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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정호 작약밭에서 ,,,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 이외수인간은 누구나 소유욕을 가지고 있습니다그러나 어떤 대상을 완전무결한자기 소유로 삼는 방법을 알고 있는사람은 극히 드물지요아예 그것을 불가능하다고생각하는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입니다이 세상에 영원한 내 꺼는 없어, 라는말을 대부분이 진리처럼받아들이면서 살고 있으니까요그러나 오늘 제가 어떤 대상이든지영원한 내 꺼로 만드는비결을 가르쳐드리겠습니다그 대상이 그대가 존재하는 현실속에 함께 존재한다는사실 하나만으로도 진심으로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세요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가지는 순간 그 대상은영원한 내 꺼로 등재됩니다비록 그것이 언젠가는 사라져버린다하더라도 이미 그것은 그대의영혼 속에 함유되어 있습니다다시 새로운 한 날이 시작되고 있습니다많은 것들을 소유하는 삶보다많은 것들에 ..

2025.05.25

소백산 철쭉 개화를 기다립니다

들길 / 노향림잡초 무성한 들판을 걷는다기억을 잃은 시아버지의한 달분의 약 처방전 받으러 가는 길로도핀 아라셉트 치매약 성분의알약을 삼킨 탓일까서로 다른 몸짓으로 쑥부쟁이 개쑥냉이 땅버들도멍한 낯빛을 하고 있다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입 속에가득 넣고 굴린다흩어지는 햇살이 멀리 양평 쪽 강물 위에은화銀貨처럼 쏟아져 구른다그 속을 거꾸로 처박힌 얕으막한 산들이팔짱을 끼고 비껴서 있다하반신에 풀이 돋는 바위도 보인다치유할 수 없는 병마에 시달리면산풀도 나즈막하게 얼굴이 뜨는 것일까버드나무가 발바닥 적시며 몸 가렵다고바람 속에서 박박 긁는 소리발소리 죽이고 아치형 철제 대문이 슬몃 열린병원 안마당에 들어선다. 아무도 없다삶과 죽음의 경계를 모두 잊은끝모를 시간만이 고여 있다연분홍 철쭉이 비로봉 능선에 피어나기를..

2025.05.22

바래봉 가는 길에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이 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아무나 오시지 마시고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원추리 꽃 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먼저 온 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려거든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벌 받은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2025.05.20

스승의 날을 보냅니다

어느 교사의 기도 / 이해인이름을 부르면 한 그루 나무로 걸어오고사랑해 주면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는나의 학생들이 있어 행복합니다그들과 함께 생각하고 꿈을 꾸고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힘든 일 있어도 내가 처음으로 교단에 섰을 때의떨리는 두려움 설레는 첫 마음을 기억하며겸손한 자세로 극복하게 해 주십시오​가르치는 일은 더 성실한 배움의 시작임을 기억하며최선을 다하는 열정을 지니고 싶습니다​그 누구도 내치지 않고 차별하지 않으며포근히 감싸 안을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항상 약한 이부터 먼저 배려하는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싶습니다​학생들의 말을 귀담아듣고그들의 필요를 민감히 파악하여도움을 주는 현명한 교사가 되게 해 주십시오​아무리 화나는 일이 있어도충동적인 언행으로 상처를 주지 않으며자신의 감정을 ..

2025.05.15

5월이면 황매산 입니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 나태주너,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조금쯤 모자라거나 비뚤어진 구석이 있다면내일 다시 하거나 내일다시 고쳐서 하면 된다조그마한 성공도 성공이다그만큼에서 그치거나 만족하라는 말이 아니고작은 성공을 슬퍼하거나그것을 빌미 삼아 스스로를 나무라거나힘들게 하지 말자는 말이다나는 오늘도 많은 일들과 만났고견딜 수 없는 일들까지 견뎠다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셈이다그렇다면 나 자신을 오히려 칭찬해주고보듬어 껴안아줄 일이다오늘을 믿고 기대한 것처럼내일을 또 믿고 기대해라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너, 너무도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젖은 옷이 마르면 기분이 가볍듯이, 황매에 철쭉이 피면 궁금하고 그립습니다. 강물은 이미 지나온 것을 다시 못가고, 삶도 ..

2025.05.14

비내리는 날 함양 최치원 역사 공원 및 상림공원을 걸었습니다

함양상림은 함양읍의 서쪽에 있는 위천(渭川)강가에 있는 숲으로서, 통일신라 진성여왕(재위 887∼897) 때 최치원 선생이 함양읍의 홍수피해를 막기 위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예전에는 대관림(大館林)이라고 불렀으나 이 숲의 가운데 부분이 홍수로 무너짐에 따라 상림(上林)과 하림(下林)으로 나뉘게 되었다. 현재 하림은 훼손되어 흔적만 남아있고 상림만이 예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갈참나무·졸참나무 등 참나무류와 개서어나무류가 주를 이루며, 왕머루와 칡 등이 얽히어 마치 계곡의 자연 식생을 연상시킨다. 120여 종의 나무가 99,200㎡ 1.6㎞의 둑을 따라 조성되어 있어 어린이들의 자연학습원으로도 좋은 곳이다. 상림의 아름다움은 봄이 신록, 여름의 녹음,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 등 사철을 통하여 그 ..

2025.05.08

호랑가시나무가 한창인 태안 청산수목원 입니다

나무가 말한다 / 靑心 장광규햇빛 좋은 날은반짝반짝 웃으며 지내라 한다비 내리는 날은차분히 비를 맞으라 한다바람 부는 날은바람처럼 시원스레 지내라 한다햇빛이 쨍쨍 비춰도비가 세차게 내려도바람이 강하게 불어도와야 할 때 비가 내리지 않아도불평하거나 좌절하지 말라 한다깊은 곳길게 뻗은 뿌리를 자랑하며쉽게 포기하거나 약해지면 안 된다 한다. 연초록 잎과 호랑가시나무가 아름다운 청산수목원을 숨죽여 감상했습니다. 어..

2025.05.03

혹시 개심사 가보셨나요?

벚꽃의 생 / 정연복 아무리 길게 살아도밋밋한 생은 싫다. 단 며칠 동안의 짧은 생일지라도온 몸으로 뜨겁게 온 가슴으로 열렬하게화끈하게 살다가 미련없이 죽고 싶다. 딱 며칠만 세상에 있다가 없어지지만그 있음과 없음이 하나도 초라하지 않은벚꽃같이 그냥 벚꽃같이. 이른 새벽에 갔는데 인파가 바글바글 ㅠ 한바퀴 돌고 추억을 남기고 돌아왔습니다

2025.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