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4111

성탄 편지 /이해인

성탄 편지 / 이해인​​친구여, 알고 계시지요?사랑하는 그대에게제가 드릴 성탄 선물은오래 전부터가슴에 별이 되어 박힌 예수님의 사랑그 사랑 안에 꽃피고 열매 맺은우정의 기쁨과 평화인 것을.​슬픈 이를 위로하고미운 이를 용서하며우리 모두 누군가의 집이 되어등불을 밝히고 싶은 성탄절잊었던 이름들을 기억하고먼데 있는 이들을가까이 불러들이며 문을 엽니다.​죄가 많아 숨고 싶은우리의 가난한 부끄러움도기도로 봉헌하며하얀 성탄을 맞이해야겠지요?자연의 파괴로 앓고 있는 지구와구원을 갈망하는 인류에게구세주로 오시는 예수님을우리 다시 그대에게 드립니다.​일상의 삶 안에서새로이 태어나는 주님의 뜻을우리도 성모님처럼겸손히 받아 안기로 해요.그 동안 못다 부른 감사의 노래를함께 부르기로 해요.​친구여, 알고 계시지요?아기예수의..

2024.12.24

겨울사랑/박노해

겨울사랑 / 박노해 사랑하는 사람아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눈보라 치는 겨울밤이 없다면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무엇으로 헤아리고내 언 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 하고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아아 겨울이 온다추운 겨울이 온다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계절의 변화의 끝은 겨울입니다삶의 기나긴 노력의 끝은 나이듬입니다 삶의 길이란, 단 한 하나의 길, 남과 다른 길을 걸어온 우리는 아름답습니다오늘의 겨울 추위와 고통,삶의 복잡함도 강하게 이겨온 우리에겐 즐거움 입니다

2024.12.21

찬바람 불고, 추운날은 굴밥

안면도 가는 길   / 최범영 바다가 지네처럼 스멀스멀 그리운 날엔안면도에 한번 가볼 일이다기다림이 수억 년 쌓인 퇴적층소금 바람에 세월도 주름진 안면도따개비 바위, 굴이 솔처럼 울까봐또 찾는 안면도안면도에 가려거든꽃지, 밧개, 두여, 바람아래, 틀무시고운 이와 함께 가볼 일이다매끈한 다리 쭉쭉 뻗은 안면송할미 할배 머리위로 지는 낙조벗뚝 돌아보고, 딴뚝 돌아보고떨어지지 않는 발길, 힘든 고삐질묵은 정은 바다에 씻고 올 일이다( 굴밥)( 굴물회)(굴전)  0, 상호 :홍성 똘배네 굴밥집 0, 충남 홍성군 홍성읍 충서로 1278    (우)32246지번홍성읍 옥암리 247-20, 전화 041-633-5460

음식 2024.12.21

술 한잔 / 정호승

술 한잔 / 정호승인생은 나에게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겨울 밤 막다른 골목 끝포장마차에서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나는 몇 번이나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인생은 나를 위해 단한번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눈이 내리는 날에도돌연 꽃 소리없이 피었다지는 날에도 인생은 나에게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행동만을 약속해라     --프리드리히 니체 --

2024.12.07

서산 개심사의 만추

내 가슴의 고요 / 이향아너를 바라보는내 가슴의 고요에서는낮은 풍금소리가 난다낙엽은 사철아름다운 사연의엽서처럼 지고그 발자욱마다 기도로 스미리풍화하는 노래로 잠기리함께 가는 강물의 유유함이여함께 가는 햇살의 눈부심이여너를 생각하는내 가슴의 고요는살구꽃잎 흩날리는4월 훈풍 같다땅 위에 이런 은혜다시 없으리눈물 가득 너를 보는내 가슴의 고요    허물을 벗지 못하는 뱀과 곤충은 살아남지 못합니다가을은 새로움을 위한 시간일듯 합니다 나는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면,,,,새로워져야 하는 삶,변화를 추구하고, 노력하는 가을을 개심사의 고요함 속에서 배웁니다

2024.11.24

선운사의 가을이 가려고 합니다

가을 편지 / 고정희​작별할 수 없는 내 사랑 서러워그대에게 뻗은 가지 잘라버렸습니다그러나 마음속에 무성한 가지 있어마음의 가지는 자르지 못했습니다길을 끊고 문을 닫아도문을 닫고 가지를 잘라도저녁 강물로 당도하는 그대여그리움에 재갈을 물리고움트는 생각에 바윗돌 눌러도풀밭 한 벌판으로 흔들리는 그대여그 위에 해와 달 멈출 수 없으매나는 다시 길 하나 내야 하나 봅니다나는 다시 문 하나 열어야 하나 봅니다  혼자 있는 시간은 외로운 시간이 아니라,자신의 색을 찾고 더욱 진하게 그리는 정체성의 공간이다--- 니체 -- 떠나려는 가을을 붙잡고 놀고 옵니다2년만에 다녀온 선운사 도솔천은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2024.11.23

가난한 가을 / 노향림

가난한 가을 / 노향림 가난한 새들은 더 추운 겨울로 가기 위해새끼들에게 먼저 배고픔을 가르친다.제 품속에 품고 날마다 물어다 주던 먹이를 끊고대신 하늘을 나는 연습을 시킨다.누렇게 풀들이 마른 고수부지엔 지친새들이 오종종 모여들고 머뭇대는데어미 새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음울한 울음소리만이높은 빌딩 유리창에 부딪쳐 아찔하게떨어지는 소리만이 가득하다.행여 무리를 빠져나온 무녀리들 방향 없이빈터에서라도 낙오되어 길 잃을까드문드문따듯한 입김 어린 불빛이 켜지기 시작한다.그 지시등 따라 창 밑까지 선회하다가있는 힘 다해 지상에서 가장 멀리 치솟아 뜬허공에 무수히 박힌 까만 충치 자국 같은 비행체들캄캄한 하늘을 날며 멀리로 이사 가는철새들이 보이는 가을날의 연속이다. 친구들과 마시고 떠들던 가을 갑니다누구는..

2024.11.14

짧은 여행, 남이섬

인연서설 / 문병란 ​꽃이 꽃을 향하여 피어나듯이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은그렇게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다​물을 찾는 뿌리를 안으로 감춘 채원망과 그리움을 불길로 건네며너는 나의 애달픈 꽃이 되고나는 너의 서러운 꽃이 된다​사랑은저만치 피어 있는 한 송이 풀꽃이 애틋한 몸짓서로의 빛깔과 냄새를 나누어 가지며사랑은 가진 것 하나씩 잃어 가는 일이다​각기 다른 인연의 한 끝에 서서눈물에 젖은 정한 눈빛 하늘거리며바람결에도 곱게 무늬지는 가슴사랑은 서로의 눈물 속에 젖어 가는 일이다​오가는 인생 길에 애틋이 피어났던너와 나의 애달픈 연분도가시덤풀 찔레꽃으로 어우러지고, 다하지 못한 그리움사랑은 하나가 되려나마침내 부서진 가슴 핏빛 노을로 타오르나니​이 밤도 파도는 밀려와잠 못 드는 바닷가에 모래알로..

2024.11.13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기도하게 하소서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시간(時間)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호올로 있게 하소서.나의 영혼,굽이치는 바다와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가을이 저물어 갑니다가을이 무엇이라고,,,, 사랑도 배워야 한답니다

2024.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