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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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 / 박진식산 2023. 10. 1. 10:40
소망 / 박진식 새벽, 겨우 겨우라도 잠자리에서 일어나 아침 햇살을 볼 수 있기를 아무리 천대받는 일이라 할지라도 일을 할 수 있기를 점심에 땀 훔치며 퍼져 버린 라면 한 끼라도 먹을 수 있기를 저녁에는 돌아오는 기쁨을 느낄 수 있기를 타인에게는 하잘것없는 이 작은 소망이 내게 욕심이라면, 정말 욕심이라면 하느님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부갑상선 기능항진증으로 각피 석회화증'이라는 우리나라에서 단 한 명뿐인 불치병으로 온몸이 돌처럼 굳어 꼼짝 못하고 누워 있는 시인의 시 입니다 흐르는 문물을 스스로 닦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란 시에서 시인의 마음을 어렴풋이 읽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숨을 쉬면서 ,,,, 나에게 행복을 주신 분들께 감사와 받은 행복을 주변에 나누는 사람으로 사는 것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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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망합니다 / 헨리 나우웬삶 2023. 9. 29. 18:53
나는 소망합니다 / 헨리 나우웬 나는 소망합니다. 내가 모든 이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한 사람의 죽음을 볼 때 내가 더욱 작아질 수 있기를. 그러나 나 자신의 죽음이 두려워 삶의 기쁨이 작아지는 일이 없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내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대한 사랑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줄어들지 않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다른 이가 내게 주는 사랑이 내가 그에게 주는 사랑의 척도가 되지 않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내가 언제나 남들에게 용서를 구하며 살기를. 그러나 그들의 삶에는 내 용서를 구할 만한 일이 없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언제나 나의 한계를 인식하며 살기를. 그러나 내 스스로 그런 한계를 만들지 않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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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 이해인산 2023. 9. 28. 11:55
한가위 / 이해인 사람들이 모두 가족이 되어 사랑의 인사를 나누는 추석날 이승과 저승의 가족들이 함께 그리운 날 감사와 용서를 새롭게 배우는 날 하늘과 땅 고향의 산과 강 꽃과 새가 웃으며 달려오네. 힘든 중에도 함께 살아갈 힘을 달님에게 배우며 달빛에 마음을 적시는 우리 고향을 떠날 때쯤은 조금 더 착해진 마음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둥근 달이 되어주는 "추석날"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뜻이랍니다(체호프) 연휴로 충분한 휴식도 하시고, 사랑 넘치는 시간이 되시길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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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어법 / 나태주삶 2023. 9. 25. 23:42
가을어법 / 나태주 가을은 우리에게 경어를 권한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잘견디셨습니다 먼 길 오느라 힘드셨겠어요 짐까지 들고 오셨군요 가을은 우리에게 안쓰러운 마음을 허락한다 그래 , 그래 ,애썼구나 잘 참아줘서 고마웠단다 이제 좀 쉬어라 쉬어야 다시 또 떠날수있지 가을의 햇빛과 바람은 우리에게 용서를 가르치고 화해를 요구한다 낙엽 들도 그렇게 한다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중에서 늦은 시간 비를 맞고 들어왔습니다 어릴 적 충동이 아니라, 비오는 날 흠벅 젖고 싶었습니다 너이도 삶에 젖었지만, 어머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아버지가 별나라로 가시던 해에도 비가 참 많이 왔습니다 지금도 많이 옵니다 이별의 시간을 좀 길게 주십사 신께 간구합니다만 ,,,, 시련과 고통이 있어야 삶도 향기난다지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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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산 2023. 9. 23. 11:05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 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 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 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 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절망을 만들고 바다는 절망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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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밤삶 2023. 9. 20. 21:44
거리에 가을비를 세워두고 / 류시화 시월은 안사돈들이 나란히 나와서 혼례의 촛불을 밝히는 달, 우리나라의 단풍은 이 한 달을 북에서 남으로 걸어서 내려오느니 휴일에는 한줄금 비를 데리고 빗속에 우산을 들고 플라타너스 잎 지는 거리에 나서면 우중충한 소문들도 잠시 귓전에서 멀어진다 우산 하나로 헛되고 욕된 세상을 비껴갈 수야 없지만 새벽마다 길섶 찬 이슬로 더욱 맑아지던 풀벌레의 울음소리 이 차가운 빗속에 한꺼번에 사라져버린 것은 아니리 거리에 가을비를 세워두고 찻집에 들러 혼자라도 좋으니 잘 끓인 커피 한잔을 천천히 맛보며 월명 시인의 제망매가 몇 구절을 떠올리고 싶느니. 가을비를 그대에게 / 정연화 그대가 사는 그곳에도 비가 내리나요? 내리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가을비에 젖고있어요 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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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부러진 길 / 이준관삶 2023. 9. 18. 20:54
구부러진 길 /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그날, 비는 많이 내리고,,, 낯설지는 않했지요 나에겐 당신이 있다는 것이 참 고마웠습니다 나의 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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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 나태주삶 2023. 9. 17. 10:37
추억 / 나태주 어디라 없이 문득 길 떠나고픈 마음이 있다 누구라 없이 울컥 만나고픈 얼굴이 있다 반드시 까닭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분명히 할 말이 있었던 것은 더욱 아니다 푸른 풀빛이 자라 가슴속에 붉은 꽃들이 피어서 간절히 머리 조아려 그걸 한사코 보여주고 싶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지난 주말, 제주 탑동광장의 노을을 떠올려 봅니다 일상을 벗어나, 함께 하는 꿈을 이야기 했던 시간 입니다 우주는 광활하다, 그러나 무한하지는 않다. 내가 관측한 대상 중 무한에 가장 가까운 것은 희망이다 -- 천체 물리학자 하킴 올루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