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4112

겨울 애상 / 김남조

겨울 애상 / 김남조 올해 유달리 폭설과 얼음에 뒤덮인 겨울 그래 따뜻해지려고 저마다 기억해 내는 가슴 하나 난파한 바다에서도 가시처럼 못 삼킬 이름 하나 나는 육십 평생을 뭘하며 살았나 내게 와 쉬려고 혹은 영 눈감으려고 먼 세월 되짚어 찾아오는 옛사랑 하나 없으니 죄스러워라 눈과 얼음 덮인 흙의 살결에도 초록액체의 새순들 자랄 것이어늘 사람 한 평생을 허락받아 살면서 어쩌자고 참사랑 하나조차 못 가꾸어 겨울 지나도록 이렇게 혼자 봄이 와도 다시 그 후에도 나는 혼자일 것인가 겨울은 늘 차갑지만은 않습니다 외롭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 기억하고 싶은 시간입니다 늙은 어머니가 다 커서 함께 늙어가는 아들을 바라보는 눈길처럼''' 기억하고 싶은 시간 입니다 계절은 만나려하지 않아도 찿아옵니다 사람도 기다리..

2024.01.16

새벽바람 / 강은교

새벽바람 / 강은교 이제 일어설까 일어서 떠나볼까 새벽 바람이 도착하니 어둠은 슬며시 물러가는구나 모든 잠의 옷섶에서 삐져나온 꿈들을 벚나무 흐린 그림자를 핥으며 뒤숲으로 빨리 사라진다 이제 일어설까 일어서 떠나 볼까 나의 허약한 아버지가 나를 부르고 있으니 가장 작은 지상의 것들이 나를 부르고 있으니 지상에서 가장 작은 불을 켤 수밖에 없는 이를 위하여 눈물 하나가 끌고 가는 눈물을 위하여 하루치 그림자밖에 없는 이를 위하여 어디서 울고 있는 애인들을 위하여 어디서 웃고 있는 순간 입들을 위하여 여기 추억은 추억의 손을 쓰다듬으며 놓지 않은 곳 오래도록 지구를 돌아다니고 있는 구름이 어슬렁어슬렁 안개의 이불을 꿰매고 있는 곳 이제 일어설까 일어서 떠나볼까 모든 길들은 서로 부둥켜 안고 숨을 헐떡이고 있..

2024.01.14

세월 / 김인숙

세월 / 김인숙 아무런 형상도 모양도 없는 것을 그냥 흘러가는 것을 그때는 왜 그랬을까 왜 잡으려 했을까 스쳐 지나가는 바람인 것을 내 어찌 몰랐는가 두 손 모아 쥐어 보니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것을 온힘을 다해 휘저어도 아무 것도 닿지 않는 것을 목청이 터져라 소리쳐도 되돌아오는 메아리뿐인 것을 가던 길 멈추고 되돌아보니 그 자리에 서있는 것을 아무 것도 아닌 것을 그저 허허 웃음뿐인 걸

2024.01.12

감사의 기도 / 칼빈

감사의 기도 / 칼빈 전능하신 하나님 아버지여! 하나님께서는 천지와 만물을 창조하시고 우리를 죄 가운데서 구속하시기 위해 구주 예수 그리스도를 주셨으니 감사합니다. 우리가 기도 할 수 있게하시고 우리의 기도를 들어 주심에 감사합니다. 진실한 기도를 하게 하시며 그 기도가 주님의 보좌를 움직이게 하여 응답받게 하옵소서 우리의 기도가 말이 아닌 삶이 되게 하시고 죄와 세상을 이기는 능력 있는 기도가 되게하소서 저의 감정에 과잉 예보를 해줄 사람이 있겠죠? 더 멋지고, 더 성실한 나를 원하지만 욕심? 나 때문에 누가 울고 있을까?

2024.01.07

겨울은 그리움의 혼불입니다 / 고은영

겨울은 그리움의 혼불입니다 / 고은영 잠 못 드는 긴긴 겨울 밤 우리 들은 추억 여행을 위해 길을 나섭니다 하얗게 쏟아지는 눈길을 더듬는 회상은 자리에 누워 시간을 거슬러 올라도 과거의 멋 곳에 닿아도 피곤하지 않습니다 바람의 나락에서 우리는 비로소 삶의 아픈 조각들을 들춰내고 욕되지 않는 숭고한 고해처럼 한 해의 마지막 달에 와서 비로소 용서라는 단어를 나열합니다 삶의 모양이 서러울수록 왜소해지는 강기슭에 외로움을 지피며 밤새 우는 바람소리 어느 신작로 가난하고 초라한 귀퉁이에서 우리는 보고픈 사람들과 애잔한 눈길을 보듬고 깊은 포옹과 행복한 미소로 조우를 하고 감격의 눈물로 시리고 추운 가슴을 뎁혀줍니다 행복과 슬픔의 동시성 속에 아픔으로 굽이치던 단애의 나날들을 위로하고 위로받습니다 고문 같은 삶이..

2024.01.07

사랑을 위한 기도 / 홍수희

사랑을 위한 기도 / 홍수희 내일은 오늘처럼 살지 않게 하소서 하루해가 뜨고 하루해가 지기까지 나에 대한 실망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다짐을 하면 할수록 거듭되는 실패를 따뜻하게 보듬게 하여 주소서 반복되는 시련도 절망도 어두운 나를 알아 당신 앞에 한없이 낮아지는 일 사랑은 천천히 완성되는 것 나로부터 너에게로 소리 없이 스며드는 것 나로 하여 서두르지 않게 하소서 너를 사랑하기 위하여 먼저 나를 사랑하게 하소서 정호승 시인의 노래처럼, 사랑에는 사실의 얼굴과 진실의 심장이 있답니다 겨울에도 땅에서는 목초가 자라고,,,, 페목장은 또 다른 생명으로 태어납니다 다음이 없는 것처럼 치열한 오늘의 그림들에서 내일이란 것을 가슴에 담아 살아가는 우리에겐 삶에서 내 가슴에 매달린 사랑의 종을 울리는 것, 멋지..

2024.01.06

바닷가에서 / 오세영

바닷가에서 / 오세영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 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아라 홀로 견딘다는 것은 순결한 것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스스로 자신을 담내하는 자의 의지가 거기 있다 어느 포구에 횟집,,, 아귀는 걸리고,,, 풍경은 나의 것 온전한 겨울 입니다 그리고 참 사랑합니다

음식 2024.01.02

첫날, 용봉산에서 해맞이 합니다

새해 아침에 / 홍수희 내게는 사랑만 남게 하소서 주고서 받을 셈은 잊게 하시고 더 주지 못한 아쉬움만 갖게 하소서. 내게는 사랑만 남게 하소서 받고 싶은 한 마디는 잊게 하시고 주어야 할 한 마디만 내내 기억하게 하소서. 내게는 사랑만 남게 하소서 창가에는 불빛 하나 걸어두게 하시고 문 두드리는 소리 행여 외면하지 않게 하소서. 내게는 사랑만 남게 하소서 현란한 겉치레의 행적(行蹟)보다는 관심의 작은 몸짓 하나가 부디 기적의 시작임을 알게 하소서. 내게는 사랑만 남게 하소서 격식이나 체면에는 덤덤하게 하시고 진실로 서야 할 자리를 분별하는 견고한 지혜를 허락하소서. 내게는 사랑만 남게 하소서 일상(日常)의 소중함을 알게 하시고 오늘이 곧 영원으로 이어진 길 위에 놓여 있음을 알게 하소서. 새해에는 사랑..

2024.01.01

새해 아침에 / 이해인

새해 아침에 / 이해인 ​ 창문을 열고 밤새 내린 흰 눈을 바라볼 때의 그 순결한 설레임으로 사랑아, 새해 아침에도 나는 제일 먼저 네가 보고 싶다 늘 함께 있으면서도 새로이 샘솟는 그리움으로 네가 보고 싶다 새해에도 너와 함께 긴 여행을 떠나고 가장 정직한 시를 쓰고 가장 뜨거운 기도를 바치겠다 내가 어둠이어도 빛으로 오는 사랑아, 말은 필요 없어 내 손목을 잡고 가는 눈부신 사랑아, 겨울에도 돋아나는 내 가슴 속 푸른 잔디 위에 노란 민들레 한 송이로 네가 앉아 웃고 있다 날마다 나의 깊은 잠을 꿈으로 깨우는 아름다운 사랑아 세상에 너 없이는 희망도 없다 새해도 없다 내 영혼 나비처럼 네 안에서 접힐 때 나의 새해는 비로소 색동의 설빔을 차려입는다 내 묵은 날들의 슬픔도 새 연두 저고리에 자주빛 끝동..

2023.12.31

2023년 감사합니다

저의 작은 공간을 찾아주신데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힘찬 계획과 부푼 마음으로 시작한 2023년이 저물어, 2024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많은 일들을 겪으시며, 지치시고, 상처에 힘들어 하신, 방문자님께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열심히 잘해오셨고, 버텨내며, 훌륭한 삶을 살아오신 방문자님께 온 마음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오늘이 지나면 새로운 해가 됩니다. 방문자님, 지난 시간을 디딤돌 삼아, 지낸 시간을 자양분 삼아, 멋진 2024년, 갑진년 맞이하십시요 금년도 보내주신 사랑과 후의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새해 강건하시며 행복하십시요. 2024년 갑진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3.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