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 13

인연서설 / 문병란

인연서설 / 문병란꽃이 꽃을 향하여 피어나듯이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은그렇게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다물을 찾는 뿌리를 안으로 감춘 채원망과 그리움을 불길로 건네며너는 나의 애달픈 꽃이 되고나는 너의 서러운 꽃이 된다사랑은저만치 피어 있는 한 송이 풀꽃이 애틋한 몸짓서로의 빛깔과 냄새를 나누어 가지며사랑은 가진 것 하나씩 잃어 가는 일이다각기 다른 인연의 한 끝에 서서눈물에 젖은 정한 눈빛 하늘거리며바람결에도 곱게 무늬지는 가슴사랑은 서로의 눈물 속에 젖어 가는 일이다오가는 인생 길에 애틋이 피어났던너와 나의 애달픈 연분도가시덤풀 찔레꽃으로 어우러지고,다하지 못한 그리움사랑은 하나가 되려나마침내 부서진 가슴 핏빛 노을로 타오르나니이 밤도 파도는 밀려와잠 못 드는 바닷가에 모래알로 부서지고사랑은..

2026.02.28

짜장면을 먹으며 / 정호승

짜장면을 먹으며 / 정호승짜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짜장면보다 검은 밤이 또 올지라도짜장면을 배달하고 가버린 소년처럼밤비 오는 골목길을 돌아서 가야겠다.짜장면을 먹으며 나누어 갖던우리들의 사랑은 밤비에 젖고젖은 담벼락에 바람처럼 기대어사람들의 빈 가슴도 밤비에 젖는다.내 한 개 소독저로 부러질지라도비 젖어 꺼진 등불 흔들리는 이 세상슬픔을 섞어서 침묵보다 맛있는짜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시인의 상상력과 감성이 부럽습니다. 저는 짜장면 곱배기를 먹으며,,,, 허기진 창자를 메우는데 시인은 다른 생각을 합니다. 다음에 짜장을 먹을 기회가 온다면 나도,,,, 먹을 순간은 후르륵 인데 ,,,, 슬픔을 섞어서 침묵보다 맛있는 짜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는 시어를 생각하며 먹어야 겠습니다.

음식 2026.02.26

달을 쏘다 / 이창규

달을 쏘다 / 이창규중산간 올라서면 한 뼘 거리 달을 향해새총으로 쏘아 올린 유년의 기억 한 점포물선 궤적을 뚫고 어느 별에 닿았을까태반처럼 둥글게 휜 별자리 밟아가던전생 어느 좌표에서 길 잃은 흔적들이무통의 바다 저편에 징검돌을 놓고 있나결손만 이체하는 세월 앞에 낯이 붉어따스하게 덥히는 온점으로 돋는 시간먼발치 가늠하라며 부표 하나 떠오른다나는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가치있는 사람입니다. 스스로 칭찬드리고 ,,, 사랑하고 싶습니다. 지금 가장 아름다운 순간입니다. 친구를 생각합니다친구란 나의 슬픔을 같이 지고 가는 사람이니까,,,,

2026.02.26

봄이 오는 다산 초당에서 백련사 숲길 걷기

다산초당강진만이 한눈에 굽어 보이는 만덕산 기슭에 자리한 다산초당은 조선시대 후기 실학을 집대성한 대학자 정약용 선생이 유배생활을 했던 곳이다. 다산(茶山)이라는 호는 강진 귤동 뒷산 이름으로 이 기슭에 머물고 계시면서 자신의 호로 써 왔다. 조선 후기 대표적 실학자인 다산 선생이 1801년 강진에 유배되어 18년여 동안 적거 생활하시는 동안 ‘목민심서’ ‘경세유표’등 600여 권의 방대한 책을 저술하면서 조선시대 성리학의 공리공론적이며 관념론적인 학풍을 실용적인 과학 사상으로 이끌고자 하는 실사구시의 실학을 집대성한 곳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진주목사를 지낸 정재원의 넷째 아들로 태어나 28세에 문과에 급제하여 예문관검열, 병조참지, 형조참의 등을 지냈으며 1801년 신유사옥으로 경상도 장기로 유배되..

2026.02.17

겨울나무 / 김승동

겨울나무 / 김승동혼자서 쳐다보는 하늘이 왜 그리 시린지소매 끝에 바람 한 점 묻지 않아도어깨가 가늘게 떨리고눈가에 마른 물기가 반짝이는지어둠이 하얗게 바랜 아침찢어진 편지지를 날리듯 흩어지는 눈발아래왜 그렇게 울음이 나오는지땅 속 깊이 다리를 묻고 서있어도어찌하여 온몸이 비틀거리는지밤을 지샌 귀앓이에 세상 인연을 끊고아픔을 삭여 가지 끝에 보내 보지만어찌 속껍질마저차가운 불면에 빠져드는지우두커니 서서목젖이 아프도록 바람을 삼키다가삭정이를 쪼아대던 딱새 마저 떠나간 날서럽도록 적막한 이 낯선 사실이부디 사실이 아니었음을가족들과 태안 원북의 만대항 근처 펜션에서 설 명절을 보내며 쉽니다. 기존에는 저의 집에서 1박2일을,,,, 지지고, 볶고, 부치고, 찌고,,, 어머니가 별나라 여행 가시고 다른 방식으로..

2026.02.17

대숲에 가면 / 이소연

대숲에 가면 / 이소연괜시리마음이 공허한 날에는대밭에 가서우주의 소리를 들어본다제 몸을 비우고 유성음으로 속내를 채운대나무처럼서걱서걱 우는삶에도 연주는 필요한 것,달빛의 숨결과댓잎의 노래가 살고 있는 그곳에새떼가 몰려오듯바람이 불어와 소리를 조율하는대숲에 가면내 사랑, 언제나저렇게 득음할 수 있을는지명절은 가족들과 펜션으로 갑니다 평안하시고 행복하십시요

2026.02.16

설날 선물 딸기!

새해 마음​​ / 이해인​​늘 나에게 있는새로운 마음이지만오늘은 이 마음에색동옷 입혀새해 마음이라 이름 붙여줍니다​일 년 내내이웃에게 복을 빌어주며행복을 손짓하는따뜻한 마음​작은 일에도 고마워하며감동의 웃음을꽃으로 피워내는밝은 마음​내가 바라는 것을남에게 먼저 배려하고먼저 사랑할 줄 아는넓은 마음​다시 오는 시간들을잘 관리하고 정성을 다하는성실한 마음​실수하고 넘어져도언제나 희망으로다시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는겸손한 마음​곱게 설빔 차려입은 나의 마음과 어깨동무하고새롭게 길을 가니 새롭게 행복합니다한겨울에 농사를 지어서 보내주신 마음에 감사드립니다. 예전에는 5월에나 수확하던 딸기가 달고 향기롭습니다. 저희 집도 20여년을 딸기농사를 해서 알고 있습니다. 그 수고로움에 대하여,,,, 참 뜻깊은 마..

음식 2026.02.15

이른 봄의 시 / 천양희

이른 봄의 시 / 천양희눈이 내리다 멈춘 곳에새들도 둥지를 고른다나뭇가지 사이로 햇빛이웃으며 걸어오고 있다바람은 빠르게 오솔길을 깨우고메아리는 능선을 짧게 찢는다한 줌씩 생각은 돋아나고계곡은 안개를 길어 올린다바윗등에 기댄 팽팽한 마음이여몸보다 먼저 산정에 올랐구나아직도 덜 핀 꽃망울이 있어서사람들은 서둘러 나를 앞지른다아무도 늦은 저녁 기억하지 않으리라그리움은 두런두런 일어서고산 아랫마을 지붕이 붉다누가, 지금찬란한 소문을 퍼뜨린 것일까온 동네 골목길이수줍은 듯 까르르 웃고 있다너무 이른 봄에 피었다가 졌습니다. 시골집 화단에 있는 할미꽃, 선산에서 캐서 어머니 화단에 심어드렸던 할미꽃. 이 꽃이 피었던 시기에는 생존에 계셨는데,,,, 어머니의 봄을 기다립니다

2026.02.10

지난 봄 산수유 마을의 추억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2026.02.08

바다가 내게/문병란

바다가 내게/문병란내 생의 고독한 정오에세 번째의 절망을 만났을 때나는 남몰래 바닷가에 갔다.아무도 없는 겨울의 빈 바닷가머리 풀고 흐느껴 우는안타까운 파도의 울음소리인간은 왜 비루하고 외로운 것인가.사랑하는 사람을 울려야 하고마침내 못 다 채운 가슴을 안고우리는 왜 서로 헤어져야 하는가.작은 몸뚱이 하나 감출 수 없는어느 절벽 끝에 서면인간은 외로운 고아,바다는 모로 누워잠들지 못하는 가슴을 안고 한밤내 운다.너를 울린 곡절도, 사랑의 업보도한데 섞어 눈물지으면만남의 기쁨도이별의 아픔도허허 몰아쳐 웃어 버리는 바다사랑은 고도에 깜박이는 등불로조용히 흔들리다조개 껍질 속에 고이는한 줌 노을 같은 종언인가.몸뚱이보다 무거운 절망을 안고어느 절벽 끝에 서면내 가슴 벽에 몰아와허옇게 부서져 가는 파돗소리.....

2026.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