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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의 가을이 가려고 합니다삶 2024. 11. 23. 19:46
가을 편지 / 고정희
작별할 수 없는 내 사랑 서러워
그대에게 뻗은 가지 잘라버렸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에 무성한 가지 있어
마음의 가지는 자르지 못했습니다
길을 끊고 문을 닫아도
문을 닫고 가지를 잘라도
저녁 강물로 당도하는 그대여
그리움에 재갈을 물리고
움트는 생각에 바윗돌 눌러도
풀밭 한 벌판으로 흔들리는 그대여
그 위에 해와 달 멈출 수 없으매
나는 다시 길 하나 내야 하나 봅니다
나는 다시 문 하나 열어야 하나 봅니다혼자 있는 시간은 외로운 시간이 아니라,
자신의 색을 찾고 더욱 진하게 그리는 정체성의 공간이다
--- 니체 --
떠나려는 가을을 붙잡고 놀고 옵니다
2년만에 다녀온 선운사 도솔천은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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