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4204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살아서 고독했던 사람그 사람 빈자리가 차갑다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살아서 가난했던 사람그 사람 빈자리가 차갑다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저 섬에서 한달만 뜬눈으로 살자저 섬에서 한달만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수 없지만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바다는 슬픔을 삼킨다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성산포에서는 한 사람..

2025.07.17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아무나 오지 마시고노고단 구름 바다에 빠지려면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이슬의 눈으로 오시라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먼저 온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굳이 지리산에 오시려거든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벽소령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그래도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시라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백사..

2025.07.16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쓴다 / 이해인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쓴다 / 이해인 먼 하늘노을지는 그 위에다가그간 안녕이라는 말보다보고싶다는 말을 먼저하자그대와같은 하늘 아래 숨쉬고아련한 노을 함께 보기에 고맙다바람보다, 구름보다더 빨리 가는 내 마음,늘 그대 곁에 있다그래도 보고 싶다는 말보다언제나 남아 있다는 말로 맺는다몸과 마음이무게를 덜어내고 싶을 때마다오래도록 너를 그리워한다살아서도 죽어서도가벼워야 자유롭고힘이 있음을 알고 있는 새야먼데서도 가끔은나를 눈여겨보는 새야나에게 너의 비밀을한가지만 알려주겠니?모든이를뜨겁게 사랑하면서도끈끈하게 매이지 않는서늘한 슬기를..멀고 낮선 곳이라도겁내지 않고 떠날 수 있는담백한 용기를 가르쳐 주겠니

2025.07.14

지리산 노고단 패랭이꽃

패랭이꽃 / 류시화 살아갈 날들보다살아온 날이 더 힘들어어떤 때는 자꾸만패랭이꽃을 쳐다 본다한때는 많은 결심을 했었다타인에 대해또 나 자신에 대해나를 힘들게 한 것은바로 그런 결심들이었다이상하지 않은가 삶이란 것은자꾸만 눈에 밟히는패랭이꽃누군가에게 무엇으로 남길 바라지만한편으론 잊혀지지 않는게 두려워자꾸만 쳐다보게 되는

카테고리 없음 2025.07.13

아버지의 등 / 이정하

아버지의 등 / 이정하일곱 살 되던 해 겨울,눈보라치는 들판을 건너가기 위해아버지는 처음 내게 등을 내주셨다심한 고열로 밤을 꼬박 새웠던 나는아버지 넓은 등판에 뺨을 댄 채 잠이 들었고읍내 병원에 도착했을 땐이미 내 병은 말끔히 나아 있었다객지에 계신 아버지가 집에 오는 것은일 년에 어쩌다 한두 번그때마다 아버지는나를 데리고 동네 목욕탕에 가고 싶어 하셨고나는 그때마다 부리나케 도망쳐혼자 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곤 했다막노동 탓에 표시나게 굽어 있는 등을세월이 한참 흘러아버지와 함께 간 동네 목욕탕그때도 나는늙고 말라빠진 아버지의 몸을 외면했다야야, 쓸데없는 돈 말라꼬 써등만 밀어주면 되는데세신사에 이끌려가며 힘없이 남긴아버지의 말씀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세월이 더 흐르고 흘러아들과 함께 간 동네 목욕탕..

음식 2025.07.11

서산 중앙리 포구의 일몰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 고정희무덤에 잠드신 어머니는선산 뒤에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말씀보다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석양 무렵 동산에 올라가적송밭 그 여백 아래 앉아 있으면서울에서 묻혀온 온갖 잔소리들이방생의 시냇물 따라들 가운데로 흘러흘러 바다로 들어가고바다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 것은 뒤에서팽팽한 바람이 멧새의 발목을 툭, 치며다시 더 큰 여백을 일으켜막막궁산 오솔길로 사라진다오 모든 사라지는 것들 뒤에 남아있는둥근 여백이여 뒤안길이여모든 부재 뒤에 떠오르는 존재여여백이란 쓸쓸함이구나쓸쓸함 또한 여백이구나그리하여 여백이란 탄생이구나나도 너로부터 사라지는 날내 마음의 잡초 다 스러진 뒤네 사립에 걸린 노을 같은, 아니면네 발 아래로 쟁쟁쟁 흘러가는 시냇물 같은고요한 여백으로 남고 싶다그 아..

2025.07.11

맛집 해미 보글보글 식당, 병어찌게

두툼한 병어와 칼칼한 국물이 잘 어울렷습니다정갈한 반찬들 입니다상추김치 맛나게 먹었습니다김장하면서 무청을 고금에 박아서 다음회에 우리고 삶아서 마늘과 기름으로 볶은 음식, 여름에 최고저는 지역적으로 멀지 않아서, 지나는 길에 가끔 이용합니다. 생선찌게 등을 먹습니다. 제 기준에는 맛나게 먹었습니다. 국물과 생선의 신선도와 퀄리티, 밑반찬의 정갈함,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여 좋습니다0,주소(도로명) 충남 서산시 해미면 남문1로 48구, (지번) 주소해미면 읍내리 175-2, 0,전화 : 041-688-5700

음식 2025.07.10

태안 수국명소 팜카밀레 허브농원 수국 절정

잊을 수 없는 그리움 / 김용호혼자가 되어 적적하고 쓸쓸한 느낌 들 때지난날들의 야릇한 추억들이 뇌리에 스칩니다.좋아해서 영원히 곁에 두고 싶었으나까닭이 있어 떠나보내야 했던 사람나에게 간단없는 즐거움과 믿음을 주고함께 마음이 흐뭇한 행복을 소유 사람그 사람과 있었던격이 높은 추억에 잠겨 눈을 감으면사라질 줄 모르는잊을 수 없는 그리움이 내 곁에 머뭅니다.화살이 과녁에 날아가 박힌 것처럼내 그리움이 그녀의 가슴으로 날아가박혀버렸으면 무던히 좋겠습니다.꽃을 보면, 욕심 때문에,,, 그리고 내 마음 때문에 멀어지고 복잡했던 마음이 사그러진다. 살다보면 생사만큼 중요한 일도 아닌데 그냥 복잡하게 산다,,, 마음에 영혼이 깜깜해진 경우ㄷㅏ.꽃처럼 행복의 불빛으로 깨어나기를 소망해 봅니다

2025.07.08

7월 / 이외수

7월 / 이외수 그대는오늘도 부재중인가정오의 햇빛 속에서공허한 전화벨 소리처럼매미들이 울고 있다나는세상을 등지고원고지 속으로망명한다텅 빈 백색의 거리모든 문들이닫혀 있다인생이 깊어지면어쩔 수 없이그리움도 깊어진다나는인간이라는 단어를방마다 입주시키고빈혈을 앓으며 쓰러진다끊임없이 목이 마르다살구가 익어가는 시간, 그 그늘 아래 서서 침 나옵니다

2025.07.06

수국을 보며 / 이해인​

수국을 보며 / 이해인​ ​기도가 잘 안되는여름 오후수국이 가득한 꽃밭에서더위를 식히네​꽃잎마다.하늘이 보이고구름이 흐르고잎새마다.물 흐르는 소리​각박한 세상에도서로 가까이 손 내밀며원을 이루어 하나 되는 꽃​혼자서 여름을 앓던내 안에도 오늘은푸르디 푸른한다발의 희망이 피네​수국처럼 둥근 웃음내 이웃들의 웃음이꽃무더기로 쏟아지네 수국은 처음에는 연한 자주색에서 연한 붉은색으로 변한답니다. 요즘은 개량을 많이해서 그런지 자주색, 백색, 붉은색, 파란색 등 꽃색깔도 정말 다양합니다. 탐스럽지만 화려하게 느껴지지 않으며 부드러움과 여유를 주는것 같아서 포근하게 느껴지는 꽃입니다.서산 부석사 일주문에서 소담스러운 수국에 취합니다

2025.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