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
새 / 김지하삶 2022. 7. 20. 21:30
새 / 김지하 저 청청한 하늘 저 흰 구름 저 눈부신 산맥 왜 날 울리나 날으는 새여 묶인 이 가슴 밤새워 물어 뜯어도 닿지 앟는 밑바닥 마지막 살의 그리움이여. 피만이 흐르네 더운 여름날의 썩은 피 땅을 기는 육신이 너를 우러러 낮이면 낮 그여 한번은 울 줄 아는 이 서러운 눈도 아예 시뻘건 몸뚱어리 몸부림 함께 함께 답새라. 아 끝없이 새하얀 사슬 소리여 새여 죽어 너 되는 날의 길고 아득함이여. 낮이 밝을수록 침침해가는 넋 속의 저 짧은 여위어가는 저 짧은 볕발을 스쳐 떠나가는 새 청청한 하늘 끝 푸르른 저 산맥 너머 떠나가는 새 왜 날 울리나 덧없는 가없는 저 구름 아아 묶인 이 가슴 오늘은 어느 정책협의에서 장시간? 참 뷰 포인트가 다르다는 것을 실감하고,,,, 터덜 터덜 희망을 가져봅니다 내 ..
-
인연의 잎사귀 / 이해인삶 2022. 7. 19. 20:44
인연의 잎사귀 / 이해인 수첩을 새로 샀다 원래 수첩에 적혀있던 것들을 새 수첩에 옮겨 적으며 난 조금씩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 것인가 어느 이름은 지우고 어느 이름은 남겨 둘 것인가 그러다가 또 그대 생각을 했다 살아가면서 많은 것이 묻혀지고 잊혀진다 하더라도 그대 이름만은 내 가슴에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은 언젠가 내가 바람 편에라도 그대를 만나보고 싶은 까닭이다 살아가면서 덮어두고 지워야 할 일이 많이 있겠지만 그대와의 사랑, 그 추억만은 지워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그것이 바로 내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는 까닭이다 두고두고 떠올리며 소식 알고픈 단 하나의 사람 내 삶에 흔들리는 잎사귀 하나 남겨준 사람 슬픔에서 벗어나야 슬픔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듯 그대에게 벗어나 ..
-
어머니를 뵙고 오면서,,,삶 2022. 7. 18. 20:48
아프다 / 양문규 엄니 맨날 아프다 누우면 누워 있어서 아프고 앉으면 앉아 있어서 아프고 서 있으면 서 있어서 아프고 걸으면 걸어서 아프고 그러니 사는 게 뭔 재미가 있것나 눈물 글썽이다가도 나만 보면 생기가 돋는지 야야, 꽃구경 가자 하는데 나도 다리가 안 좋아 걷는데 절절맬 때 많지만 그래도 허리 곧추세워 그류, 죽도록 아프다던 우리 엄니 골목길을 누비면서 함박꽃이 되었다 계간 『시와정신』 2022년 봄호애서 저를 키우시고,,,, 먹이시고,,,, 교육하신,,, 어머니 손 입니다 오늘도 사람 조심해라, 차 조심해라, 술 조심해라 하시는 어머니,,,! 감사합니다
-
내 몸 속에 너를 키운다 / 양문규산 2022. 7. 16. 13:18
내 몸 속에 너를 키운다 / 양문규 내 몸 속에 너를 키운다 겨울부터 여름까지 살을 저미는 적막 속에 너를 가두고 굴참나무 숲 바람 소리에 몸을 기댄다 간간이 뒤울 안에서 우는 굴뚝새 울음처럼 나는 어둠을 타고 흐른다 언제나 하늘은 산 마을 그림자를 껴안고 인기척 없이 또 한 슬픔을 거둔다 그대 가파른 절벽을 때리는 소리 잎새의 작은 떨림도 재우지 못하고 살과 뼛속 젖은 살로 스민다 내 몸 속 가시만 돋는다 인적 드문, 변방에 집 틀고 외로이 진다 침묵보다 더 시린 별 하나 내 몸 안에 가두고 어둠 밑으로 뿌리를 뻗는다 그리움 저편, 애태우며 토해내지 못하는 바위 속 뜨거운 눈시울 내 몸 속에 너를 파묻고 내 몸 속에 너를 키운다 무더위에 조금은 지쳐서,,,, 시들어버릴 것 같은 삶의 열정을 끄집어 내어..
-
멋진 풍경의 여운은 오래갑니다산 2022. 7. 13. 06:10
한계령을 위한 연가 / 문정희 한겨울 못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기는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하여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리던 헬리콥터들이 고란이와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
-
천천히 걷고, 계곡 암릉을 자세히 보고 싶었지요, 천불동산 2022. 7. 12. 18:47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 문정희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 그때 나는 별을 바라본다. 별은 그저 멀리서 꿈틀거리는 벌레이거나 아무 의도도 없이 나를 가로막는 돌처럼 나의 운명과는 상관도 없지만 별!을 나는 좋아한다. 별이라고 말하며 흔들린다. 아무래도 나는 사물보다 말을 더 좋아하는가보다. 혼자 차를 마시면서도 차를 마시고 싶다라는 말을 하고 싶고 여행보다 여행 떠나고 싶다라는 말을 정작 연애보다는 사랑한다라는 말을 나는 좋아한다. 어쩌면 별도 사막일지 몰라 결국 지상에는 없는 불타는 지점 하지만 나는 별을 좋아한다. 나의 조국은 별같은 말들이 모여서 세운 시의 나라 나를 키운 고향은 책인지도 몰라 0, 일행: 홍성토요산악회 0, 산행경로 : 소공원-비선대-양폭대피소-천..
-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 문정희삶 2022. 7. 11. 06:35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 문정희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시간의 재가 되기 위하여 타오르기 때문이다 아침보다는 귀가하는 새들의 모습이 더 정겹고 강물 위에 저무는 저녁 노을이 아름다운 것도 이제 하루 해가 끝났기 때문이다 사람도 올 때보다 떠날 때가 더 아름답다 마지막 옷깃을 여미며 남은 자를 위해서 슬퍼하거나 이별하는 나를 위해 울지 마라 세상에 뿌리 하나 내려두고 사는 일이라면 먼 이별 앞에 두고 타오르지 않는 것이 어디 있겠느냐 이 추운 겨울 아침 아궁이를 태우는 겨울 소나무 가지 하나가 꽃보다 아름다운 것도 바로 그런 까닭이 아니겠느냐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어둠도 제 살을 씻고 빛을 여는 어둠이 된다 마음의 정원에 아름다운 꽃 한송이 심는 월요일 되십시요 시간이 지나다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