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4114

완행열차 / 허영자

완행열차 / 허영자 급행열차를 놓친 것은 잘된 일이다 조그만 간이역의 늙은 역무원 바람에 흔들리는 노오란 들국화 애틋이 숨어 있는 쓸쓸한 아름다움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완행열차를 탄 것은 잘된 일이다 서러운 종착역은 어둠에 젖어 거기 항시 기다리고 있거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누비듯이 혹은 홈질하듯이 서두름 없는 인생의 기쁨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한 겨울인데,,,, 여름처럼 비가 내립니다 혹시 봄이 금방 오려봅니다

2023.12.15

길 / 허영자

길 / 허영자 돌아보니 가시밭길 그 길이 꽃길이었다 아픈 돌팍길 그 길이 비단길이었다 캄캄해 무서웠던 길 그 길이 빛으로 나아가는 길이었다. (지난 겨울 한라산 설경) 시간 속에서 기대감은 무엇일까? 무엇을 기다렸다가 받는 것인가? 아니면 그 순간을 확인하고 싶은 것인가? 상사와 조직이 나를 믿었는가? 를 확인하는 것인가,,,,? 인사철, 후배들의 간절한 소망을 들으며 생각해봅니다 그런 순간이 있음도 행복인데,,,,

2023.12.13

얼음과 불꽃 / 허영자

얼음과 불꽃 / 허영자 사람은 누구나 그 마음 속에 얼음과 눈보라를 지나고 있다. 못다 이룬 한과 서러움이 응어리져 얼어붙고 마침내 마셔져 푸슬푸슬 흘러내리는 얼음과 눈보라의 겨울을 지니고 있다 그러기에 사람은 누구나 타오르는 불꽃을 꿈꾼다 목숨의 심지에 기름이 끓는 황홀한 도취와 투신 기나긴 불운의 밤을 밝힌 정답고 눈물겨운 주홍빛 불꽃을 꿈꾼다 누구에게나 바꿀 수 없는 욕심 중에 하나는 소유욕 일 것이다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음을, 우리는 지난 시간 배웠습니다 가을을 지나 겨울에 이르는 계절여행에서 또 배웁니다 무엇을 얻고, 받아서 채우는 삶보다는 내게 가진 것을 남에게 줌으로 비워지는 가슴에서 얻어지는 기쁨을 ,,, ! 삶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아름다운 삶을 기도합니다

2023.12.12

당신이 이 도시에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 서봉교

가끔은 당신이 나에게 가까운 이 도시에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 생각이 날때마다 내가 시간이 허락될때마다 한 시간 이내로 달려 올 수 있는 당신이 이 도시에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단 십분을 보더라도 함께 식사 할 시간이 부족하여 눈 인사로 홍차를 한 잔 하더라도 마음을 같이 할 수 있는 당신이 이 도시에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하늘 아래 서로 공간을 달리 하더라도 살아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행복하고 늘 감사하며 사랑 할 수 있는 당신이 이 도시에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가끔은 당신이 나에게 가까운 이 도시에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서봉교 시인의 지리산 성삼재에 걸린 달을 보며, 누군가는 빌었을 것이다, 간절히,,,, 저 달을 보며 많은 것을 기원한 사람의 기도가, 남몰래 꾸는 꿈이 이루어지기를 나도 빌어본다..

2023.12.06

시간 / 유안진

시간 / 유안진 ​​ 현재는 가지 않고 항상 여기 있는데 ​나만 변해서 과거가 되어 가네. 내일은 많은 눈이 내린 다는 절기 대설입니다. 겨울의 두번째 절기로서, 본격적인 추위에 따뜻하게 시작하시는 아침 되십시요 대설을 강고지절(鋼古之節)로 표현하셨고, 강한 의지와 굳은 결심으로 겨울을 이기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풍습에 찿아보니 조상님들도 불을 피우고, 목욕을 하시는 풍습이 있었답니다. 가족들과 함께 하시며 추위를 이기시는 대설되십시요

2023.12.06

그대 머물면 / 정설연, 노래 유태광

그대 머물면 / 정설연, 노래 유태광 마음 저린 이름을 떠올리면 가슴은 또 이렇게 부릅니다 살다보면 가슴에서 바람을 타고 높은 파도를 헤칠 때 붉은 눈시울로 들어서는 사람이 그대입니다 외로운 날도 몇 번은 잘 넘겼지만 가슴 뭉클한 날도 몇 번은 잘 넘겼지만 가슴에서 떠나지 않는 그대를 애써 밀어내던 날 내 안에 등불 하나 내걸고 그 불빛 때문에 가슴저리며 눈물로 나를 잠들게 하는 그 그리움도 외로움도 그대입니다 나도 그대가 좋습니다 언제나 온유한 마음과 미소가 좋습니다 이제는 조금은 익숙함이 좋습니다 내년 봄에는 설렘으로 뵙겠습니다

2023.12.05

겨울사랑 / 고정희

겨울사랑 / 고정희 그 한 번의 따뜻한 감촉 단 한 번의 묵묵한 이별이 몇 번의 겨울을 버티게 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허물어지고 활짝 활짝 문 열리던 밤의 모닥불 사이로 마음과 마음을 헤집고 푸르게 범람하던 치자꽃 향기, 소백산 한쪽을 들어 올린 포옹, 혈관 속을 서서히 운행하던 별, 그 한 번의 그윽한 기쁨 단 한 번의 이윽한 진실이 내 일생을 버티게 할지도 모릅니다. 부지런히 달려온 한 해가 12월이 되었습니다 하늘의 뜻을 기다리며 살지는 못했지만, 할 수 있는 일들을 최선이란 이름으로 해왔습니다 언제나 시간은 한번 입니다 남은 시간 노력하고, 더 노력해야겠지요 딱 한번 밖에 오지 않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기에 더욱 소중합니다

2023.12.04

12월을 준비합니다

12월의 엽서 / 이해인 12월엔 그대와 나 따뜻한 마음의 꽃 씨 한 알 고이고이 심어주기로 해요 찬바람 언 대지 하얀 눈 꽃송이 피어날 때 우리도 아름다운 꽃 한 송이 온 세상 하얗게 피우기로 해요 이해의 꽃도 좋고요 용서의 꽃도 좋겠지요 그늘진 외딴 곳 가난에 힘겨운 이웃을 위해 베풂의 꽃도 좋고요 나눔의 꽃도 좋겠지요 한 알의 꽃씨가 천송이의 꽃을 피울 때 우리 사는 이 땅은 웃음꽃 만발하는 행복의 꽃동산 생각이 기도가 되고 기도가 사랑이 될 때 사람이 곧 빛이요 희망이지요 홀로 소유하는 부는 외롭고 함께 나누는 부는 의로울 터 말만 무성한 그런 사랑 말고 진실로 행하는 온정의 손길로 12월엔 그대와 나 예쁜 사랑의 꽃 씨 한 알 가슴마다 심어주기로 해요 12월의 엽서 /이해인 또 한 해가 가버린다..

2023.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