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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날의 희망 / 박노해

겨울 날의 희망 / 박노해​​따뜻한 사람이 좋다면우리 겨울 마음을 가질 일이다꽃 피는 얼굴이 좋다면우리 겨울 침묵을 가질 일이다빛나는 날들이 좋다면우리 겨울 밤들을 가질 일이다​우리 희망은, 긴 겨울 추위에 얼면서얼어붙은 심장에 뜨거운 피가 돌고얼어붙은 뿌리에 푸른 불길이 살아나는 것​우리 겨울 마음을 가질 일이다우리 겨울 희망을 품을 일이다 오늘 웃을 수 있어야  내일도 웃을 수 있다 -- 니체 --

2025.01.04

새해 / 김현주

새해 / 김현주첫 설렘첫 느낌으로새 아침 햇살을 받아봅니다하얀 백지를 받아든새로운 선물새로운 마음으로새 희망의 다짐을 그려봅니다그리운 것들아픔과 슬픔 것들추억 속에 담아 놓고웃음꽃 피우는 행복의 씨새해라는 희망에 심어봅니다. 떡국을 먹으며 / 양광모먹기 위해 사는 게 인생은 아니라지만먹고 사는 일만큼 중요한 일 또 어디 있으랴지난 한 해의 땀으로오늘 한 그릇의 떡국이 마련되었고오늘 한 그릇의 떡국은새로운 한 해를 힘차게 달려갈 든든함이니사랑하는 사람들이 둘러앉아설날 떡국을 먹으면희망처럼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아물지 않은 상처마다 뽀얗게 새살이 돋아난다 2025년 새해의 첫날,   해를 맞습니다 새해에는 모든 이들의 꿈과 희망이 자리잡고, 활력 넘치고 평화롭게 하소서

2025.01.01

10월 송광사의 품에서,,,,

시월 숲길 / 정숙자흔들지 않아도 떨어지는 시월 숲길은, 석양은, 새로 칠한 단청빛이다   감자 싹같이 포근한 편지 북으로, 남으로도 날려보내자   금홍이의 동전 여막밭 새소리도 이 무렵 바람에선 음이 깊었다   싸리꽃 냄새, 탱자나무 길 돌계단 몇 개 날아내리면 고구마순 한 무데기 먹던 우리집 뿔이라곤 모르고 늙었던 황소   흔들지 않아도 떨어지는 시월 숲길은, 추억은, 제자리서 꼭꼭 여문 풀씨들이다   지난 가을 날,아둥바둥 살기 실어서 떠났던 송광사, 꽃보다 곱던 잎들이 물들어 반겨주던 날부자는 아니지만 저를 수고했다고 안아주던 날,,,,참 기억되고 소중했던 날 입니다

2024.12.26

산 / 법정

산 / 법정산을 건성으로 바라보고 있으면산은 그저 산 일뿐이다그러나 마음을 활짝 열고산을 진정으로 바라보면우리 자신도 문득 산이 된다. 내가 정신 없이 분주하게 살 때에는저만치서 산이 나를 보고 있지만내마음 그윽하게 한가 할 때에는내가 산을 바라본다  아래쪽에서 올려다볼 때 엘리트의 오만은 짜증나지 않을 수 없다 .  누구도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서고 싶지 않다그러나 능력주의 신앙은 그들이 입은 상처에 굴욕까지 보탠다. 자신의 곤경은 자신 탓이라는 말, 하면 된다 라는 양날의 검이다 --- 마이크 샌덜, 공정허다는 착각 에서 --

2024.12.25

서산 개심사의 만추

내 가슴의 고요 / 이향아너를 바라보는내 가슴의 고요에서는낮은 풍금소리가 난다낙엽은 사철아름다운 사연의엽서처럼 지고그 발자욱마다 기도로 스미리풍화하는 노래로 잠기리함께 가는 강물의 유유함이여함께 가는 햇살의 눈부심이여너를 생각하는내 가슴의 고요는살구꽃잎 흩날리는4월 훈풍 같다땅 위에 이런 은혜다시 없으리눈물 가득 너를 보는내 가슴의 고요    허물을 벗지 못하는 뱀과 곤충은 살아남지 못합니다가을은 새로움을 위한 시간일듯 합니다 나는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면,,,,새로워져야 하는 삶,변화를 추구하고, 노력하는 가을을 개심사의 고요함 속에서 배웁니다

2024.11.24

가을여행, 주천 생태공원에서

가을 그림자 / 김재진  가을은 깨어질까 두려운 유리창흘러온 시간들 말갛게 비치는갠 날의 연못저물도록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 찾으러집 나서는황혼은물 빠진 감잎에 근심 들이네.가을날 수상한 나를 엿보는그림자는 순간접착제.빛 속으로 나선 여윈 추억 들춰내는가을은여름이 버린 구겨진 시간표.  가을여행,,,어느 선택이 가장 멋진 선택이었는지는 모릅니다 시간이 흘러서 나이도 가을이 된 지금,미치도록 가슴 뛰는 일을 찿는 것은 무리이지만,내일을 기대하는 삶으로 달려가는 가을이기를 소망해봅니다

2024.11.03

깊어가는 가을 / 이해인

깊어가는 가을 / 이해인  하늘은 높아 가고마음은 깊어 가네꽃이 진 자리마다열매를 키워 행복한나무여바람이여슬프지 않아도안으로 고여오는 눈물은그리움 때문인가가을이 오면어머니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고멀리 있는 친구가 보고 싶고죄 없어 눈이 맑았던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고 싶네친구여너와 나의 사이에도말보다는 소리 없이강이 흐르고이제는 우리더욱 고독해져야겠구나남은 시간 아껴 쓰며언젠가 떠날 채비를서서히 해야겠구나잎이 질 때마다한 움큼의 시(詩)들을 쏟아내는나무여바람이여영원을 향한 그리움이어느새 감기 기운처럼 스며드는 가을하늘은 높아 가고기도는 깊어 가네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 황지..

2024.10.16

어머니 편지 / 임태주

어머니 편지 / 임태주 아들아, 보아라 나는 원체 배우질 못했다호미 잡는 것보다 글 쓰는 것이 천만 배 고되다.그리 알고, 서툴게 썼더라도 너는 새겨서 읽으면 된다.내 유품을 뒤적여 네가 이 편지를 수습할 때면나는 이미 다른 세상에 가 있을 것이다.서러워할 일도 가슴 칠 일도 아니다.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왔을 뿐이다.살아도 산 것이 아니고,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닌 것도 있다.살려서 간직하는 건 산 사람의 몫이다.그러니 무엇을 슬퍼한단 말이냐? 나는 옛날 사람이라서 주어진 대로 살았다.마음대로라는게 애당초 없는 줄 알고 살았다.너희를 낳을 때는 힘들었지만,낳고 보니 정답고 의지가 돼서 좋았고,들에 나가 돌밭을 고를 때는 고단했지만,밭이랑에서 당근이며 무며 감자알이 통통하게 몰려나올 때,내가 조물주인 것처럼..

2024.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