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4268

가을 편지 / 김재진

가을 편지 / 김재진​이슬 젖은 새벽 찬 바람옷깃을 여미게 하고 마음을 흩트려 놓습니다하늘 녘 새털구름은 바람길 따르고한적한 시골 마을 어귀에서풍요로운 가을을 만났습니다​냇가 길섶 바위에 앉아서시름을 씻노라니벼 이삭은 수줍은 듯 고개 숙이고대추는 불그스레 물들이고밤송이는 산달이 되었습니다억새는 한들한들 애교 짓을 합니다피라미는 톡 튀어 올라 곁눈질을 합니다​추억 속 버스정류장에 앉았습니다소슬바람이 설은 감에 볼을 어루만지고 지나갑니다스르륵 눈이 감깁니다얼마나 지났을까요땅거미 내려앉은 해 질 녘입니다어쩜 나는 이곳에서혼자 이러고 있을까요그대는 어떤가요오색 단풍이 더 물들기 전에그대에게 장문에 가을 편지를 써야겠네요얼마전 가족들과 다녀온 일본 샷보르 여행지 중 한곳, 하늘과 반영, 단풍이 아름다웠습니다

2025.10.15

가을아침 / 황동규

가을아침 / 황동규오래 살던 곳에서 떨어져내려낮은 곳에 모여 추억 속에 머리 박고 살던 이파리들이오늘 아침 銀옷들을 입고저처럼 정신없이 빛나는구나말라가는 신경의 참응ㄹ 수 없는 바스락거림 잠재우고시간이 증발한 눈으로 시간석을 내다보자방금 黃菊의 聲帶에서 굴러 나오는 목소리저 황금 고리들, 태어나며 곧 사라지는저 삶의 입술들!가을비가 장마빛처럼 내립니다. 논에 벼도 싹이나고,,, 김장 배추도 썩어갑니다. 일하시는 절대자께서 지켜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래도 가을이 좋습니다. 기대됩니다

2025.10.13

밤을 기다리며 / 유안진

밤을 기다리며 / 유안진​듣고 싶어라밀레의 그림 속 저녁종 치는 소리​집착과 욕망에 끌려다닌 벌건 대낮이 가고그 어이없는 낭패를 까맣게 덮어 지워주면서타일러 깨우치는 침묵하는 어둠​달려가 어머니의 검정 치마폭에얼굴 묻는 아이처럼눈물자국 덜 마른 그 아이 얼굴 가득넘치는 만족이여​고치 속에 다리 뻗어 안식하는 누에 번데기그렇게 오너라 밤, 밤이여.이번 가을이 또 어떻게 선물로 다가올지 궁금합니다. 비오는 늦가을 백양사 썅계루에서 맞이한 풍경을 회상합니다. 지나가면 볼 수없는 일들 속에서 뜨겁게 삶을 사랑하는 시간이길 기도합니다. 오늘도 이 순간 동행에 감사합니다

2025.10.12

담쟁이 / 도종환

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그때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결국 그 벽을 넘는다.그 기쁨과 평안 속으로 걸어가면, 인생의 모든 순간은 영원한 시간입니다(조정민, 길을 찾는 사람들 중)

2025.10.12

기억의 서랍에 자물쇠를 채운다 / 이외수

기억의 서랍에 자물쇠를 채운다 / 이외수이별 끝에못다 한 말들은모두 하늘로 가서구름을 떠돌다가아픔이 사라질 무렵빗소리로 떨어진다.빗소리는아물어가는상처를 도지게 만든다.그래서 빗소리가 들리면..기억의 서랍을 열지 말아야 한다.나는기억의 서랍에자물쇠를 굳게 채운다.긴 연휴를 마무리 합니다. 생애 처음으로 애들과 아내를 모시고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시간을 잊고, 날짜를 잊고 먹고 자고,,, 금방 시간이 갔습니다. 오늘은 김장 배추와 무우가 계속되는 비로 뿌리 썩음병이 유행하여 방제하고,,, 배수로 정비하고,,, 고구마를 캐서, 처마에 두었습니다. 너무 수분이 많아서 건조가 필요했습니다. 추억이 된 여행의 사진을 보면서 행복이란 병의 마개를 막습니다

2025.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