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4110

인연서설 / 문병란

인연서설 / 문병란 ​꽃이 꽃을 향하여 피어나듯이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은그렇게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다​물을 찾는 뿌리를 안으로 감춘 채원망과 그리움을 불길로 건네며너는 나의 애달픈 꽃이 되고나는 너의 서러운 꽃이 된다​사랑은저만치 피어 있는 한 송이 풀꽃이 애틋한 몸짓서로의 빛깔과 냄새를 나누어 가지며사랑은 가진 것 하나씩 잃어 가는 일이다​각기 다른 인연의 한 끝에 서서눈물에 젖은 정한 눈빛 하늘거리며바람결에도 곱게 무늬지는 가슴사랑은 서로의 눈물 속에 젖어 가는 일이다​오가는 인생 길에 애틋이 피어났던너와 나의 애달픈 연분도가시덤풀 찔레꽃으로 어우러지고, 다하지 못한 그리움사랑은 하나가 되려나마침내 부서진 가슴 핏빛 노을로 타오르나니​이 밤도 파도는 밀려와잠 못 드는 바닷가에 모래알로..

2024.07.05

당신의 여름을 사랑합니다 / 이채

당신의 여름을 사랑합니다 / 이채겨울은 덥지 않아서 좋고여름은 춥지 않아서 좋다는넉넉한 당신의 마음은뿌리 깊은 느티나무를 닮았습니다​더위를 이기는 열매처럼추위를 이기는 꽃씨처럼꿋꿋한 당신의 모습은곧고 정직한 소나무를 닮았습니다​그런 당신의 그늘이 편해서나는 지친 날개 퍼고당신 곁에 머물고 싶은가슴이 작은 한 마리 여름새랍니다​종일 당신의 나뭇가지에 앉아기쁨의 목소리로행복의 노래를 부르게 하는당신의 어느 하늘의 천사인가요​나뭇잎 사이로 파아란 열매가여름 햇살에 익어가고 있을 때이 계절의 무더위도 신의 축복이라며감사히 견디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누군가 당신을 소중한 존재라고 말한다면그건 그 사람이 전부를 잃어도 좋을 만큼당신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뜻이다 --- 내일부터 행복할 예정입니다, 소중한 사람 중,,,,..

2024.06.25

수국을 보며 / 이해인​

수국을 보며 /  이해인​ ​​기도가 잘 안되는여름 오후수국이 가득한 꽃밭에서더위를 식히네​꽃잎마다.하늘이 보이고구름이 흐르고잎새마다.물 흐르는 소리​각박한 세상에도서로 가까이 손 내밀며원을 이루어 하나 되는 꽃​혼자서 여름을 앓던내 안에도 오늘은푸르디 푸른한다발의 희망이 피네​수국처럼 둥근 웃음내 이웃들의 웃음이꽃무더기로 쏟아지네 수국의 곷말은 변덕과 진심입니다  ㅋ토양의 산도에 따라서 색깔이 달라진답니다 후배가 보내준 한잔 辵(쉬엄 쉬엄 갈 착) 입니다장맛비가 시작인지 가뭄에 힘들던 세상이 평화롭습니다 여름 감기, 몸살에 고생하면서 음미해봅니다

2024.06.22

장미꽃을 건네는 법 / 양광모

장미꽃을 건네는 법  /  양광모 즉을 만큼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치는장미꽃이라 해도가시를 모두 떼어내고꽃만 건네줄 수는 없다는 것 쯤 그러므로 사랑하는 사람에게장미꽃을 건넬 때는가시에 찔리지 않도록잘 감싸서 주어야 한다는 것 쯤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바치는장미꽃이라 해도언젠가는 그 꽃과 향기시들기 마련이라는 것 쯤 그러므로 사랑하는 사람에게장미꽃을 건넬 때는그 꽃과 향기 사라지기 전에흠뻑 사랑에 취해야 한다는 것 쯤 불처럼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치는장미꽃이라 해도붉은 장미와 흰 장미를반 쯤 섞어야 한다는 것 쯤 그러므로 그 사랑뜨거운 열정만이 아니라순백의 순결로도함께 불타 오르기를소망해야 한다는 것 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장미꽃을 건네받을 때는오직 한 가지그 뺨장미꽃보다 붉어져야 한다는 것 쯤  장미의 계..

2024.06.19

소라 / 조병화

소라 / 조병화​​바다엔소라저만이 외롭답니다​허무한 희망에몹시도 쓸쓸해지면소라는 슬며시물속이 그립답니다​해와 달이 지나갈수록소라의 꿈도바닷물에 굳어 간답니다​큰 바다 기슭엔온종일 소라저만이 외롭답니다 오늘 임종을 얼마 안 남긴 어머니 옷을 정리합니다살아온 시간 과 무게를 계산하면   부피가 참 작고, 작아 보입니다항상 웃으시고 감사하시다던 어머니''' 자식들에게 항상  고맙다고,,,항상 웃고 다니셔서,,,, 그런줄 알았습니다

2024.06.16

초여름 숲처럼 / 문정희

초여름 숲처럼 / 문정희 ​나무와 나무 사이엔푸른 하늘이 흐르고 있듯이그대와 나 사이엔무엇이 흐르고 있을까​신전의 두 기둥처럼 마주보고 서서영원히 하나가 될 수 없다면쓸쓸히 회량을 만들수 밖에 없다면오늘 저 초여름 숲처럼그대를 향해 나는푸른 숨결을 내뿜을 수 밖에 없다​너무 가까이 다가서서서로를 쑤실 가시도 없이너무 멀어 그 사이로차가운 바람길을 만드는 일도 없이나무와 나무 사이를 흐르는 푸른 하늘처럼​그대와 나 사이저 초여름 숲처럼푸른강 하나 흐르게 하고기대려 하지 말고 추워하지 말고서로를 그윽히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좋은 관계는 그냥 둔다고 꽃이 되지 않는다정성껏 가꾸어야만  비로소 꽃이 된다손뿐만 아니라 우리의 머리, 가슴,두잘에도따듯한 배려의 꽃이 피기를 기원한다--받은글 --

2024.06.13

초여름의 향기 / 박정재

초여름의 향기 / 박정재 짙어가는 연초록갖가지 색깔로 피어나는 꽃연초록 숲을 지나 꽃잎 사이로불어오는 초여름 바람에는풋내 나는 자연의 향기가 짙다 산들 바람이 지날 때마다연초록 잎은 진초록으로 자라고꽃들의 연서를 전하는 벌 나비바쁜 날개 짓으로 분주하고황혼의 노인도 덩달아 바쁘다 아 이 유월이 이대로 머물러오래오래 남아 있다면 좋겠다  좋은 관계는 그냥 둔다고 꽃이 되지 않는다정성껏 가꾸어야만 비로소 꽃이 핀다손뿐만 아니라 우리의 머리, 가슴, 두 발에도 따뜻한 배려의 꽃이 피기를 기원한다-- 내 마음의 크기 ,   받은 글--

2024.06.12

봄 / 이성부

봄 / 이성부​기다리지 않아도 오고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어디 뻘밭 구석이거나썩은물 웅덩이 같은데를 기웃거리다가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하고지쳐 나자빠져 있다가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흔들어 깨우면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것이 온다너를 보면 눈부셔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가까스로 두팔벌려 껴 안아보는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삶이 영원하지 않기에 잘 살아야 합니다주변 지인들의 갑작스런 소천 소식에 무겁습니다 늘 새롭고, 감사가 넘치는 풋사과처럼 상큼한 하루를 살아보렵니다

2024.06.09

태안 신두리 사구 여행

고비 / 함순례 모래가 운다 네 발로 기어 올라가모래바람이 토해내는 햇살처럼 부서지다가여럿이 한발 한발 내딛으며 내려오면낮고 깊은 소리로 모래가 운다가슴 저 밑바닥 오래 쟁여 있다가새어나오는 울음 같다어디서 불어와 여기 쌓이고 있는지몇 겁의 시간이 이리 장엄한 모래톱을 세운 건지알 수 없어 노을처럼 붉어진다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지 않을 수 없는 여기내일이 없는 여기살아남는 것이 최고의 가치인 여기고비를 넘는 것은 고비에게 안기는 일이다고비의 주름살 속으로 들어가그 깊고 낮은 울음소리 온몸에 쟁이는 것이다차마 알 수 없는 것들이 쌓이고 쌓여부드러운 기적을 이루어 놓았듯미끄러지고 허물어지는 오늘이오늘을 씻기고 어루만지는 것이다가볍게 간절하게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해안사구는 연안류와 조류에 의하여 연안의 ..

2024.06.07

촛불의 기도/이해인

촛불의 기도 / 이해인​하느님을 알게 된이 놀라운 행복을온 몸으로 태우며 살고 싶어요​그분이 주시는 매일매일을새해 첫날처럼 새로운 마음으로언제나 설레이며 살고 싶어요​하늘 향해 타오르는이 뜨거운 불꽃의 기도가나 혼자만의 것은 아니도록​이웃을 위해서도 조국을 위해서도닫힌 마음 열겠어요좁은 마음 넓히겠어요​내 키가 작아 드는 아픔을내 몸이 녹아드는 아픔을두려워하지 않겠어요​하얗게 물이 되는따스한 물이 되는겸손한 마음으로 살고 싶어요​흔들리는 바람에도똑바로 눈을 뜨며떳떳하게 살고 싶어요 지난 3개월의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결과가 좋은 방향으로 귀결되어 한없이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어머니는 수술도 불가한 중병으로 지난 여름부터 고생하시는데,,,,어머니 집으로, 아내와 둘이 여행용가방을 들고 들어가서 겨울과 봄을 맞..

2024.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