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4110

달맞이꽃/ 유안진

달맞이꽃/ 유안진부끄러움을 넘어 선내 서러움은대낮에도길에 나선달맞이꽃손톱 발톱이타들도록고독한 여름 여자  아모르 파티, 운명을 사랑하는 일, 앞으로 이 사랑이 나의 유일하고도 가장 커다란 사랑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내 영혼은 결코 변할 수 없는 가치가 필연적으로 덮쳐오더라도 이를 감내할 뿐 아니라 사랑할 수 있다 기왕 살아야 하는 삶이라면 즐겁게 사는쪽이 더 낫지 않겠는가 -- 니체의 인생 수업 중에서 --

2024.08.17

흙과 바람 / 조 지 훈

흙과 바람 / 조 지 훈흙으로 빚어졌음 마침내 흙으로 돌아가리바람으로 불어넣었음 마침내 바람으로 돌아가리멀디 먼 햇살의 바람 사이햇살 속 바람으로 나부끼는 흙의 티끌흘로서 무한 영원 별이 되어 탈지라도말하리 말할 수 있으리다만 너 살아 생전살의 살 뼈의 뼈로 영혼 깊이 보듬어후회 없이후회 없이 사랑했었노라고 안반데기의 아침,

2024.08.16

선운사에서/ 최영미

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피는 건 힘들어도지는 건 잠깐이더군.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아주 잠깐이더군.​그대가 처음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잊는 것 또한 그렇게순간이면 좋겠네.​멀리서 웃는 그대여.산 넘어 가는 그대여.​꽃이지는 건 쉬워도잊는 건 한참이더군.영영 한참이더군.  자기가 아니면 그 일이 안 되어세상 한 모퉁이가 결정적으로 빌만큼그 일을 꾸준하게 즐겁게 해내는 지혜는스스로의 구원이고 또한 세상의 구원이다 (전영애 인생을 배우다 중) 여름이 지나면 귀하고 빛나는 일들이 주변에 많이 생겨나기를 기도합니다

2024.08.13

마이산에서 / 복효근

마이산에서 / 복효근  몇 십만 년 전에 호수였던 그것이서서히 아주 서서히 솟아올라서바위산 암마이산 수마이산 되었단다.아직도 저 바위 호수 속에는욜랑욜랑 헤엄치던 물고기의 율동이며물고기가 펄쩍 뛰었을 적의 동심원 같은 것들이 새겨져 있을 터인데물속의 그것들을 하늘로 하늘로 밀어 올려서커다란 말 귀처럼 솟구쳐 올라서는해와 달과 별과의 은밀한 비밀이거나하늘의 귀한 소식이거나를 듣고 있는 것이다한도나 높은 저 꼭대기에선 솔개들이바위 구멍엔 비둘기들이말하자면 몇 십만 년 전의 호수에 둥지를 틀고 있으니헤아릴 수 없는 시간을 두고물고기와 새들은 제 자리를 바꾸기도 하는 것이어서마이산의 아래에 죄 많은 사람 사람들돌을 모아 탑을 쌓는 것도 그럴 것이다.몇 십만 년이거나 몇 억만 년이거나를 두고저 하늘 깊은 데쯤은 ..

2024.08.08

바다에 오는 이유 / 이생진​

바다에 오는 이유 / 이생진​누구를 만나러 온 것이 아니다모두 버리러 왔다​몇 점의 가구와한쪽으로 기울어진 인장과내 나이와 이름을 버리고​나도물처럼떠 있고 싶어서 왔다​바다는 부자하늘도 가지고배도 가지고갈매기도 가지고​그래도 무엇이 부족한지날마다 칭얼거리니  내일은 좋은 일이 생기고,멋지고 붉은 태양이 다시 떠오르고모두 모두 행복하기를 소망해봅니다

2024.08.06

우산 / 김수환 추기경

우산  / 김수환 추기경삶이란 우산을 펼쳤다 접었다 하는 일이요죽음이란 우산이 더 이상 펼쳐지지 않는 일이다성공이란 우산을 많이 소유하는 일이요행복이란 우산을 많이 빌려주는 일이고불행이란 아무도 우산을 빌려주지 않는 일이다사랑이란 한쪽 어깨가 젖는데도하나의 우산을 둘이 함께 쓰는 것이요이별이란 하나의 우산 속에서 빠져나와각자의 우산을 펼치는 일이다연인이란 비오는 날 우산 속얼굴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요부부란 비오는 날 정류장에서우산을 들고 기다리는 모습이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다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갈 줄 알면인생의 멋을 아는 사람이요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가는 사람에게우산을 내밀 줄 알면인생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다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 비요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 우산이다한 사람이 또 한 사람의 우산이..

2024.08.04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뿌리 깊으면야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 듯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하고싶은 말이 겹겹이 쌓인 날은 바람부는 꽃밭으로 떠나보십시요 그냥 하늘 한번 처다보면행복이 머물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상한 갈대를 꺽지 ..

2024.08.02

바다일기 / 이해인

바다일기 / 이해인  늘 푸르게 살라 한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내 굽은 마음을 곧게 흰 모래를 밟으며 내 굳은 마음을 부드럽게 바위를 바라보며 내 약한 마음을 든든하게 그리고파도처럼 출렁이는 마음갈매기처럼 춤추는 마음늘 기쁘게 살라 한다    어제 저녁에 책을 한 줄 읽었습니다당신은 무엇을 위해 그토록 열심히 살아가고 있나요?  당신에게 주어진 봄은 100번도 남지 않았다,,,,  라는 글에서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냥 그냥  옳은 말,,,!

2024.07.29

참 좋은 아침 / 윤보영

참 좋은 아침 / 윤보영그대 그리움이 날 깨운참 좋은 아침입니다그대 생각이내 하루를 마중 나온참 좋은 아침입니다그대 미소 한 자락이햇살처럼 내 안을 밝히는참 좋은 아침입니다그대로 인해내가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는참 좋은 아침입니다생각만 해도 이렇게 좋은데내 얼굴에 미소가 이는데오늘 하루도 어제처럼행복한 시간들이 채워지겠지요나 보다 그대가더 행복하길 바라면서 시작하는 아름다운 아침!그대도 행복하게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2024.07.29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 양성우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 양성우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아무리 작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살아 있는 것은아름답다.모든 들꽃과 꽃잎들과 진흙 속에 숨어 사는것들이라고 할지라도,그것들은 살아 있기 때문에 아름답고 신비하다.바람도 없는 어느 한 여름날,하늘을 가리우는 숲 그늘에 앉아보라.누구든지 나무들의 깊은 숨소리와 함께무수한 초록잎들이 쉬지 않고 소곤거리는 소리를들을 것이다.이미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이 순간에,서 있거나 움직이거나 상관없이 살아 있는 것은아름답다.오직 하나,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그것들은 무엇이나 눈물겹게 아름답다.  무엇을 기대하기보다는  커피 한 잔 마시러 떠나는 곳마주하는 풍경이 편안합니다 편안하게 감싸 앉아주는 자연과의 인연도 큰 행복입니다

2024.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