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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개심사의 만추산 2024. 11. 24. 21:26
내 가슴의 고요 / 이향아너를 바라보는내 가슴의 고요에서는낮은 풍금소리가 난다낙엽은 사철아름다운 사연의엽서처럼 지고그 발자욱마다 기도로 스미리풍화하는 노래로 잠기리함께 가는 강물의 유유함이여함께 가는 햇살의 눈부심이여너를 생각하는내 가슴의 고요는살구꽃잎 흩날리는4월 훈풍 같다땅 위에 이런 은혜다시 없으리눈물 가득 너를 보는내 가슴의 고요 허물을 벗지 못하는 뱀과 곤충은 살아남지 못합니다가을은 새로움을 위한 시간일듯 합니다 나는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면,,,,새로워져야 하는 삶,변화를 추구하고, 노력하는 가을을 개심사의 고요함 속에서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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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의 가을이 가려고 합니다삶 2024. 11. 23. 19:46
가을 편지 / 고정희작별할 수 없는 내 사랑 서러워그대에게 뻗은 가지 잘라버렸습니다그러나 마음속에 무성한 가지 있어마음의 가지는 자르지 못했습니다길을 끊고 문을 닫아도문을 닫고 가지를 잘라도저녁 강물로 당도하는 그대여그리움에 재갈을 물리고움트는 생각에 바윗돌 눌러도풀밭 한 벌판으로 흔들리는 그대여그 위에 해와 달 멈출 수 없으매나는 다시 길 하나 내야 하나 봅니다나는 다시 문 하나 열어야 하나 봅니다 혼자 있는 시간은 외로운 시간이 아니라,자신의 색을 찾고 더욱 진하게 그리는 정체성의 공간이다--- 니체 -- 떠나려는 가을을 붙잡고 놀고 옵니다2년만에 다녀온 선운사 도솔천은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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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가을 / 노향림삶 2024. 11. 14. 21:19
가난한 가을 / 노향림 가난한 새들은 더 추운 겨울로 가기 위해새끼들에게 먼저 배고픔을 가르친다.제 품속에 품고 날마다 물어다 주던 먹이를 끊고대신 하늘을 나는 연습을 시킨다.누렇게 풀들이 마른 고수부지엔 지친새들이 오종종 모여들고 머뭇대는데어미 새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음울한 울음소리만이높은 빌딩 유리창에 부딪쳐 아찔하게떨어지는 소리만이 가득하다.행여 무리를 빠져나온 무녀리들 방향 없이빈터에서라도 낙오되어 길 잃을까드문드문따듯한 입김 어린 불빛이 켜지기 시작한다.그 지시등 따라 창 밑까지 선회하다가있는 힘 다해 지상에서 가장 멀리 치솟아 뜬허공에 무수히 박힌 까만 충치 자국 같은 비행체들캄캄한 하늘을 날며 멀리로 이사 가는철새들이 보이는 가을날의 연속이다. 친구들과 마시고 떠들던 가을 갑니다누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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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여행, 남이섬삶 2024. 11. 13. 21:20
인연서설 / 문병란 꽃이 꽃을 향하여 피어나듯이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은그렇게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다물을 찾는 뿌리를 안으로 감춘 채원망과 그리움을 불길로 건네며너는 나의 애달픈 꽃이 되고나는 너의 서러운 꽃이 된다사랑은저만치 피어 있는 한 송이 풀꽃이 애틋한 몸짓서로의 빛깔과 냄새를 나누어 가지며사랑은 가진 것 하나씩 잃어 가는 일이다각기 다른 인연의 한 끝에 서서눈물에 젖은 정한 눈빛 하늘거리며바람결에도 곱게 무늬지는 가슴사랑은 서로의 눈물 속에 젖어 가는 일이다오가는 인생 길에 애틋이 피어났던너와 나의 애달픈 연분도가시덤풀 찔레꽃으로 어우러지고, 다하지 못한 그리움사랑은 하나가 되려나마침내 부서진 가슴 핏빛 노을로 타오르나니이 밤도 파도는 밀려와잠 못 드는 바닷가에 모래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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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86'400초삶 2024. 11. 5. 22:17
길 위에서의 생각 / 류시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집이 있는 자는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세월을 몰고다만 멀어져 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는 날을 그리워하고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죽어가는 자는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어떤 나그네는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다고 생각하는 것을,누구는 스스로어떤이는 지인에게 묻습니다 많은 이야기 중에서도,내가 보고 느낀 것이 판단이라는 함지에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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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여행, 주천 생태공원에서산 2024. 11. 3. 21:07
가을 그림자 / 김재진 가을은 깨어질까 두려운 유리창흘러온 시간들 말갛게 비치는갠 날의 연못저물도록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 찾으러집 나서는황혼은물 빠진 감잎에 근심 들이네.가을날 수상한 나를 엿보는그림자는 순간접착제.빛 속으로 나선 여윈 추억 들춰내는가을은여름이 버린 구겨진 시간표. 가을여행,,,어느 선택이 가장 멋진 선택이었는지는 모릅니다 시간이 흘러서 나이도 가을이 된 지금,미치도록 가슴 뛰는 일을 찿는 것은 무리이지만,내일을 기대하는 삶으로 달려가는 가을이기를 소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