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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과 바람 / 조 지 훈

흙과 바람 / 조 지 훈흙으로 빚어졌음 마침내 흙으로 돌아가리바람으로 불어넣었음 마침내 바람으로 돌아가리멀디 먼 햇살의 바람 사이햇살 속 바람으로 나부끼는 흙의 티끌흘로서 무한 영원 별이 되어 탈지라도말하리 말할 수 있으리다만 너 살아 생전살의 살 뼈의 뼈로 영혼 깊이 보듬어후회 없이후회 없이 사랑했었노라고 안반데기의 아침,

2024.08.16

선운사에서/ 최영미

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피는 건 힘들어도지는 건 잠깐이더군.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아주 잠깐이더군.​그대가 처음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잊는 것 또한 그렇게순간이면 좋겠네.​멀리서 웃는 그대여.산 넘어 가는 그대여.​꽃이지는 건 쉬워도잊는 건 한참이더군.영영 한참이더군.  자기가 아니면 그 일이 안 되어세상 한 모퉁이가 결정적으로 빌만큼그 일을 꾸준하게 즐겁게 해내는 지혜는스스로의 구원이고 또한 세상의 구원이다 (전영애 인생을 배우다 중) 여름이 지나면 귀하고 빛나는 일들이 주변에 많이 생겨나기를 기도합니다

2024.08.13

마이산에서 / 복효근

마이산에서 / 복효근  몇 십만 년 전에 호수였던 그것이서서히 아주 서서히 솟아올라서바위산 암마이산 수마이산 되었단다.아직도 저 바위 호수 속에는욜랑욜랑 헤엄치던 물고기의 율동이며물고기가 펄쩍 뛰었을 적의 동심원 같은 것들이 새겨져 있을 터인데물속의 그것들을 하늘로 하늘로 밀어 올려서커다란 말 귀처럼 솟구쳐 올라서는해와 달과 별과의 은밀한 비밀이거나하늘의 귀한 소식이거나를 듣고 있는 것이다한도나 높은 저 꼭대기에선 솔개들이바위 구멍엔 비둘기들이말하자면 몇 십만 년 전의 호수에 둥지를 틀고 있으니헤아릴 수 없는 시간을 두고물고기와 새들은 제 자리를 바꾸기도 하는 것이어서마이산의 아래에 죄 많은 사람 사람들돌을 모아 탑을 쌓는 것도 그럴 것이다.몇 십만 년이거나 몇 억만 년이거나를 두고저 하늘 깊은 데쯤은 ..

2024.08.08

장대비 내리는 날, 수덕사 튓마루 놀이

풍경 달다 / 정호승운주사 와불님을 뵙고돌아오는 길에그대 가슴의 처마끝에풍경을 달고 돌아왔다먼데서 바람 불어와풍경소리 들리면보고싶은 내마음이 찾아간줄 알아라    농부아사침궐종자(農夫餓死枕厥種子), 농부는 굶어 죽더라도 그 종자를 베고 죽는다는  고사 입니다당장 죽을 지경의 어려움에 처하여도 미래, 희망을 버릴 수 없다는 절박한 표현 입니다 당신 때문에 힘이 납니다당신 때문에그 하루는 더는힘들고 지침이 아닌내 편이 함께하는 하루가 됩니다 이 세상에 단 하나 내 편이 있다는 사실이이렇게 행복해지는 하루입니다  --- 끄덕쟁이 김현미 글에서 ---

2024.07.27

정말 아름다운 것 / 이규경

정말 아름다운 것 / 이규경  꽃이 아름다운 것은자기 아름다움을자랑하지 않기 때문이고 무지개가 아름다운 것은잠시 떴다가 사라짐을슬퍼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아름다운 사랑은자기 사랑을자랑하지 않는 사랑이고 정말 아름다운 인생은잠시 머물다 가는 것을슬퍼하지 않는 인생이다.  장거리 출장길에 돌아오면서,   비가  억수로 내리더니 ,무지개를 보았습니다우리의 삶에도 바람부는 날도비가 내리는 날도 있습니다 곧 무지개가 뜨리라 믿습니다

2024.07.24

험난함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이정하

무조건 돈 많이 벌고 높은 지리에 있으면 성공한 삶이라 생각 했는데한 살 한 살 나이를 먹고 생각이라는 게 생기면서돈 보다 높은 지리보다 내 주의에 좋은 사람이 있고 내가 행복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것 만큼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만큼 성공한 삶은 없다는 거 그거 하나 알게 되더라 평범한 삶이 싫다고 소리 쳤는데 평범하게 살 수 있는 것 조차 힘들다는 걸 알고 나니 이젠 정말 간절하게 바라게 된다 삶이 막막함으로 다가와 주체할 수 없이 울적할 때세상에 중심에서 밀려나 구석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자신의 존재가 한낱 가랑잎처럼힘없이 팔랑 거릴 때 그런 때 일수록 나는 더욱 소망 한다 그것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화사한 꽃밭을 일구어 낼 수 있기를 나중에 알찬 열매만 맺을 수 있다면  지금 당장..

2024.07.21

행복을 붙잡는 법 / 박노해

행복을 붙잡는 법 / 박노해​​우울한 기분으로 먹구름을 몰지 마라 체념한 걸음으로 지구 위를 끌지 마라냉랭한 마음으로 눈보라를 일지 마라​좋은 이는 바로 가까이에서 걸어오고 있다그가 지금 네 곁을 영원히 스쳐가고 있으니행복을 붙잡는 법을 배워라​귀를 막고 걷지 마라고개를 들어 앞을 보라먼저 미소 띤 눈인사를 건네라​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을 가려보는 안목과 지성을 길러라저 별들 사이를 걸어온 고유한 빛을알아보는 내적 식별력을 길러라​타인의 시선에 반쯤 눈감아라오직 자기 자신에게 진실하라상처받고 실망하는 걸 웃으며 견뎌내라​지금 이 지구에 단 둘이 마주 걷고 있다오, 세상의 그 많은 사람과 조건이 다배경에 불과한 순간이 지금이다​그가 바람같이 스쳐 지나간다번개같이 뛰어가 조우하라좋은 이는 네 곁을 지나가고 있..

2024.07.13

그해 겨울 나무 / 박노해

그해 겨울 나무 /  박노해​-1-​그해 겨울은 창백했다사람들은 위기의 어깨를 졸이고혹은 죽음을 앓기도 하고온몸 흔들며 아니라고도 하고 다시는 이제 다시는그 푸른 꿈은 돌아외 않는다고도 했다세계를 뒤흔들며 모스크바에서 몰아친 삭풍은순식간에 떠나보냈다잿빛 하늘에선 까마귀떼가 체포조처럼 낙하하고지친 육신에 가차없는 포승줄이 감기었다그해 겨울,나의 시작은 나의 패배였다​​-2-후회는 없었다 가면 갈수록 부끄러움뿐다 떨궈주고 모두 발가벗은 채빛남도 수치도 아닌 몰골 그대로칼바람 앞에 세워져 있었다언 땅에 눈이 내렸다숨막히게 쌓이는 눈송이마저남은 가지를 따닥따닥 분지르고악다문 비명이 하얗게 골짜기를 울렸다아무 말도 아무 말도 필요없었다절대적이던 것은 무너져 내렸고그것은 정해진 추락이었다몸뚱이만 깃대로 서서처절한 ..

2024.07.12

첫꽃 / 천양희

첫꽃 / 천양희 첫 꽃 사막만년청풀은 첫 꽃을 피우기 위해 사막에서 몇 십년이나 견뎌야 한다는데 연꽃 씨앗은 첫 꽃을 피우기 위해 늪에서 몇 천 년이나 견뎌야 한다는데 사람은 첫 꽃을 피우기 위해 어디에서 몇 년이나 견뎌야 할까  나는 그것이 궁금하고 꽃은 세상이 궁금해서 첫 꽃을 피운다  비오는 날,넘어진 김에 쉬어 갑니다 가끔은 벌도 꽃에게 실망한다니다묵은 마음 장맛비에 씻기우기,,,,!

2024.07.09

당신의 여름을 사랑합니다 / 이채

당신의 여름을 사랑합니다 / 이채겨울은 덥지 않아서 좋고여름은 춥지 않아서 좋다는넉넉한 당신의 마음은뿌리 깊은 느티나무를 닮았습니다​더위를 이기는 열매처럼추위를 이기는 꽃씨처럼꿋꿋한 당신의 모습은곧고 정직한 소나무를 닮았습니다​그런 당신의 그늘이 편해서나는 지친 날개 퍼고당신 곁에 머물고 싶은가슴이 작은 한 마리 여름새랍니다​종일 당신의 나뭇가지에 앉아기쁨의 목소리로행복의 노래를 부르게 하는당신의 어느 하늘의 천사인가요​나뭇잎 사이로 파아란 열매가여름 햇살에 익어가고 있을 때이 계절의 무더위도 신의 축복이라며감사히 견디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누군가 당신을 소중한 존재라고 말한다면그건 그 사람이 전부를 잃어도 좋을 만큼당신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뜻이다 --- 내일부터 행복할 예정입니다, 소중한 사람 중,,,,..

2024.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