이해인 ---
-
단풍 /김종길삶 2022. 10. 24. 06:36
단풍 /김종길 올해도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가? 작년 이맘때 오른 산마루 옛 城터 바위 모서리, 작년처럼 단풍은 붉고, 작년처럼 가을 들판은 저물어간다. 올해도 무엇을 하며 살았는가? 작년에도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던 물음. 자꾸만 세상은 저무는 가을 들판으로 눈앞에 떠오르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사는 동안 덧없이 세월만 흘러가고, 어이없이 나이만 먹어가건만, 아직도 사위어가는 불씨 같은 성화는 남아 까닭없이 치미는 울화 같은 것. 아 올해도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가? 저무는 산마루 바위 모서리, 또 한 해 불붙는 단풍을 본다. 서산 개심사에도 단풍이 내려 앉습니다 옷장에 가득한 옛날 옷들을 못버리듯이 가득히 보관 중인 많은 생각들을 버리십시요 그리곤, 훌쩍 떠나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행복한 월요일 여십시요
-
오래된 가을 / 천양희산 2022. 9. 18. 15:01
오래된 가을 / 천양희 돌아오지 않기 위해 혼자 떠나 본 적이 있는가 새벽 강에 나가 홀로 울어 본 적이 있는가 늦은 것이 있다고 후회해 본 적이 있는가 한 잎 낙엽같이 버림받은 기분에 젖은 적이 있는가 바람 속에 오래 서 있어 본 적이 있는가 한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이 있는가 증오보다 사랑이 조금 더 아프다고 말한 적이 있는가 이런 날이 있는가 가을은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는 것 보라 추억을 통해 우리는 지나간다. 세상 일에 욕심이 끝이 없다 놀러 가서도 그렇지,,,, 이 정도면 됐다,,,,!
-
개심사의 봄을 벗을 시간산 2022. 5. 4. 07:29
개심사 / 마종기 구름 가까이에 선 골짜기 돌아 스님 한 분 안보이는 절간 마당. 작은 불상 하나 마음 문 열어놓고 춥거든 내 몸 안에까지 들어오라네. 세상에서 제일 크고 넓은 색깔이 양지와 음지로 나뉘어 절을 보듬고 무거운 지붕 짊어진 허리 휜 기둥을, 비틀리고 찢어진 늙은 나무 기둥들이 몸을 언제나 단단하게 지니라고 하네. 절 주위의 나무 뿌리들은 땅을 헤집고나와 여기 저기 산길에 드러누워 큰 숨을 쉬고 어린 대나무들 파랗게 언 맨손으로 널려진 자비 하나라도 배워보라 손짓하네. 현존하는 당우로는 보물 제143호로 지정된 대웅전을 비롯하여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194호인 명부전(冥府殿),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358호인 심검당(尋劍堂), 무량수각(無量壽閣)·안양루(安養樓)·팔상전(八相殿)·객실·요사채 ..
-
꽃비 꽃 비 속에서 / 현미정삶 2022. 4. 26. 08:38
꽃비 꽃 비 속에서 / 현미정 그대가 오신다기에 푸르고 활짝 갠 하늘 보려고 창문을 열어봤어요 꽃비가 홀 홀 포로르 흩뿌려져 연분홍 융단을 깔아놨어요 마치 하늘에 별들이 모다 내려와 꽃 무리로 모여 앉아 내 사랑 기다리는 듯 산 노을 그림자 숨어들고 보이는 것들은 까만 칠 흙 속으로 빨려 들어간 고요뿐 향기로운 꽃 내음 수 만 길 가슴을 파는데 길 잃어 헤메시느라 밤이 되었나 가슴으로 타는 지름 호롱 불 되어 기다리는데 뀡한 마리 어디선가 구애의 노래를 하네 어머나 소스라 질듯 허리 감싸 앉는 등뒤에 당신 따사운 입 김 흰 목덜미에 흘리며 "나왔어 미안해 한 걸음으로 달려. 왔어" 너를 보는 것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라며 말했습니다 아 아 꿈이었나 꿈이었어요. 이 꽃 눈 내리는 야밤에 아름다운 봄의 끝자락..
-
노을 맛집, 간월암삶 2022. 3. 2. 19:43
노 을 / 기형도 하루 종일 지친 몸으로만 떠돌다가 땅에 떨어져 죽지 못한 햇빛들은 줄지어 어디로 가는 걸까 웅성웅성 가장 근심스런 색깔로 西行(서행)하며 이미 어둠이 깔리는 燒却場(소각장)으로 몰려들어 몇 점 폐휴지로 타들어가는 午後 6시의 참혹한 刑量(형량) 단 한 번 후회도 용서하지 않는 무서운 時間(시간) 바람은 긴 채찍을 휘둘러 살아서 빛나는 온갖 象徵(상징)을 몰아내고 있다. 都市(도시)는 곧 活字(활자)들이 일제히 빠져 달아나 速度(속도) 없이 페이지를 펄럭이는 텅 빈 한 권 冊(책)이 되리라. 勝負(승부)를 알 수 없는 하루와의 싸움에서 우리는 패배했을까. 오늘도 물어보는 사소한 물음은 그러나 우리의 일생을 텅텅 흔드는 것. 午後(오후) 6時(시)의 소각장 위로 말없이 검은 연기가 우산처럼..
-
아름다운 노을이고 싶습니다 / 김용호삶 2022. 2. 27. 22:11
아름다운 노을이고 싶습니다 / 김용호 내게 행운이 있어 당신과 좋은 인연으로 인해 행복이 움트고 있음 실감합니다. 때로는 원하신다면 당신의 그림자라도 되어 사뿐 사뿐 따라 다니고 싶어집니다 혼자 있을 때 당신과의 맺은 인연을 골똘히 생각하면 내 마음이 유쾌해집니다. 좋은 당신이 내게 존재하므로 내 마음이 단출해지고 행복해지고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 당신이 하도 좋아서 해거름에는 내가 당신 곁에 머물 수 있는 아름다운 노을이고 싶습니다. 바다를 보지 않햇다고, 바다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낙조를 기다려도, 매일 보여주시는 것도 아닙니다 집콕에서 무료함에, 콧구멍 찬바람이 그리웠습니다 간월암으로 달려서,,,, 자리를 잡고, 섭니다 사라지지는 않는데, 그리웠습니다 행복이 넘치는 상상 그 너머의 꿈을 꾸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