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4193

한라산 앵초

산에 와서 / 김남조우중 설악이이마엔 구름의 띠를가슴 아래론 안개를 둘렀네할말을 마친 이들이아렴풋 꿈속처럼살결 맞대었구나일찍이이름을 버린무명용사나무명성인들 같은나무들,바위들,청산에 살아이름도 잊은 이들이빗속에 벗은 몸 그대로편안하여라따뜻하여라사람이 죽으면산에 와 안기는 까닭을오늘에 알겠네 가던 길을 멈추고, 야생화를 바라보면서, 혼자 이야기 합니다. 여기 있습니다

2025.06.13

바람 부는 날의 풀 / 류시화

바람 부는 날의 풀 / 류시화바람 부는 날들에 나가 보아라.풀들이 억센 바람에도쓰러지지 않는 것을 보아라.풀들이 바람 속에서넘어지지 않는 것은서로가 서로의 손을굳게 잡아주기 때문이다.쓰러질 만하면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넘어질 만하면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잡아 주고 일으켜 주기 때문이다.이 세상에서 이보다 아름다운 모습이어디 있으랴.이것이다.우리가 사는 것도우리가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것도바람 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풀들이 왜 넘어지지 않고 사는가를 보아라 갑자기 웃음이 나고, 희망이 솟는다.내 인생의 여행길을 살펴보니,,,,, 오늘 걱정한다고 될 것도 없더이다

2025.06.12

그대가 곁에 있어도 그대가 그립다 / 류시화

그대가 곁에 있어도 그대가 그립다 / 류시화물 속에는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하늘에는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그리고 내 안에는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내 안에 있는 이여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그대가 곁에 있어도나는 그대가 그립다. 난 널 만나기 위해 이번 생에 태어닜다. 그러나 내 생활비는 내가 전부 대줘야야만 하겠다. 웃어봅니다 삶에대하여,,, 그래도 소나기가 내려야 무지개가 뜹니다. 뜨거워지니 갑자기 텐션이 강해지고 잡초와 싸우다 보니 전투력도 강해집니다 그래도 삶의여행길에서 바라봅니다 꿈도 꿉니다 제 인생에 가장 아름다운 시절에 바라보는 상상 입니다

2025.06.10

6월의 장미 / 이해인

6월의 장미 / 이해인 하늘은 고요하고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유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옵니다.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밝아져라"맑아져라"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누구를 한번씩 용서할 적마다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6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사랑하는 이여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내가 눈물 속에 피워 낸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내내 행복하십시오.자유,,,! 그 자유의 바다에 머물르는 것, 삶의 큰 바다에 담가 봅니다

2025.06.09

한라산 철쭉보러 ,,, 행복선물

생(生)은 아물지 않는다 / 이산하 평지의 꽃느긋하게 피고벼랑의 꽃쫓기듯늘먼저 핀다 어느 생이든내 마음은늘 먼저 베인다 베인 자리아물면, 내가 다시 벤다우리 가족의 최고의 사치 부리는 날, 한라산 철쭉벼 보러 가는 날 입니다. 가진 것은 없지만 남들에 비헤서 너무 넘치는 축복을 받고 삽니다. 당일치기가 좀 버거워서 저녁 늦게 날라가서 새벽에 오른 한라는 여전히 아름답고 변함이 없습니다. 변덕스런 저만 변한 모습입니다.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어느 세상의 나무 아래가 힘든 이들에게 여인숙이 되듯이,,, 오늘 우리는 별이 열리는 하늘로 다가갑니다봄을 마무리 합니다내가 애쓰고 그녀가 애쓴 삶은 누구도 흉내내거니 대신 할 수는 없습니다. 새벽 문이 여리는 순간 참 행복했습니다. 혹시 잠..

2025.06.08

산으로 가는 길

구부러진 길 / 이준관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구부러진 길을 가면나비의 밥그릇 같은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감자를 심는 사람을만날 수 있다.날이 저물면울타리 너머로밥 먹으라고 부르는어머니의 목소리도들을 수 있다.구부러진 길 하천에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듯이들꽃도 많이 피고별도 많이 뜨는구부러 진길구부러진 길처럼살아온 사람이나는 좋다.반듯한 길쉽게 살아온 사람 보다흙투성이 감자처럼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에구불구불 구부러진삶이 좋다.구부러진 주름살에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어가는구부러진 길 같은사람이 좋다.신은 자만심에 차 있는 사람과 가장 거리가 멀다. 왜냐하면 다른 모든 사람들은 신을 필요로 하지만, 자만심에 찬 사람은 신 없이도 자신이 잘 살아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 마하리쉬의 대화에서 )

2025.06.05

쉼표이고 싶다 / 정유찬

쉼표이고 싶다 / 정유찬쉼표처럼 휴식을 주고 싶다힘들고 지칠 때마다 어김없이당신 옆에 찍히는 쉼표그 쉼표와 함께당신이 잠시 침묵 하거나차를 한잔 하고 호흡을 가다듬어생기 있게 다음 줄로넘어가면 좋겠다다음 줄로 넘어가 내용을 만들고지치면 또 쉬다하루를 마감하는 당신의 일기장엔마침표가 되어 찍히고 싶다그리고다음 장으로 넘어가함께 아침을 맞이하면 행복하겠다그렇게 쉼표가 되고마침표가 되어 살다가우리 황혼의 끝날…약해지고 늙어진 당신이세상을 떠날 때는마침표가 아닌영원한 쉼표로 남고 싶다사랑한다마음이 무거울 때는 아무 들판이나 피는 꽃들을 바라보면 위안이 된다. 단순한 위안이 아닌 잡념이 사라지고 생각이 잡혀가는 과정이 된다. 자연은 언제나 삶에서 시간의 굴레에 매인 우리에게 진정한 여행의 의미를 보여줍니다...

2025.06.03

더워졌습니다, 냉모밀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사는 일은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서 마음을 다치고길거리에 나서면고향 장거리 길로소 팔고 돌아오듯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들과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어느 곳에선가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마음의 문들은 닫히고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눈물자국 때문에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6월의 어느날 밤이 가면, 별 사이로 신비한 세상이 선물처럼 오겠죠! 오늘밤 별똥별이 꼬리를 길게 늘어트리고 지나가리다. 갈등없는 세상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음식 2025.06.02

낯선 것들은 언제나 신비롭다/정유찬

낯선 것들은 언제나 신비롭다/정유찬눈 뜨고 마주하는 일상이불현듯 낡은 계단처럼 삐걱거리고서툰 피아노 소리처럼 박자가 맞지 않으면낮은 언덕이라도 올라거리를 두고 실눈으로 바라봐야겠다초점을 맞추고 호흡을 가다듬어야 판단할 수 있는미묘한 차이들을 들춰 보며당당함이 자만이 되었는지겸손함이 부굴함이 된 건 아닌지무엇인가 너무 쉽게 포기하고 사는 건 아닌지함몰되고 왜곡된 자신의 진실을 바로잡으려 한다살아온 길을 돌아보는 건 누군가의 특권이 아니라때때로 낯선 일상이 주는 깊은 사색일지니어쩌면 나이가 든다는 것은그 사색의 시간을 통해 알 수 없던 모순을 이해하며납득할 수 없던 사실을 받아들이고인정할 수 없던 진실을 수용하는 것이겠지두렵고 가슴 뛰는 것들은긴장 속에서 우리를 새롭게 하고처음 겪는 시간과 사건들은나른한 정..

2025.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