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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삶 2024. 8. 2. 07:27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 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하고싶은 말이 겹겹이 쌓인 날은
바람부는 꽃밭으로 떠나보십시요
그냥 하늘 한번 처다보면
행복이 머물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상한 갈대를 꺽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아니하고 진실로 정의를 시행할 것이며(이사야4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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