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녘으로 오소서 / 박금숙 그대, 오시려거든 가을 들녘으로 오소서 나, 허수아비로 서서 그대를 기다리겠습니다 들녘 어디쯤 마음까지 알알이 영글 것 같은 햇살 한가득 이고 섰다가 색깔 고운 옷 한 벌 지어드리리다 비록 누더기 차림이나 그대 찌든 땀 씻어줄 심성 고운 바람만큼은 넉넉히 모아두었습니다 그대, 가을 들녘으로 오소서 함께 싹틔웠던 추억 다발로 묶여질 때까지 양 팔 벌리고 기다리겠습니다 (친구의 수확사진) 아침에 내린 소나기가 청량감을 더하는 시간 입니다 벼 수확에는 별 도움이 안되지만, 김장밭에는 꿀비 입니다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시간이지만, 선물같은 하루 잘 살아보렵니다 하늘은 뭉게구름 피어나고, 웃음 가득한 날 되십시요 저도, 우리도, 큰 성취를 향한 열정으로 힘차게 아침을 여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