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 / 김재진이슬 젖은 새벽 찬 바람옷깃을 여미게 하고 마음을 흩트려 놓습니다하늘 녘 새털구름은 바람길 따르고한적한 시골 마을 어귀에서풍요로운 가을을 만났습니다냇가 길섶 바위에 앉아서시름을 씻노라니벼 이삭은 수줍은 듯 고개 숙이고대추는 불그스레 물들이고밤송이는 산달이 되었습니다억새는 한들한들 애교 짓을 합니다피라미는 톡 튀어 올라 곁눈질을 합니다추억 속 버스정류장에 앉았습니다소슬바람이 설은 감에 볼을 어루만지고 지나갑니다스르륵 눈이 감깁니다얼마나 지났을까요땅거미 내려앉은 해 질 녘입니다어쩜 나는 이곳에서혼자 이러고 있을까요그대는 어떤가요오색 단풍이 더 물들기 전에그대에게 장문에 가을 편지를 써야겠네요얼마전 가족들과 다녀온 일본 샷보르 여행지 중 한곳, 하늘과 반영, 단풍이 아름다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