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농돌이 2025. 2. 12. 09:03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자신의 아품은 자신에게 있어서만 절대값이다(위저도 베이커리, 구병모)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초대장 /신달자  (4) 2025.02.13
그래도 아름다운 길이네 / 박노해  (1) 2025.02.10
사랑 / 이성선  (2) 2025.02.09
인연 / 백지윤  (4) 2025.01.08
생(生)은 아물지 않는다 / 이산하  (4) 2025.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